LA 근교 조슈아 트리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여기서 별을 보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무작정 일행과 함께 밤 10시에 숙소에서 출발했습니다. 가는 길에 갑자기 오른쪽 뒷 타이어 쪽에 TPMS 경고등이 떠서, 에어 머신 찾아서 주유소도 들렸구요. 알고 보니 그쪽 바퀴에 펑크가 두 군데가 나 있었어서 다음날에 해결했습니다.. 😭
Twin Rock 트레일이 별 보기에 좋다고 해서, 이곳을 목적지로 향하고 출발했습니다. 조슈아 트리 입구에서 Annual Pass를 검사할 줄 알고 준비를 열심히 해갔는데, 제가 갔을 때 기준 밤에는 오피스 자체가 닫혀 있었습니다. 이게 맞나.. 싶은 마음으로 일단 들어갔습니다.
트레일 주차장에는 저희 차밖에 없었고, 차에서 내리고 차 라이트가 꺼지는 순간 칠흑 같은 어둠이 저희를 덮쳤습니다. 아무런 소리도, 빛도 없었어서 굉장히 무서웠습니다. 별은 엄청 잘 보이더라구요.
아이폰 16 프로로 장노출 10초 동안 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선명한 북두칠성이 보이실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주차를 해두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아치 록은 봐야 하지 않겠냐"며 일행 모두 핸드폰 플래시에 의존한 채 트레일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앞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다운 받아놓은 오프라인 지도와 GPS에 의존하며, 아치 록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습니다. 걷다가 곰이라도 나오면 어쩌지 싶었는데 정작 본 건 귀여운 캥거루 쥐였습니다.
10분도 채 안 되어서 아치 록에 도착합니다. 은하수를 담기 위해 이곳에 온 다른 일행을 마주쳤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방문한 3월 중순에는 은하수가 잘 보이지 않는 시즌이라서 그들은 사진 몇 장 찍고 바로 돌아갔습니다.
아치 록은 보시다시피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핸드폰 카메라로는 담기지 않는 웅장함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더 좋은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왔으면 더 예쁜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내부 어디에서나 그 시간엔 별이 잘 보이나, 굳이 아치 록 쪽을 찾아갈 이유를 꼽자면 첫번째는 사진입니다. 그냥 밤 하늘을 찍는 것과 돌의 그림자가 사진에 같이 담기는 것은 차이가 꽤나 컸습니다. 아치 록 사이로 밤하늘을 찍을 수도 있고, 돌들을 지평선 삼아 찍을 수도 있습니다.
두번째는 이 부근 지형이 독특해 누워서 별을 볼 수 있습니다. 공원 내부에서 별을 헤아리다 보면 목 디스크가 걸릴 거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생각보다 목을 뒤로 많이 젖히게 됩니다. 아치 록 부근에서는 생각보다 쉽게 누워 있을 곳들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자연이 빚어낸 인체공학 리클라이너랄까요.
이곳에서 별자리 앱을 옆에 띄워두고 별들을 관찰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됩니다. 너무 강하지 않은 바람과 적당히 선선한 온도에서 이 별이 시리우스였음을 깨달으면서요.
로드트립을 하면서 많은 시골 마을에서 별을 쏟아지게 봤었는데, 이렇게 깊숙이 그 어떤 불빛도 없는 곳으로 들어와 천천히 별을 감상하던 경험을 매우 특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