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뉴저지 땅끝마을 케이프메이 겨울 여행 후기입니다

간혹 여름 휴가철 바가지 장사를 하다가 걸린 상인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한 철 벌어서 일 년 먹고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지!"

그리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일 년 내내 벌어서 먹고사는데 왜 휴가철만 일하려고 한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케이프메이는 관광산업이 도시를 먹여살리는 전형적인 여름 피서지임에도 불구하고 비수기에도 손님들을 끌어모으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겨울철 휴가를 보내기 위해 다시 찾은 케이프메이.

동네에 예쁘장한 여관들이 많은데 여름에는 너무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예약이 꽉 차서 묵을 엄두도 못 내곤 합니다.

하지만 겨울 비수기에 오면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한적한 휴가를 보낼 수 있지요.

현관에는 커다란 인형의 집도 있고, 정원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득합니다.

케이프메이의 즐길 거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여름철 해변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 전체에 가득한 아름다운 건물들입니다. 오래 전부터 뉴욕과 워싱턴 등 대도시에서 놀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다보니 건물 역시 고풍스러운 느낌이 나게 잘 지어놓았습니다.

여관을 나서면 곧바로 보이는 조지 앨런 하우스 역시 그 중의 하나입니다.

미국에 지어진 이탈리안 양식의 19세기 건축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들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하지요.

이웃에 위치한 또 다른 여관인 '푸른 장미 여관 (Blue Rose Inn).'

이름만큼이나 파란색 외관도 멋있습니다. 사실 여관보다는 레스토랑으로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요.

추운 겨울날 바닷가 마을에서 할 게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의외로 여러가지 행사를 많이 합니다.

의회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호텔이 케이프메이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 앞마당에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도 세워놓고 각종 놀이기구와 야시장이 들어서기도 합니다.

회전 목마와 조그만 기차를 보니 마치 축제에 온 기분이네요.

케이프메이 건물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톡튼 코티지.

같은 디자인에 페인트만 다르게 칠한 건물들 여덟 채가 일렬로 늘어서 있습니다.

그닥 크지도 않은 3층집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는게 마치 유럽 느낌도 나고, 동화 속 마을처럼 보이기도 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요. 이 중에서 갈색과 흰색으로 칠한 집은 "생강과자집"이라고 불리면서 옛날 이야기 분위기를 내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설계의 집들이 일렬로 늘어 서 있다보니 이렇게 한쪽 끝 현관에서 옆을 보면 기둥과 발코니가 마치 복도를 만드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건축 당시부터 의도했던 풍경일까 궁금하네요.

스톡튼 코티지 옆에는 더 에비 (Abbey: 수도원)라고 불리는 건물이 있습니다.

실제로 수도원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고, 석탄 장사로 부자가 된 존 맥크리어리가 은퇴 후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은 집입니다.

지금은 고급 호텔로 활용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방을 하나씩 임대하는 게 아니라 건물 전체를 임대하는 방식입니다.

여름철에는 일주일 빌리는데 천만원 넘게 받기도 하지요. 엄청 비싸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방 한개짜리 호텔 객실의 요금을 생각해보면 또 납득할만한 가격이기도 하네요.

대가족이 단체로 오거나 여러 가족이 모여서 휴가를 보낸다면 메리트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콜럼비아 애비뉴의 집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보이는 이런 고풍스러운 주택들이 다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건물 주인이라고 해도 함부로 해체하거나 현대식으로 뜯어고칠 수 없지요.

워낙 옛날에 지은 건물들이라 시설이 노후화되어서 관리비가 많이 나가다보니 대부분은 개인 살림집이라기보다는 여관으로 개조해서 객실 대여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집들이 여관인 건 아니고, 평범한 가정집도 예쁘게 꾸며놓은 경우가 많지요.

동네 분위기부터가 고급 별장 마을 비슷한 분위기랄까요.

그래서 이런 동네일수록 건물 외관을 유지하는데 도시 차원에서 규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페인트칠도 제 때 다시 해줘야 하고, 잔디 깎는 것을 잊어버리면 벌금도 물리고 하는 식이지요.

이런 동네에서 어떻게 사나 싶다가도, 아침에 산책이라도 한 번 하면서 아름다운 거리를 걷다보면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건물 외관 뿐 아니라 이름도 멋진 B&B, 바다의 천사(Angel of the Sea)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쌍둥이 건물이 원래는 한 채의 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윌리엄 웨이트먼이라는 사람이 여름 별장으로 쓸 목적으로 시내에 집을 한 채 지었는데, 짓고 나서 보니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겨울철 할 일 없는 농부들을 모아다가 집을 뜯어서 통채로 옮기기로 했는데, 한 번에 옮기기엔 너무 커서 집을 절반으로 나눠서 움직이기로 합니다.

그 당시만 해도 현대적인 중장비가 없던 시절이라 바닥에 통나무를 깔아놓고 그 위에 집을 얹어서 노새들이 끌고 가는 방식으로 해변까지 옮겼지요. 천신만고 끝에 목적지에 도달하고 보니, 나눠놓은 집을 합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노새들이 집을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밀어서 붙일 수는 없었거든요.

결국 둘로 나뉘어진 그 모습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며 숙박객들을 받고 있지요.

밤이 되어 다시 찾은 의회 건물. 산타클로스 썰매가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너무 추워서 잠시 호텔 안의 카페에 들러 핫초코를 마십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내부 장식도 성탄절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숙소 옆의 공원. 등불이 반짝이는 공원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그보다는 이 공원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기 위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케이프메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를 꼽으라고 하면 반드시 가장 처음으로 내세울 트리.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고, 화려한 장식을 마구 갖다 붙인 것도 아니고, 다양한 색깔의 전구를 걸어놓은 것도 아닌데

단지 조그만 하얀색 전구와 리본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트리를 연출했습니다.

심플한 아름다움이 있달까요. 크리스마스 영화에서 연인들의 배경으로 나올 법한 장소네요.

집에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들러 본 크리스마스 트리.

붉은 색 리본만 잘 묶어놔도 이렇게 예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케이프 메이의 겨울 휴가도 끝이 납니다.

뉴욕이나 로스엔젤레스같은 대도시도 아니고, 그랜드 캐년이나 옐로우스톤처럼 자연 경관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미국의 전통적인 피서지를 경험해 본다는 측면에서는 한 번 방문할만한 곳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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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4 · 네이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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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여디가 네이버 카페 원문을 읽고 정리한 요약입니다. 전문과 댓글은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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