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뉴저지 땅끝마을 케이프메이 여름 여행 후기입니다

휴가철이 되면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뉴욕으로 여행을 옵니다. 영화나 소설에서만 보던 도시를 직접 경험하려는 기대를 안고 말이죠.

그리고 뉴욕 사람들은 그 수많은 관광객 인파에 떠밀리듯 뉴욕 바깥으로 쉴 곳을 찾아 떠납니다.

시간과 예산이 넉넉하다면 장거리 여행을 갈 수도 있겠지만, 비행기나 장거리 운전에 에너지를 낭비하기 싫은 사람이라면 그다지 멀지 않은 휴양지를 선호하게 됩니다.

그리고 뉴저지의 가장 남쪽 끝, 바다로 둘러싸인 휴양도시 케이프 메이(Cape May)는 18세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유서깊은 피서지입니다.

마침 게와 맥주 축제 (Crab and beer festival) 기간이었던지라 방문한 박물관.

고풍스러운 건물 내부는 박물관으로 사용되지만 그 앞의 넓은 잔디밭은 각종 문화 행사에 활용됩니다.

아무래도 관광 산업이 이 도시의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이다보니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좋은 여러 행사가 이어지곤 하지요.

관광 정보센터인 동시에 도시 내부 곳곳을 돌아다니며 관광 명소를 소개시켜주는 트롤리 버스의 정거장이기도 합니다.

케이프 메이는 블루 크랩이 가장 많이 잡히는 메릴랜드 주와도 가깝기 때문에 여름철이 되면 곳곳에서 양념을 뿌려 증기로 쪄낸 꽃게찜을 맛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게와 맥주 축제는 뉴저지의 유명한 중소규모 맥주 양조장들이 대거 참여해서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대형 천막이 설치된 테이블에 앉아 차가운 생맥주를 마시며 매콤짭잘한 양념 묻은 게살을 쪽쪽 빨아먹고 있으면 여러 밴드가 돌아가며 연주하는 음악이 배경으로 깔립니다.

워낙 맛있게 먹은 블루크랩이라 나중에 집에 가서 직접 만들어 먹기도 했을 정도지요.

잔디밭 위에는 맥주 트럭과 푸드 트럭 외에도 각종 공예품이나 기념품을 파는 노점들이 가득한지라 배를 채우고 나서 소화도 시킬 겸 산책하며 구경하기 좋더군요.

하지만 바닷가에 왔다고 주구장창 해수욕을 하지는 않게 됩니다. 바닷물에서 논다고 하면 파도 타는 즐거움보다는 소금기의 찝찝함과 피곤함부터 떠오르니 이제 나이가 먹을만큼 먹었구나 싶은 생각도 드네요.

다행히도 케이프 메이에는 해수욕이나 게 살 파먹는 것 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케이프 메이 등대도 그런 즐길거리 중의 하나지요.

전봇대처럼 세워놓은 새들 모이통과 아파트가 재밌는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등대에 올라가서 풍경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보다 더 볼만한 것은 바로 옆에 마련된 조류 관찰지역(Bird observatory)입니다.

습지와 갈대밭 등 새들이 머무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 끄트머리에 높은 관측소를 설치한 덕에 다양한 새들이 자연스럽게 생활하는 것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생태보호구역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으니 고배율 망원경은 필수라고 할 수 있지요. 다행히 관측소에 설치된 망원경이 있어서 구경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파도소리, 새소리만 들리면서 새들이 한가롭게 먹이를 찾아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평화로운 느낌이 듭니다.

바로 옆의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차가운 슬러시 한 잔 사 먹으며 관측소 벤치에 앉아 이 기분을 만끽합니다.

처음 여행 다닐 때는 '쉴 거면 집에서 쉬지 뭐하러 비싼 돈 들여가며 여행오냐? 본전 뽑게 일정에 다 쑤셔넣자! 여기도 가고 저것도 해보고..."하는 생각에 숨쉴 틈도 없이 빡빡한 일정을 짜다가 결국 지쳐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하지만 이렇게 바닷가에서 수많은 새들을 배경으로 편안히 쉬다 보면 다 부질없게 느껴집니다. 익사이팅과 릴랙스의 차이랄까요.

케이프 메이의 유명 어트랙션 중 하나가 돌고래 관찰 투어입니다.

돌고래를 만나기 위해 배를 타고 델라웨어 만을 벗어나다 보면 바다 속에 가라앉은 구조물이 보이는데, 세계 1차대전 당시 만들어진 콘크리트 전함인 아틀란투스(SS Atlantus)의 잔해입니다.

아틀란투스가 퇴역한 후에 뭍으로 끌어올려 조그만 배들이 정박할 수 있는 부두로 활용하고 있었는데, 태풍이 몰아치면서 바다로 떠내려가서 침몰 해 버렸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부식되고 가라앉는 모습이 묘한 매력이 있는지, 케이프 메이의 또 다른 명물로 자리잡았지요.

그 뒤에 보이는 커다란 굴뚝같은 구조물은 2차대전 당시 건설된 감시탑으로, 독일군 잠수함이나 전함 등으로부터 동부 해안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입니다.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한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구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배를 탄 기분 내는 것도 잠시. 만을 벗어나면 봐도봐도 똑같은 바다 풍경인지라 금방 지루해집니다.

유람선 안의 카페에서 파는 다과를 사 먹으며 군것질이나 하고 있는데 돌고래가 보인다는 방송이 나오고,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던 사람들이 우루루 몰러나갑니다.

저 멀리서부터 거뭇거뭇한 무언가가 물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등지느러미가 물 위로 나오는 것을 보고 돌고래를 상어로 착각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야생 돌고래를 직접 보니 그런 오해를 할 일은 없을 듯 합니다.

헤엄치는 모습이 확연하게 다르더군요.

상어는 등지느러미를 수면에 노출한 채 일직선으로 달려온다면 돌고래는 마치 접영을 하는 것처럼 수면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이동합니다.

그러다보니 사진 찍기에는 최악의 조건. 법적으로 관찰자들은 돌고래가 가는 진로를 막아서면 안 되게 되어있더라구요.

그래서 완전히 가까히 가지는 못하고, 돌고래 예상 경로에서 살짝 옆으로 비껴나서 구경하는지라 거리가 좀 떨어진 데다가

배는 흔들리고, 돌고래는 물 속으로 들어가면 다음에는 어디에서 나올지 감도 못 잡겠고...

그나마 고배율 망원 렌즈로 수없이 찍다보니 두어 장 돌고래 얼굴이 나온 사진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운이 좋으면 고래도 볼 수 있다는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그런 행운은 없었네요.

그래도 바다 구경하고, 애들은 모래놀이 물놀이에 새 구경하고, 해산물 먹고... 여러모로 여름을 즐기기 좋은 장소입니다.

워낙 거리가 있는지라 짧게 여행오신 분들에게 권하기엔 좀 무리가 있고, 한 달 살기 하는 분들은 한 번 쯤 가보고 '옛날 뉴욕 부자 느낌'을 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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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4 · 네이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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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여디가 네이버 카페 원문을 읽고 정리한 요약입니다. 전문과 댓글은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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