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년 여름부터 막연하게 미국 가족 여행을 준비하며 미여디에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부족한 글쓰기 실력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후기를 남기는 게 예의가 아닌가 싶어 이렇게 글을 남겨 봅니다.
제가 주의가 산만한 편이라 이동, 음식 이런 식으로 큰 틀로 나눠서 글을 써봤습니다. 그리고 쓰다보면 분명 글이 길어질 게 뻔하기에 몇 편까지 될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3편으로 나눠서 올리게 될 것 같아요.
+5/9(금) 밤에 귀국하여 주말 이틀 푹 쉬고 어제부터 출근했는데요, 결론을 얘기하자면 여행 후유증이 너무나 심해 일상 생활이 너무나 힘듭니다!! 너무 좋았어서 또 떠나고 싶거든요...!
여행 기간: 4/30(수) ~ 5/8(수), 총 8박 9일
+한국 가는 비행기는 미국 현지 기준으로 5/8(목), 한국 도착하니 5/9(금) 저녁이었습니다!
여행 지역: 미국 서부 일대 (라스베가스, 페이지, 모뉴먼트 밸리, 그랜드캐년, LA)
여행 경비: 대략 1,100만원 (비행기 티켓, 렌트비까지 모두 포함)
+여기서 대략이 앞에 붙는 이유는, 나중에는 경비가 생각보다 많이 남아 그걸로 각자 직장 동료나 지인 줄 기념품도 사고 그랬거든요. 그리고 이 경비는 물가 비싼 미국에서 외식을 얼마나 하냐 안 하냐에 따라 플러스 마이너스가 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동] #1. 비행기
우선 저는 부산에 사는 사람이라 대한항공 내항기 이용하여 김해 → 인천 이동, 인천 → 라스베가스 이렇게 이동했습니다. 인생 첫 비행기인데 내항기까지 포함해서 왔다갔다 총 4번이나 탔네요! 미국 갈 때 11시간, 한국 올 때 13시간 비행기 타고 나면 1시간이 채 안 되는 내항기 비행은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조금 오버하자면 타자마자 붕 뜨고 붕 내리는 느낌. 국제선 비행기 타고 내릴 때 복도 지나며 비지니스석 보는데 너무 부러웠어요ㅎ (다음엔 땡빚을 내서라도 10시간 이상 비행은 비지니스로... 하지만 또 망각하고 티켓값 아껴서 맛있는 거 더 먹자 이러고 있을 듯)
아무튼 인생 첫 비행 경험 (좀 혹독하지만 너무나 재밌게) 잘했습니다! 비행기를 타보니 왜 그렇게들 힘들지만 또 타고 떠나고 싶어하는지 알겠더라구요. 비행기로 떠났을 때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기분이 있는 것 같아요. 공항 가는 길이나 공항에서 보내는 시간도 너무나 기억에 남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라스베가스로 가는 비행기에서 두 번째 기내식으로 먹은 스크램블 에그가 왜 아직도 기억에 남을까요. 계란 식감이 부드럽고 독특해서? 아무튼 총 4번의 기내식 중 가장 맛있게 먹었어요!! 그리고 비행기 안이 너무 건조해 코와 입이 계속 말라 나중에는 귀찮아서 안 챙긴 가습 마스크가 절실했어요...
라스베가스
[숙소] 홀스슈 호텔 (Horseshoe Las Vegas)
주소: 3645 Las Vegas Blvd S, Las Vegas, NV 89109 미국
예약: 아고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로 숙소 찾아볼 때 가격 적당하고 하이 롤러가 보이는 방, 요거 두 개만 보고 예약한 호텔이었습니다. 하이 롤러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스피어... 아침에 일어나서 스피어 멍, 밤에 자기 전 스피어 멍 실컷 때렸어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어요. 게다가 호텔 위치가 스트립과 가까워서 사람들이 왜 위치가 좋다고 칭찬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가족 모두가 인정한 미국 여행 내 베스트 숙소였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간 호텔들에 비하면 대궐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죠.)
호텔 자체는 3성급입니다. 팬시한 건 기대하시면 안 되고, 청결 상태도 먼지 한 톨 없는 정도의 수준은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하지만 가격에 비해서는 충분히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일단 넓은 것 하나만으로도 굉장한 장점.
+호텔 안이 상상이상으로 건조합니다. 어디선가 저녁에 쓴 젖은 수건을 널어놓으면 그 다음날 바짝 말라있을 정도라고 한 글을 본 것 같은데, 그 말이 정말이더라구요. 다른 호텔들도 대체적으로 건조했습니다. 기후 탓도 있을 것 같구요. 나중에는 아침에 세수할 때마다 코피가 났다는...
[음식] 지오다노스 피자, 위키드 스푼 뷔페, 고든램지 버거
#1. 지오다노스 피자 (Giordano's)
주소: 3619 Las Vegas Blvd S Ste 200, Las Vegas, NV 89109 미국
예약: X
호텔 체크인 후 나와서 먹는 미국에서의 첫 끼였어요. 원래는 핫 앤 쥬시를 먹을 계획이었는데 다들 장시간 비행으로 너무 피곤하고 지친 상태라 그냥 얼른 호텔 가까운 곳에서 치킨이나 피자 포장해다가 방에서 먹자로 계획 변경. 구글 평점도 괜찮아 보이고 사진으로도 맛있어 보이길래 이곳으로 결정. 저희가 간 시간대가 제일 바빴는지 포장하는데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렸어요. 미리 픽업 주문할 수 있는 어플이 있다면 꼭 이용하시길. 그리고 그때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굉장히 큰 가게더라구요. 그래서 그렇게 오래 걸린 이유를 이해했습니다.
마르게리타 피자 한 판 포장했고, 호텔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맥주도 사서 호텔로 돌아갔습니다. 피자는 정말 맛있었어요. 크러스트가 파이같은 식감이었고 토마토, 바질 소스를 아끼지 않고 넣었더라구요. (앞으로 이 글에서 짠맛에 대한 얘기가 얼마나 나오는지 알아맞혀 보세요ㅋㅋ) 문제는 소금 알갱이가 씹힐 것 같은 짠맛... 그래도 계속 먹은 걸 보면 그만큼 맛있었다는 뜻. 그리고 콜라나 맥주랑 같이 먹으면 계속 먹을 수 있어요. 콜라랑 맥주가 그러라고 있나봐요.
한국분들이 칭찬하는 핫 앤 쥬시를 포기하고 저질 체력 탓으로 피자를 선택했지만, 라스베가스 호텔 방에서의 첫 날 밤을 마무리하기에는 분명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추천!! 아 그리고 여긴 시카고 피자가 시그니처인 듯합니다! 크러스트가 파이같다고 느낀 게 아마도 시카고 스타일이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2. 위키드 스푼 뷔페 (Wicked Spoon) in 코스모폴리탄 호텔
주소: The Chelsea Tower, 3708 S Las Vegas Blvd Level 2, Las Vegas, NV 89109 미국
예약: X
사실 음식에 대해서는 제가 크게 도움을 드리지 못할 것 같은... 미국 여행 처음으로 한 외식다운 외식이 코스모폴리탄 호텔에 위치한 위키드 스푼 뷔페였는데 살면서 처음 맛보는 짠맛에 다들 쇼크 먹고 숙소에 드러누웠거든요. 물론 좀 과장했지만... 쉽게 못 잊을 짠맛인 것 분명할 듯합니다. (사실 드러누은 이유는, 한꺼번에 몰려든 피로+호텔들 특유의 향+어질어질한 담배/대마 냄새가 컸어요.) 에이 설마 대게는 안 짜겠지, 에이 설마 샐러드는 안 짜겠지 하며 종류를 바꿔가며 음식을 들고 와도 들고 오는 족족 정말 하나같이 다 짰어요.
저희 가족은 외식도 자주 하는 편이고 배달 음식도 자주 시켜먹는 편이라 자극적인 맛에는 어느 정도 길들여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소금으로만 간을 한 짠맛은 배달 음식의 자극적인 맛과는 차원이 다르더라구요. 하지만 그래도 추천드릴 수 있는 음식 종류는 고기 (소스는 짰지만 고기는 분명 퀄리티도 좋고 맛있었어요)와 디저트 코너의 젤라또. 처음에 너무 험하게 말해놓고 이렇게 얘기하는 게 좀 웃기네요ㅋㅋ 사실 처음 가져온 음식들 때문에 전의를 상실하여 뷔페에 있는 음식 종류 1/3 밖에 못 먹어서 제가 더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 고기는 정말 맛있었어요!!
고기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 싶으면 한번쯤은 가보시는 것도 추천.
디저트 종류도 정말 많았는데 젤라또 밖에 못 먹어서 그건 많이 아쉬워요... 디저트 집중 공략도 추천.
#3. 고든 램지 버거 (Gordon Ramsay Burger) in 플래닛 할리우드 호텔
주소: 3667 Las Vegas Blvd S, Las Vegas, NV 89109 미국
예약: X
제가 사는 부산에도 생긴 고든 램지 버거... 단순히 맛보는 것만 생각하면 사실 안 가도 되죠.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 라스베가스 1호점에서 먹는 고든 램지 버거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맛도 있었습니다. 사실 생각보다 안 짜서 좋았다는... 저희는 예약은 따로 안 하고 방문했는데 (평일 저녁 기준) 30분도 안 기다리고 입장했어요! 오래 안 기다릴 수 있었던 이유는 평일이었다는 점이 가장 컸을 것 같아요.
저희는 버거 3개에 사이드 3개 다 다르게 해서 나눠 먹었습니다. 사이드는 기본 프라이, 트러플(소스가 함께 나오는) 프라이, 어니언 링 이렇게 먹었어요. 2개 이상 시키게 되면 꼭 사이드 다르게 바꿔서 맛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저희 가족한테는 양이 많아서 2개만 시켜도 될 정도였어요. 그래도 콜라와 함께 (가격 생각하며) 우걱우걱 다 먹었답니다. 아무리 배불러도 나가서 스트립 정신없이 걷다보면 소화가 된다는.
아 그리고 패티 육즙이 생각보다 아쉬웠어요. 그것만 빼면 충분히 재료가 신선하고 맛있는 햄버거였습니다. 콜라 1잔, 루트 비어 1잔까지 포함해서 3인 기준 총 113불 나왔고, 팁은 20% 따로 현금으로 줬습니다. 지금 환율로 하면 팁까지 약 20만원 정도. ...저녁 한 끼 먹는데 저 정도 금액이면 분명 부담스럽죠. 하지만 저희는 라스베가스 일정 이후로는 계속 이동하고 1박, 이동하고 1박 일정이어서 사실상 제대로된 외식은 고든 램지 버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한국에서 챙겨온 김자반, 참치, 누룽지 먹는 게 제일 맛있고 행복했습니다.)
[관광] 스피어 - 'Postcard from Earth' 영화 관람
주소: 255 Sands Ave, Las Vegas, NV 89169 미국
예매: 티켓마스터 공식 사이트 (406 섹션, 8열, 12-14 좌석)
라스베가스를 간 첫 번째 이유는 여행 동선 때문에 꼭 필요한 경유지였다는 점,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스피어였습니다.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끝판왕을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가 컸던 활동 중 하나였고, 결과적으로 기대만큼 좋았고, 같이 본 가족들도 모두 다 만족해서 더 뿌듯했어요!
스토리 자체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공상과학적인 요소가 베이스로 깔려있지만 감독님의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며 감안하고 봤습니다. 작은 화면이 점점 커지며 공연장 전체를 가득 채웠을 때의 그 황홀함은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소문대로 공연장 안의 경사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발 한번 잘못 헛디디면 큰 사고가 날 것 같은... 모두들 조심하시길. 좌석 간의 간격은 사직야구장 가보신 분들은 아마 아실텐데, 딱 사직야구장 일반 좌석 간격이었습니다. 사람들 오고 갈 때 같은 열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야하는... 그런 사소한 점은 영화 시작하면 다 잊을 정도라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입장 전 가방 검사, 몸 검사 다 합니다. 물이나 음료는 들어가기 전 다 버려야 하구요. 저희는 점심의 후유증으로 계속 갈증이 나서 매점에서 물을 안 사먹을 수가 없었어요. 무려 7달러짜리 물이었지만 맛있게 마셨으면 됐죠 뭐ㅎㅎ 엄마, 아들, 딸 모두가 하나같이 물이 제일 맛있다를 남발...
[관광] 정처없이 걸어다니기, 호텔 구경
라스베가스에 총 2박 하면서 도착한 첫 날은 저녁 도착이라 사실상 아무것도 못 했고, 관광할 수 있는 날은 실질적으로 하루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얘기한 계획이 아울렛 구경이었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아울렛을 가면 스피어 일정 빼놓고는 사실상 나머지 시간을 다 쓰게 될 것 같아 그냥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호텔 구경하면서 시간 보내자, 라고 계획을 변경했던 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한 일이었어요.
조금 뜨거운 날이었지만 그늘에 있으면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하늘도 정말 맑아서 그냥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벨라지오 호텔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사다가 분수 근처에서 마시는 사소한 일도 행복하더라구요. 햇빛이 쨍하게 비치는 낮에 보는 분수도 예뻤습니다.
처음에 커피 사러 벨라지오 호텔에 들어가 호텔 안에 있는 보태니칼 가든 (조경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생화로 색감을 정말 예쁘게 잘 장식해놨더라구요. 꽃으로 만든 조형물들도 정신없이 감탄하며 구경.) 구경도 하고 말그대로 정처없이 걷다가 위키드 뷔페에서 점심 먹고 호텔에 잠시 돌아와 쉬고 그러다 스피어 가고 했습니다.
저녁으로 고든 램지 버거를 먹고, 소화 시킬 겸 베네시안 호텔도 구경하고 어두워졌을 때는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도 보고, 스트립도 다시 한 번 더 걸어보고 했네요. 사람 구경, 주변 구경에 눈을 여기저기 돌리기 바쁜 본인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에요.
[라스베가스 총평]
1. 라스베가스는 (재미있는) 19금 도시다. 저희는 이틀만 있었는데도 호텔 안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다양한 겜블링 머신들이 나중에는 익숙해졌을 지경이었으면 말 다했죠. 저녁이 되면 섹시한 옷차림의 언니들이 공연 홍보하는 모습, 담배와 (가끔 톡쏘면서 특이한 냄새가 난다 싶으면 아마도 이것) 대마 냄새, 사람들의 온갖 향수 냄새가 뒤섞여 가끔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프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나중에는 그런가 보다 하게 되는, 별천지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2. 시간과 체력이 부족해 호텔 구경을 더 많이 하지 못한 게 좀 아쉬워요. 저희보다 더 오래 머무시거나 체력이 더 좋으시다면 호텔 구경을 꼭 더 많이 하셨으면. 저는 라스베가스를 경유지 개념으로 잠깐 머물며 스트립 구경 살짝하고 스피어 공연 보고, 이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리 구경, 사람 구경 자체가 재밌고 호텔 구경도 생각보다 더 재밌었네요. 역시 뭐든 직접 가서 보고 경험해 보지 않는 이상에는 절대로 알 수 없네요. 딱 하루만 더 머물렀으면 아쉬움없이 잘 즐겼을 것 같은. 물론 냄새는 좀 힘들었습니다ㅠㅠ
3. 언젠가 다시 가게 된다면 스피어에서 다른 공연 (특히 콘서트!)을 보고, 호텔 구경을 조금 더 해보고, 야외 자리가 있는 식당에서 맥주도 한 잔 하고 싶네요.
4. 마지막으로 한 가지 에피소드(자랑)를 얘기드리자면... 모든 일정 마무리하고 저희 호텔 로비로 들어와 마지막인데 우리도 게임 한 판 땡겨보자 해서 막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여기에서 1달러, 저기에서 2달러 날리다가 5달러짜리 넣고 한 룰렛 머신으로 75달러나 땄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쓰다 보면 얼마나 늦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열심히 빨리 써서 2탄으로 돌아와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또 가고 싶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