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가장 기대했던 곳이 브라이스 캐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곳이 미국에서 별이 가장 잘보이는 곳, 광공해 기준 2급지이고, 미국 내에서 2급지 중에 차로 갈만한 곳 중에 가장 높은 고도와 가장 깨끗한 공기, 그리고 계절을 타지 않는 날씨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거의 20년이상 2급지에서 별을 보는것을 꿈꿔왔었는데, 일본 홋카이도 아사이다케 산속에서 앞도 안보이는 날씨에 실패를 하고, 다시 재도전한 곳이었습니다.
입장요금.
비수기였으므로 24시간 차로 못가는 곳이 없습니다. (이번 여행으로, 캐년은 무조건 비수기에 그것도 겨울에 와야 겠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차로 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고, 사람 별로 안마주치고, 자연의 모습 그대로 즐길 수 있고, 숙박비는 반값~ 반의 반값 수준이고.. )
만약 예산이 성수기의 6~70%면 납득을 하는데, 캐년 관광은 본인이 스스로 모든 일을 한다는 전제하에 비성수기 예산은 반값 이하로 떨어집니다. 어떻게 계획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25~40%정도인것 같습니다. 만약 성수기는 장점만 있고 비성수기는 단점만 있으면 모르겠으나, 이번에 10일이나 있어보니까, 비성수기만 가진 장점이 너무 커서, 저는 오히려 같은 가격이라도 비성수기에 오고 싶을 정도니까요.
첫날 오후.
수많은 후두에 눈이 쌓이고, 그것이 노을빛을 받고 있으니 풍경이 비현실적입니다.
우리는 차로 선라이즈 포인트 앞에 대고 ~ 선셋포인트~ 로어 인스피레이션 포인트 로 이어지는 림 트레일을 걸었는데, 아이를 데리고도 1시간~1시간 반 정도 아무런 힘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무릎이 많이 안좋으신 노약자가 아니고서야 데리고 오고 풍경을 즐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올해 부모님 모시고 또 갑니다)
숙소는 ruby's inn 이었으며 90달러면 그저 감사한 수준의 가격.
저녁에 루비스인 내의 식당인 카우보이부페에서 식사를 했고, 3인 디너뷔페 가격은 팁추가하여 70불이었습니다.
이 루비스인 안에는 마트까지 있었습니다. 저는 두유가 없으면 못사는데 미국에 두유 다 이상한거 아시죠?
이 마트안에는 그나마 한국 두유와 가장 비슷한 두유가 있더군요 (한달 여행 중 가장 비슷한 두유였음)
날씨체크를 해보니...
완벽한 상황. 우주의 기운이 드디어 평생 소원을 풀어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위 앱은 clear outside 라는 앱으로, 별보는 사람들이 항상 사용하는 앱입니다.
달도 없고, 구름도, 안개도, 아무것도 없는 완벽 그 자체의 상황. 위의 class 2 bortle 이 바로 2급지라는 뜻입니다. (참고: 우리나라에는 2급지는 아예 존재하지 않음. 2급지보다 별이 1/3 수준으로 보이는 곳조차 없음. 어떤 오지든 다 포함하여.)
별 보는 사람들은 산악지역에서 보통 새벽2시 이후를 기다립니다. 낮게깔리는 안개가 없어지고 하늘이 깨끗해지길 기다리기 위해서죠. 하지만 다음 날 도 다른 캐년을 가야했고, 하루밖에 없는 일정. 12시까지만 기다려서 인스피레이션 포인트로 출발합니다.
모든 촬영장비를 다 가져갔습니다.
위 사진은 그냥 갤럭시로 대충 찍은 사진입니다. 오른쪽에 황소자리와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보입니다. 생각보다 별로죠? 네. 저는 극히 실망했습니다.
저도 2급지에서 겨울 은하수가 어느정도로 보이는지 잘 알고 있으나, 이 날은 이상하리만치 하늘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으나, 지면이 급속 냉각되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갔었음)
지면 근처의 안개가 눈에 보이지 않게 깔렸고 그게 걷히지 않아서라고 생각중입니다.
그래서 장비를 꺼내지도 않았고, 그저 눈으로 즐기기로 했습니다. 20년을 기다린 장면에 또 실패를 한 날.
이 상태에서 삼각대 꺼내고 dslr 장착하여 기술적 촬영을 하면 멋진 사진이 나오겠지만, 저는 그런 조작사진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로지 눈으로, 2급지의 하늘을 그대로 생각없이 보고 싶었던 것이었기에...
참고로 말씀드리면 차를 끌고 별을 보려면 인스피레이션 포인트의 주차장이 가장 낫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가보시면 알겠지만 비수기 겨울 밤하늘은 체감 영하 20도까지 떨어질 수 있고, 아무런 조명이 없어서 위험합니다.
그래서 포인트까지 내려서 걷는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만일 광공해의 영향을 감수하고서라도 좀 가로등이 멀리라도 있는 곳에서 보고 싶다면 브라이스 캐년 랏지나 선셋포인트 로드 근처의 큰 주차장에서 보는게 낫습니다.
아마 영하 20도의 앞 1cm 도 안보이는 곳, 그것도 눈내린 절벽지대에서 내려서 20분씩 걸을 수 있는 강심장이시면 위의 조언이 필요없겠지만요.
그래도 4등성까지는 눈으로 선명하게 다 보이며, 5등성정도까지도 보입니다. 단, 제대로 된 상급 2급지라면 보여야 할 M42의 색상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음 날 선라이즈 포인트에서의 일출 모습.
해가 뜨는 그 짧은 시간에 붉게 돌이 물들어 가는 모습입니다. 겨울에 다시 여길 가게 되니 벌써부터 또 기대가 되네요.
충분히 감상한 뒤, 해가 다 뜨는것을 보고 퀸즈 가든 트레일로를 따라 내려갑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서 한 발짝이라도 내려갈 생각을 했다면 한국 겨울산행의 준비물 정도는 기본으로 갖춰야 합니다.
중등산화, 겨울용 등산 울양말, 등산스틱, 아이젠, 스패츠, 레이어링시스템을 지킨 복장, 핫팩 등등. 일본이나 미국 자연 관광지가면 항상 느끼는 것은, 현지인들은 자기가 어디까지 할 거냐에 따라 복장을 철저히 준비해 온다는 점입니다.
만약 한겨울에 트레일로를 따라 캐년 아래로 내려갈 생각을 했다면, 한국의 가장 힘든 겨울 산행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하고 준비해 와야합니다.
무료였던 조식뷔페입니다. 90달러에 3명이 무료로 조식까지 먹을 수 있는 비수기에 그저 감사.
내부의 모습.
여유만 있었다면 이런것도 다 천천히 구경했을텐데.
11시에 떠나기 전 브라이스캐년의 모습.
여길 다녀오고 이 여행을 더 늦기 전에 부모님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1년만에 다시 올해 겨울에 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