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행하는 방식은 한국에서 오는 여행자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거주자이고, 아주 털털한 스타일인데다, 자주 다니면서 구력이 쌓이다보니 비용을 최소화하는데 최적화 된 거 같습니다. 이번 그랜드캐년에는 베가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이동을 원하는 한가족이 있어서 간 김에 가게 되었습니다. 19일에 투어 시작이라 18일 아침에 샌프란시스코 인근 집에서 아침 8시 좀 넘어 출발하였습니다. 목적지는 그랜드캐년 싸우스 림인데 국립공원 내 캠프장은 이미 예약이 꽉 차서 국립공원 바깥에서 차박지를 물색해놓았습니다. 운전거리는 총 12시간이고 중간에 기름을 한번 더 넣었습니다. 바스토우로부터 40번 도로는 거의 35년 만에 타게 되어 중간에 니들즈 마을은 아스라히 기억에 남아있어 반가웠습니다. 그랜드캐년 매표소 못미처 왼편으로 Long Jim Loop이 가장 근접한 차박지인데 캄캄한 녘에 진입하니 어느새 캠핑카들과 텐트들이 거의 꽉 차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나무 사이 빈 자리 하나가 보이길래 그리로 들어갔더니 나무 밑둥에 나무표지가 보였는데 내용을 보니 누군가 수목장을 한 거같이 사람 이름과 생몰 연대가 적혀 있었습니다. 아무도 안들어온 이유를 알 수 있었고, 뭐, 그러거나말거나 그 자리에서 12시간 운전의 피로를 잘 풀었습니다.
담날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해서 행장을 꾸렸습니다. 오늘은 브라잇앤젤 트레일을 따라 플레토 포인트에 갈 예정입니다. 지도를 보니 왕복 14마일, 21킬로에 1000미터 하강 후 1000미터 올라오는 코스라 쉽지 않은데 뙤약볕이 어떨지 모르는 환경입니다. 대략 6시간 잡고, 해가 뜨거워지기전에 산행을 마치는 걸로 목표하고 6시에 매표소를 통과해서 브라잇앤젤 들머리 주차장에 6시 15분에 당도하였습니다. 외부기온이 화씨 36도, 즉 영상 3도입니다. 으~~~ 우짤 수없이 외투를 꺼내입고 출발하는데 미쿡넘들은 반바지에 반팔로 가는 친구들도 보입니다. 무게에 살고 무게에 죽는 백패커들이라 이해는 됩니다.... 그렇게 여명이 트는 희끄무리한 내리막길을 시작하였습니다. 브라잇앤젤 트레일은 그랜드캐년에서 가장 인기많은 트레일이라 1.5마일 지점마다 쉼터가 있고 식수원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다시 올라올 생각을 하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지만 협곡이라 음영지대가 자주 있어서 3월의 산행환경은 아주 안전하고 쾌적합니다. 이렇게 4.5마일 지점의 하바수파이 가든까지는 편하게 내려갔는데 거기에서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플레토 포인트 진입로를 놓쳤습니다. 내려가다보니 다른 길이 나오는 바람에 알게 되어 되돌아갈까 하다가 지도를 확인하니 시냇물 건너 언덕 위로 올라가면 되는 방향이라 가시덤불 헤치고 잠깐 러셀을 해서 플레토 포인트 길로 내려갔는데 아뿔싸, 그 길이 급수시설 공사중으로 막혀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온 김에 콜로라도 강줄기는 알현을하고 가려고 그냥 하바수파이 가든까지 되돌아와서 그냥 브라잇앤젤 트레일로 다시 내려갔는데 어마어마한 내리막 줄기가 계곡을 빙돌아 굽이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대략 육안으로만 봐도 고도 400미터 이상 내려가야 하는 내리막인데 저거 내려갔다가 되돌아 올라가면 쏟아지는 햇볕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꺼 같아서 고기꺼정만 가는 걸로 결정하고 그 옆에 봉우리에 올아가서 콜로라도 강을 눈꼽만큼만 보고 되돌아 올라왔습니다. 산행거리는 도합 16.7마일에 4만 걸음 넘게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