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우리 가족은 부푼 꿈을 안고 하와이 휴가를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출발 2주 전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연이어 하와이를 위협하는 허리케인 이슈 때문에,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쥐고도 떠나는 그날까지 심장이 조마조마해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날아올라 마침내 빅 아일랜드(Big Island)에 발을 디뎠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도착한 그날 역시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첫날을 날릴 순 없다는 일념으로, 비가 살짝 잦아진 틈을 타 기적적으로 임시 오픈했다는 화산 국립공원(Hawaiʻi Volcanoes National Park)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붉고 강렬한 용암 불빛이 이글거리고 있었습니다! "곧 용암이 분출할지도 모른다"는 과학적인 관측 기사를 보긴 했지만, 제 두 눈으로 직접 살아 움직이는 붉은 기운을 보니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제발 내가 빅 아일랜드에 머무는 동안 꼭 화끈하게 터져줘!'라며 밤하늘에 간절히 소원을 빌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거짓말 같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땅속이 요동치더니 진짜로 화산 분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야호!!" 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 가족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곧장 화산으로 달려갔고, 대자연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불꽃쇼에 매료되어 넋을 잃고 한참 동안 관람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생생한 팁 하나 전합니다. 자연의 신비함에 홀려 영혼을 빼앗긴 채 3시간 동안 서 있었더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팔뚝에 붉은 일광화상(Sunburn)을 입고 말았습니다. 화산 용암 불빛만큼이나 제 피부도 빨갛게 익어버렸으니, 빅 아일랜드에 가실 분들은 자외선 차단제를 제발 영혼까지 끌어모아 시간마다 꼼꼼하게 제대로 바르시길 눈물로 당부합니다! ㅠㅠ (저도 바르긴 발랐었습니다.)
그렇게 화산의 정기를 가득 받고, 우리는 코끼리 코 모양을 닮은 바위로 유명한 홀레이 씨 아치(Hōlei Sea Arch)까지 드라이브를 떠났습니다. 가기 전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볼 때만 해도 "왕복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1시간은커녕 저희 가족은 무려 왕복 3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물론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검은 용암 대지와 푸른 바다의 경관이 너무 멋져서 차를 세우고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탓도 있습니다. 하지만 짐작보다 거리가 꽤 되니, 혹시 이곳저곳 둘러보며 하와이의 찐 자연을 제대로 느끼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무조건 시간 여유를 넉넉히 잡고 움직이시는 것을 강력 추천(당부!)합니다. 조마조마했던 시작과 달리, 평생 볼까 말까 한 화산 폭발까지 직관하며 대자연의 짜릿한 밀당을 제대로 즐긴 최고의 여름 휴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