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샌프란시스코 여행에 대한 몇가지 이야기 #2 - 국내선

10월 중순에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던 또 한가지의 이야기입니다. 국내선 탑승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국내선이 예고없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다는 글을 많이 봤었지만 제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고 별다른 공부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벤트가 저를 비켜가지는 않더군요. 지나고보니 별 것 아니었던 그러나 처음 겪었던 정말 힘겨웠던 그 몇 시간을 간략하게 기록해 둡니다. 모두 라스베가스 맥캐런 공항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1. 운항 일정의 취소( 라스베가스 → 샌프란시스코)

저는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고 검색대까지 통과한 후에 항공편이 취소된 사실을 알았습니다(이때까지 항공편은 취소되지 않았습니다). 보딩 시작까지 십여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영어에 유창했다면 안내방송 내용을 통해 제 항공편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 제가 그 사실을 인지한 것은, 보딩을 기다리며 업무 확인 차 메일을 확인했을 때였습니다. 제가 예약했던 항공사(알라스카 항공)로부터 제 항공 일정이 취소되었다는 메일이 와 있더군요. 그제서야 탑승구 포디움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전광판에서 제가 탑승할 항공기 운항 일정 옆에 cancelled라는 글자가 보였습니다. 

알래스카 앱을 열어보았습니다. "라스베가스 → 샌프란시스코" 항공편이, "라스베가스 → 시애틀 → 샌프란시스코"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제가 원래 타야할 항공편이 취소되면서 자동으로(기계적으로) 수정·예약된 것 같습니다. 그때가 오후 2시쯤이었는데 자정 쯤 도착되는 일정이더군요. 아직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막역한 두려움이 있던 때, 자정 넘어서 샌프란시스코의 시내에 들어가라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정이었습니다. 


2. 항공편 수정

일단 포디움의 긴 줄에 합류했습니다. 참 처리가 더뎠습니다. 심지어 항공사 직원은 콜라를 마시며 간간히 스트레칭도 하더군요. 아마 우리나라였다면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을 겁니다.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는 수정된 항공편 일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다른 직항 항공편을 원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직원 왈, 당신은 알래스카 항공을 통해 예약을 한 것이며, 이 창구는 버진 아메리카 항공 창구이므로 수정된 예약을 변경해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제 항공편은, (알래스카 항공을 통해 예약했지만) 버진 아메리카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코드 쉐어라고 하나요). 즉, 항공기는 버진 아메리카이지만 예약은 알래스카 항공을 통해 한 것이니 그 항공사 데스크에 가서 알아보라는 것이지요. 

일단 알겠다하고 물러났지만, 보딩하는 곳으로 들어왔는데 어떻게 다시 바깥으로 나가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검색대 쪽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나가는 문을 알려주었습니다(다른 공항은 어떤지 모르지만, 다시 나가는 문이 있더군요...). 해서 알라스카 항공 데스크로 갔습니다. 

처음에 데스크에 있던 알라스카 항공사 직원은, 버진 아메리카 항공기 운항이 취소된 것이므로 우리가 어찌해 줄 수 없다는 식으로 답변했습니다. 그래서 버진 아메리카 쪽에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알라스카 항공으로 가보라고 한다, 하며 손짓발짓 섞어가며 사정을 했습니다. 그러자 직원은 다시 한번 알아봐 주겠다고 했고, 몇 분 후 4시 15분발 (알라스카 항공사 명의의) 유나이티트 항공편 예약증을 발행해 주었습니다. 항공권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은 없었습니다. 사실 이게 당연한 것인데, 왜 처음에 제 요청을 거절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상황을 영어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일까요.  


3. 수화물을 찾아라: 아래의 상황은 저의 항공편 일정이 조정할 때, 제 수화물들이 연동해서 처리되지 않는다는 뜻하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좀 당혹스럽고 내용입니다. 

문제는 1시경에 체크인한 수화물이었습니다. 잘못하면 캐리어가 시애틀로 날아갈 판이었습니다. 제 캐리어를 회수해야 한다, 고 직원에게 이야기했더니, 알라스카 항공사 직원은 버진 아메리가 항공사 Baggage Claim 으로 가면(창구 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십여분 뒤에 제 수화물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 층 아래에 있는 수화물 창구에 내려가 직원이 알려준 창구에서 한 십여분쯤 기다렸을 겁니다. 빈 벨트만 계속해서 돌았습니다.. 수화물 창구 맞은 편에 항공사 사무실들이 조그맣게 있었는데, 버진 아메리카 사무실로 갔습니다.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뜨악한 혹은 약간 한심한 표정으로 저의 어설픈 영어를 듣던 직원은, 알라스카 항공사 직원이 알려준 번호와는 다른 창구 번호를 알려주면서 5분 정도 기다리라고 했습니다(그리고 제 항공권에 찍힌 수화물 번호를 확인하여 누군가와 통화했습니다)

또, 5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수화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때 버전 아메리카 항공사 직원이 제게 다가와서 수화물을 찾았으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아직 못찾았다고 했더니 다시 제 수화물 번호를 다시한번 확인하고, 무전기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무전기 저편에서 "Here we go"라는 소리가 뚜렷히 들렸습니다. 몇 초 후에 제 캐리어가 벨트 위에 나타났습니다. 

아시겠지만,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이외에는 수화물에 대한 비용을 별도로 부과하기 때문에 캐리어를 수령한 후, 버전 아메리카 데스크로 가서 환불을 요청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때쯤 저는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였기 때문에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하겠더군요. 해서 바로 유나이티드 항공사 데스크로 가서 체크인을 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버진 아메리카 홈페이지에 있는 이메일 주소로 관련 내용을 적어 보냈는데, 아직 답변은 없는 상태입니다. 


4. 또다른 이벤트: 이거 김치입니까?

유나이티드 항공권을 발권한 후, 다시 검색대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동행하셨던 어머니의 짐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기내에 들고 탑승하실 배낭에, 김치를 담은 (작지않은) 병 2개를 넣으셨던 것입니다. 바로 한시간 전에는 어떻게 문제없이 검색대를 통과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검색대의 보안직원은, 병을 보고 "이거 혹시 김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이때 검색대를 통과하던 한 외국인이 낄낄대며 웃었습니다). 그렇다고 했더니, 직원 왈 "나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상관이 이를 문제 삼는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버릴 것인지 아니면 항공사 데스크로 가서 배낭을 추가로 수화물로 체크인할 것인지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서 몇 번을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체크인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직원은 나가는 길을 에스코트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한시간 전에 항공권 수정을 위해 빠져나왔던 문이었습니다. 직원은, 제가 문을 빠져나갈 때, 어머니의 배낭을 제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리고 말하길, 다시 검색대에 돌아올 때 나를 찾으면 추가적인 검색없이 바로 통과시켜 주겠다고 했습니다. 
유나이티트 항공사 데스크로 가서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상황을 이해시키는데 수 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간단히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텐데, 늘 상황에 닥쳐서는 제 어설픈 영어가 산으로 가는 것 갑니다. 캐리어 2개에 50달러였는데, 배낭 하나를 추가하니 35달러가 추가로 부과되었습니다. 수화물에는 135달러, 당초 알라스카 항공권 가격(2명)에 육박하는 비용입니다. 

검색대로 돌아왔을 때, 그 직원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저 멀리 보이기는 했지만, 큰 소리로 그 사람을 부를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검색을 받았습니다. 이때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전화를 받을 경황이 없어서 그냥 끊었습니다. 검색대를 통과하고 어머니를 뵈었을 때, 어머니는 사색이 되어 있으셨습니다. 핸드폰을 보니 몇 차례 전화를 거셨더군요. 뒷모습이 영락없이 덩치가 큰 (키가 190센티는 족히 되어 보였습니다) 직원에게 어딘가로 끌여가는 모양새였는데, 얘가 어떻게 되는가 아닌가 오만생각이 드신 것이지요. 그 몇 분 동안 혼자서 얼마나 무서우셨을지. 제가 충분히 설명을 드리고 체크인을 하러 갔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던 저의 불찰입니다.


5. 에필로그
 
저는 영어를 못합니다. 그러니까 시험을 위해 영어를 공부했던 한국인 평균 이하일 겁니다. 몇 년 전 일 때문에 어떤 미국인에게  메일을 보낼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영어가 이상해서 정말 미안하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메일에 그 미국인은 이렇게 답해 주었습니다. "당신는 미국인이 아니며 따라서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신경 쓸 필요없다". 그 말이 제게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을 때마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하므로 천천히 말해 주겠느냐, 고 부탁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은 제 요청에 기꺼이 또박또박, 그리고 몇차례 반복해서 말해 주었습니다. 특히, 호텔비 정산이나 항공권 발권에서는 사실 확인이 무척 중요했으므로 없던 용기를 짜내서 묻고 또 묻고 했습니다. 아마 답답했겠지만, 그렇다고 반복해서 내용을 확인하고자 하는 제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습니다(또하나 이곳 미여디에서 읽었던 내용인데, 요청할 때마다 "please"를 꼭 붙였습니다). 아마 다들 영어를 잘 하실 것이므로 저 같은 곤란을 겪으실 분은 많지 않으시겠지만, 혹시 저처럼 영어에 서툰 분들이라면, 영어를 못한다는 것에 위축되지 마시고 정중하게 물으시고 또 물으시면 의사소통에 큰 무리없이 일을 처리하실 수 있을 것이라는 응원을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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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 네이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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