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3 - (3)편
2016년6월19일
그랜드 캐년 노스림 캠프그라운드, 스테이크
으와..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일어서니까 또 다리가 엄청 아프네요..
며칠은 푹 쉬어야 나아질거 같아요ㅎㅎ
어기적.. 어기적.. 매점으로 가봅니다.
매점이 있다는게 아직도 그렇게 다행스럽게 느껴질 수가 없네요ㅠㅠ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릴 수도 있고..
샤워실과 세탁실도 있고..
차도 있고..
사람들도 있고....
여기는 문명세계
아..
꿈만 같아요
매점 앞에 이렇게 장작을 팔고 있어요
아무거나 들고 들어가서 안에서 계산하면 됩니다.
이 장작으로 스테이크를 구워먹을거에요ㅋ
하이킹을 끝내고 난 직후라
머리 속에는 온통 그랜드캐년만 꽉 차 있고
다른걸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어요
매점을 아무 생각없이 멍하게 돌다가 장작이랑 스테이크만 사가지고 나왔어요
립 아이 스테이크 7.23달러..
장작 6.5달러..
여기에 세금 6.9% 붙어서 14.68달러에요
아우.. 뭘 더 사야되죠?
다른게 꽉 차 있는 머리로 한참 앉아서 고민해봅니다.
아예... 머릿속이 마비됐어요......
아으......
더운데 앉아있다보니까 시원하고 달달한게 먹고싶어서
몇 가지 더 사가지고 나왔어요
술은 평소에 잘 안 마시니 오늘도 패스..
죄다 싼걸로만 사왔어요
저 바나나칩은 1.99달러ㅋㅋㅋㅋㅋ
세상에 미국 물가에 1.99달러짜리가 있다니
보는 순간 바로 집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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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잘 보면 아이스크림은 봉지만 있죠ㅋㅋㅋㅋㅋ
요렇게 벌써 먹고 있음ㅋㅋㅋㅋㅋ
뜨거운 하이킹을 끝내고 먹는 아이스크림의 맛ㅠㅠㅠㅠㅠㅠ
정말 환상이에요ㅠㅠㅠㅠㅠㅠ
매점 앞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다시 어기적 어기적...
사이트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기 전에 일단 샤워도구를 챙겨서.....
샤워부터 하고 옵니다ㅎㅎㅎㅎ
아이 시원해라ㅠㅠㅠㅠㅠㅠㅠㅠ
얼마만에 문명세계에서 샤워를 해보는건가요ㅠㅠㅠㅠㅠ
땀과 먼지가 쫘르륵 씻겨내려가는 이 기분...
으아아아아아아~~~~~~~~~
시원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사이트로 돌아옵니다.
이제 스테이크를 구워야죠...
일단 버너를 켜서 장작 하나를 얹어놓으니 금방 불이 붙네요 유후~
역시 버너의 화력 짱!
버너는 얼른 끄고 불 붙은 장작 위에다가 다른 장작을 촵촵 쌓아서
이렇게 불을 질러 봅니다.
불이 이글이글 타올라요
제 가슴도 이글이글 타오릅니다.
불이 활활타고 있는 동안 맥가이버칼로 립아이를 해체했어요
질긴 부분이 같이 붙어 있어서 말이죠ㅋ
파이어 핏에 원래 설치된 그릴이 좀 지저분한거 같아서
백팩에 있던 휴대용 그릴을 얹어봅니다.
길고 힘들었던 하이킹을 끝냈다는 후련함과..
눈 앞에서 장작불에 맛있게 익어가는 스테이크..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요......
이제 대충 익은거 같네요..
얼른 테이블로 옮겨서 쓱싹 잘라서 먹어봅니다.
와우...
너무 판타스틱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장작불에 직화로 구운 립아이 스테이크ㅠㅠㅠㅠㅠㅠ
풍부한 육즙에...
훈제향에...
넘 맛있어요ㅎㅎㅎㅎㅎ
두 개 사올걸 그랬어요ㅋㅋㅋㅋㅋ
캠프 그라운드에서의 장작불 스테이크..
힘든 하이킹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너무나 좋은 선택이네요.
어느새 날이 많이 어두워졌어요
사온 장작을 반 정도 넣었는데 어느새 불이 꺼져가고..
장작을 좀 더 넣어야겠어요
장작불이 타는 소리.. 그리고 향기를 느껴보세요...
너무나 좋죠....
주변에 있는 사이트에도 어느새 모닥불들이 하나씩 피어오르고 있어요
모두들 즐거운 바베큐 타임들이네요.....
지금 이 순간, 온몸이 뻐근하지만.. 너무 행복합니다.
날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어느새 시간은 밤 9시....
이제 자야죠........
내일은 아침 일찍 차로 이동할거에요.
여기는 그랜드 캐년 노스림인데요..
제가 원래 여행에 가져온 캐리어는 플래그 스태프(flagstaff)에 있는 숙소에 보관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캐리어를 찾으러 다시 플래그 스태프로 돌아갈건데..
제가 정보를 못 찾은건지.. 한국에서 알아본 바로는 노스림에서 플래그 스태프로 한번에 가는 교통편은 없고요
여기서 예약제로 운행되는 수송차량을 타고 사우스림으로 가서..
거기서 다른 예약 차량으로 바꿔타서 플래그 스태프로 갑니다.
이렇게 플래그 스태프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차량을 두 차례나 예약하느라 돈이 많이 깨졌어요ㅠㅠ
아무튼.. 예약된 출발시간은 내일 아침 7시...
픽업장소는 매점 앞이에요.
양치를 하고 와서 텐트로 엉금.. 엉금... 기어들어가봅니다.
이 텐트 말이죠.. 초경량 1인용 텐트라서 들어갈 때 기어들어가야 돼요ㅋㅋㅋ
국산 브랜드인 제로그램 제품인데요..
국산 중에 이렇게 쓸만한 텐트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오늘은 매트도 있고 침낭도 있어서 따뜻하게 잘 수 있겠죠..
아....
그랜드 캐년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니 아쉽네요...
그래도 눈을 감아봅니다.
소리가 들려요
숲속의 소리..
바람 부는 소리...
보여요?
태양이 눈부시게 내리쬐고 있어요
광대하고 아름다운.. 대협곡으로....
미안해요 꿈이에요.........
잘자요...
아름다운 여행의 13일차가 지나가는 이 밤에서요..
14일차에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