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1 - (6)편
2016년6월17일
그랜드 캐년 노스림 캠프그라운드
헉.. 설마~~~
저 사람들 하는 얘기를 가만 들어보니까요..
오늘 새벽에 이곳 노스림을 출발해서 사우스림까지 갔다가 다시 여기까지 돌아왔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일치기로 림에서 림까지 왕복을 한거죠..
저는 사우스림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4박5일이 걸렸는데 말이에요!!
하긴 당일치기는 림 아래에서 밤을 지내는게 아니기 때문에 캠핑 장비가 필요없으니 짐이 엄청 가볍겠죠.
짐을 최소화한다면 물이랑 비상식량으로 에너지바 정도.. 그리고 등산 스틱 정도만 챙기면 될거 같네요.
점심거리도 따로 가져갈 필요없이 사우스림에 올라가서 먹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짐이 아무리 가볍다 해도 정말 대단하네요..
림에서 림까지 왕복이라면 거리상으로는 60km가 넘고
고도차이는 1.5km에 한낮 체감기온은 50도에 육박하는데 말이죠..
저 사람들 몸을 보니 거의 마라톤 선수 같은 몸이네요!!
남자 한명에 여자 두명인데 군살이 거의 없고 완전히 날렵한 몸이에요.
아무튼 다른 하이커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하염없이 널부러져 있는 중이에요....
으아........
정말 힘들었네요.......
오르막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거 같았어요ㅠㅠㅠㅠㅠ
아무리 걸어도 제가 걷는 속도와 똑같이 꼭대기가 계속 멀어지는 느낌이었어요ㅠㅠㅠㅠ
너무나 힘든 몸과..
이제 오르막이 끝났다는 이 안도감과..
그리고 원시자연 속에서 다시 문명세계로 나온 이 기분.....
여러가지 감각과 감정이 교차하고 있어요.
한 30분 그렇게 널부러져 있었을까요..
으....
그러고보니 목 마른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늘어져 있다보니....
날진 물통을 꺼내들고 어기적어기적 식수대로 가봅니다.
꼭지를 트니까 시원한 물이 아주 세차게 나오네요
꿀꺽꿀꺽 마셔봅니다
크으............
시원하다...............
시간이 더 늦기 전에 예약해 놓은 노스 림 캠프그라운드로 가봐야겠어요.
노스 카이밥 트레일 헤드 한쪽에는 이렇게 트레일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어요.
잠깐 물을 마시면서 설명을 보다가 다시 백팩을 영차 메봅니다.
우...
무거워요ㅋㅋㅋㅋㅋ
하지만 이제 오르막길이 없으니 다행이네요
진짜 정말로 무지하게 다행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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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니 이쪽으로 가면 되나봅니다.
이 브라이들패스(Bridle path)를 따라가면 캠프그라운드가 나오는데요
안내판을 잘 보면 캠프그라운드까지 0.7마일이라고 써 있죠.
얼핏보면 7마일처럼 보여요ㅋㅋㅋㅋㅋㅋ
미국에서는 소숫점을 쓸 때 앞에 영(0)을 안 쓰기도 하더라고요.
한 1.1km되겠네요....
아 뭐 이리 멀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가 수레 좀 태워주면 좋겠는데
말이 끄는 수레 있잖아요 달구지 같은거
소가 끄는 것도 좋고
에혀...
지나가는 소가 없네
천천히 터그덕 터그덕 걸어갑니다.
힘들어서 카메라 들 힘이 없어요
지금부터 그냥 폰카로 찍을거에요
오 이런 스마트폰도 무겁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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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걸어가다 보니까 이런 숲길이 나와요
듣던대로 노스 림에는 숲이 우거졌어요 와우..
사막의 열기가 느껴지는 사우스림과는 다르죠..
기온도 훨씬 낮은거 같아요
좀 더 가다보니 드디어 저 멀리에 뭔가 보이는거 같은데요!!
아.. 힘들어 죽겠는데 저기까지 언제가지ㅠㅠ
드디어 캠프그라운드 매표소!!!
아... 다 왔다!!!!!
매표소에 가서 예약서류를 보여주니까 이런 보물지도를 줍니다.
보물지도를 쥔 저의 손이 시커멓게 그을린거 보이시죠?
제가 미국에 도착할 때만 해도 황인종이었는데 지금은 흑인이에요
땡볕이 이렇게 만들었어요ㅠㅠ
조금더 가다보니 와우~ 매점이 있네요!!
역시 문명세계라 매점이 있구나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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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동ㅠㅠㅠㅠㅠㅠㅠㅠ
매점 옆에 쓰레기통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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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동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니
여기는 천국인가봉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매점에 들어가서 밤에 깔고 잘 매트도 사고..
맥주가 보이길래 맥주 한병 샀어요.
림 아래에서는 더워서 잘 때 매트도 침낭도 필요없었지만 여기는 림 위라 잘 때 추울거 같아서요
매트와 맥주 합쳐서 11.94달러에요.
근데 맥주를 사놓고 보니 같이 먹을게 필요할거 같아서 다시 매점에 들어가서 프링글스도 하나 샀어요
문명세계로 나오니 갑자기 돈이 줄줄 나가네요ㅋㅋㅋㅋㅋ
보물지도를 보면서 제 사이트를 찾아가는 중..
음.. 이쪽으로 들어가면 되는거 같은데..
다시 보물지도를 유심히 봅니다.
으으으음........
제 사이트는 T-2거든요.
도대체 저는 지금 어디있는걸까요.
아 찾았다~~
바로 저 자리!!!!
아쥬 아늑하게 생겼죠ㅎㅎㅎ
얼른 가서 백팩을 던져놓고 테이블에 앉아봅니다.
아.......
편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까 매표소에서 준 종이를 보니까 캠프그라운드에서 지켜야할 사항들이 꼼꼼하게 적혀 있어요.
벌써 날이 많이 어두워졌는데 아직 저녁도 못 먹었고...
얼른 텐트치고 식사부터 해야겠어요.
힘들지만 서둘러요 어서~~~~
마음은 서두르고 있는데 몸은 어기적 어기적ㅋㅋㅋㅋㅋ
지금 뼈와 살이 분리된 상태라 빨리 움직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요
텐트를 겨우 다 치고 다음 차례는 저녁식사..
백팩을 뒤적뒤적해 보니 남은 식량이 좀 있네요.
오늘은 이걸로 대충 떼우기로 하죠
생각같아서는 매점에서 맛있는거 사 먹고 싶은데 어차피 식량도 남아있고
매점까지 갔다올 힘도 없어요ㅠㅠ
저녁을 대충 만들어 먹고 나니 날이 꽤 어두워졌네요.
근데 아직 샤워를 못했거든요..
림 아래에서 제대로 씻을 수가 없어서 온몸이 완죤 땀범벅인데
힘들어도 샤워는 하고 와야겠어요.
어쩌면 샤워실 입장하는데 동전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동전이랑 샤워도구를 챙겨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봅니다.
다리가 아파서 걷는 속도가 엄청 느리네요ㅋㅋㅋㅋㅋ
그래도 열심히 가봅니다.
아까 캠프그라운드로 들어오다보니 샤워장이 입구쪽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거기까지 열심히 가고 있어요.
열심히 갔는데
갔는데...
샤워장 문 닫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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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장 운영시간이 지났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청소중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
운영시간이 아마 밤 8시인가 9시까지인가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아아아아아악악아가악악아가강가아가아가가악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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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기 전에 올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할 수 없죠...
샤워는 다음 기회로 미루는 수 밖에요ㅠㅠㅠㅠㅠㅠㅠ
내일은 아침 일찍 여기서 떠날 거지만 낼 모레 다시 올거거든요
그 때 하도록 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웁스...
날이 어두워지니까 엄청 춥네요........
우어...
아무리 그래도 여기가 그랜드 캐년인데..
한여름에 이렇게 추워도 되나요?
아니 무슨..
어제까지는 50도 이상 올라가는 사막에서 뒹굴다 왔는데
이건 머..
다시 문명세계로 나오니까 날씨가 무슨 가을 날씨같아요ㅠㅠㅠㅠ
노스림이 아무리 숲이 우거져 있다고 해도 이렇게 추운줄 몰랐는데..
허걱..
바람까지 불어요...
사이트로 돌아가는데 겁나 추움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뜨거운데 있다가 나와서 추위에 적응이 안 돼요ㅠㅠㅠㅠ
화장실에 들려서 양치를 하고 세수도 해봅니다.
세수를 하고 나오니까 더 추워요ㅋㅋㅋㅋㅋㅋㅋ
덜덜 떨면서 어기적어기적 걸어서 겨우 사이트로 돌아왔어요
바람이 미친듯이 부는 가운데 제 사이트에는 조그만 1인용 텐트만 달랑 쳐져 있네요.
샤워를 못해서 찝찝하지만 그래도 추우니까 얼른 텐트로 기어들어가봅니다.
텐트로 들어오니까 좀 살만하네요.
얼른 자야 겠어요.
림 아래가 덥다는건 충분히 알고 왔지만
노스림이 이렇게 춥다는건 진짜 몰랐네요ㅠㅠㅠㅠ
그것도 한여름인데 말이죠..
침낭도 없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침낭은 지금..
130km가 넘게 떨어진 플래그스태프(flagstaff)에 있는 호스텔에 맡겨놓은 캐리어 안에서 잠자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지금 침낭도 없이 덜덜 떨면서 자고 있어요
으으으응...
그래도 어쩔 수 없죠
그나마 매점에서 사온 매트라도 있으니 매트를 깔고 누워봅니다.
내일은 노스림 근처에 있는 위드포스 트레일(widforss trail)을 걸을거에요.
푹 자고 체력을 회복해야 내일 하이킹이 수월하겠죠...
눈을 감아봅니다.
좀 춥긴 해도...
그래도 드디어 노스림까지 왔다는 사실이 기쁘네요...
아직도 림 아래에서의 뜨거운 사막이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열사의 땅..
수억년 전의 지층들...
그곳을 걷고 또 걸었죠.
그리고 여정은 마침내 이곳 그랜드캐년 노스 림..
림 아래의 사막과는 또 다른 이곳에서 위드포스 트레일 하이킹을 앞두고 있어요.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이 여행의 12일차가 또 시작되겠죠..
그때까지 푹 쉬도록 해요.
안녕, 길고 힘들었지만 내 인생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