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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설명하기 전에 부시윅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십수 년 전만 해도 브루클린에서 가장 핫한 동네를 꼽으라면 단연 윌리엄스버그였다. 하지만 윌리엄스버그의 임대료가 소호와 같은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으며 임대료가 미친 듯이 치솟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어디가 포스트 윌리엄스버그가 될 것인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치 강남에서 홍대로 홍대 입구에서 연남동, 연남동에서 망원동으로 이어지듯이 윌리엄스버그를 대신할 예술적이면서도 핫한 동네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그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곳이 바로 부시윅이다. 뉴욕 내에서 가장 큰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공간이고 한때 뉴욕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던 곳이다. 우범지대로 악명 높은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윌리엄스버그를 떠난 젊은 예술가들, 장인들은 동쪽으로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부시윅에 둥지를 틀었다. 브루클린의 황금 열차라 불리는 L 트레인으로 맨해튼까지 한 번에 닿을 수 있는 교통 편의성, 상대적으로 아직까지도 낮은 임대료, 최근 몇 년간 미국계 이주자의 유입 증가로 치안 문제 해소 등이 그 이유였다. 부시윅 제퍼슨 역을 빠져나와 보게 되는 그라피티들은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이해시켜준다. 골목골목 자리 잡은 빈티지 감성으로 무장한 숍들과 카페, 레스토랑들, 크고 작은 예술가 코옵이 운영하는 갤러리에서는 실험적인 전시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6-7년 사이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격은 지역으로 2011년 뉴욕의 한 경제지는 부시윅을 일찌감치 포스트 윌리엄스버그로 점찍었다.
결론은 뉴욕 여행 중 브루클린 그것도 부시윅을 놓친다면 브루클린을 봤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 꼴랑 윌리엄스버그를 다녀와 브루클린을 다녀왔다는 말을 한다면 뉴요커들은 이렇게 답할지도 모른다. "그냥 소호를 가지 그랬어? 언제적 윌리엄스버그야. 이미 맛 간지 오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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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윅의 카페, 상점들의 차이점은 운영방식에도 있다. 그들은 보통 월~ 목요일 낮까지는 자신들의 작업에 집중한다. 예술 상점이나, 라이브홀, 혹은 카페나 식당을 운영하더라도 대부분이 자신의 작업을 하는 예술가인 그들은 상대적으로 손님이 적은 평일에는 문을 닫는다. 그리고 목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가게 문을 활짝 열고 영업한다. 부의 축적보다는 자신의 함량 고양에 힘쓰며, 자신의 작품과 결과물로 대중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커피점에서 일하는 바리스타가 화가라든가, 식당에서 홀 서빙을 하는 웨이트리스가 연극배우라든가 하는 일은 뭐... 부시윅에서는 흔한 일이다.
젊은 예술가들은 배가 고프고, 기회가 많지 않기에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투잡, 쓰리잡, 멀티플 잡을 가진다. 한국의 예술계보다 기회가 많은 뉴욕, 미국이라고 해도 그만큼 꿈을 품고 세상 곳곳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곳도 또 뉴욕이니까.
그 부시윅에 카페 앤 바 헤비우드가 있다. 그라피티로 가득한 빌딩 벽, 오후 느지막이 문을 여는 식당과 술집, 클럽으로 12시가 훌쩍 넘어서 점점 살아 움직이는 부시시윅이다. 그런 부시윅에서 아침에 일찍 문을 열고 밤늦게 문을 다는 헤비 우드의 영업방식은 단역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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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과 점심까지 식사와 커피를 팔고, 해가 지면 위스키를 중심으로 한 술을 팔기 시작한다. 물론 낮에도 술을 주문할 수 있다. 내가 찾았던 시간은 한낮~ 식사시간을 지났을 즈음이라 보통은 음료나 커피를 마셨다. 혼자 와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손님의 대부분이라 직원들과 짧고 즐거운 환담을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묻지 않아도 같은 거?라고 묻는 정도의 친근함이 있지만, 작업을 하는 사람이 많으니 시골 식당처럼 손님에게 긴 수다를 걸어오진 않더라. 그 속에서 이방인은 오로지 나뿐인 느낌이었다. 부시윅 중심부에서 조금 벗어나 있어 더더욱 단골이 많은 가게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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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죄다 노트북을 든 사람들의 라인. 윌리엄스버그의 한 카페는 다들 애플을 들고 있더니 이곳은 그래도 좀 다른 기종의 랩탑이 보여서 오히려 그게 신기해보였다. 뉴요커들은 애플빠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애플을 선호하니 다른 종류의 랩탑을 보는 거 자체가 드문 일이었다. 특히 예술 하는 친구들의 애플 선호도는 어마어마하다.(내 기억으로는 ㅋ)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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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내가 주문한 것은 시즈널 칵테일. 딱 보기엔 아이스커피 같지만 이 잔 안에는 커피와 럼이 마시기 좋은 비율로 섞여 있었다. 거기에 애플민트향을 더했는데 음~ 나쁘지 않았다. 헤비 우드는 계절에 맞춰 스페셜 칵테일을 내놓는다. 커피를 베이스로 한 것들이 눈에 띄었는데 이런 것들은 낮에 간단히 마시기 좋더라. 헤비 우드를 오기 전에 기름진 점심 식사를 하기도 했고, 왠지 부시윅이니까~ 늘 마시던 모히또 말고 다른 특별한 것, 일상의 룰을 벗어난 것을 만끽하고 싶었달까?
부시윅에서 한때 힙스터 논쟁이 인 적 있다. 포틀랜드에서 온 힙스터와 브루클린의 힙스터가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사가 이슈가 됐었다. 이들 논리가 진짜 재미있었는데 포틀랜드의 힙스터는 브루클린의 힙스터를 보고 따라쟁이, 힙스터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면서 트렌드에 영합한 짝퉁 취급을 했고, 브루클린의 힙스터는 우리는 우리를 힙스터라 칭한 적이 없다. 이걸 두고 진짜 가짜를 논하는 늬들이 유치해서 상종할 수가 없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결국 브루클린의 힙스터라 불리는 이들은 자신들이 스스로를 그리 부른 적이 없다는 결론. 자신들의 가치를 탐구하고, 행하고, 이뤄가는 일들을 포틀랜드의 힙스터와 비교해 진짜 가짜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반문하는 브루클린의 타칭 힙스터라 불리는 사람의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진퉁은 억울하겠지만 청출어람으로 한 걸음 진화된 짝퉁을 비난하는 것도 어찌 보면 그들 말처럼 유치한 일이 되고 마는 건 사실 아니겠나? 힙스터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어떤 가치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가 본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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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간에 찾아 밤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오후 2~3시쯤부터 한두 시간을 머물렀나 보다. 음료를 홀짝이며, 내가 찾은 장소가 어떤 곳인지 폰을 들고 찾아보면서 말이다. 취재처를 결정하기 전에 보통은 인터넷 자료를 모으고 사진을 많이 찾아본다. 사진으로 거짓말하는 기술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지만, 텍스트와 이미지를 함께 조사해 내가 원하는 장소를 찾아낸다. 사진은 거짓된 부분이 있다고 해도 보지 못하고 찾아가는 거보다 나으니까. 대략적인 사실들만 메모를 하고, 해당 업소를 찾아가서 그냥 손님인 양 주문을 한다. 대개의 경우 내가 문을 나서고 사라질 때까지 주인은 전혀 눈치챌 수 없다. 보통의 손님들보다 더욱 조용할 때가 많으니까. 그런데 그 장소가 너무너무 마음에 들면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밝히고 주인이 있냐고 물어보고, 짧은 담소를 나눈다. 인터뷰랄 것까지는 없다. 그냥 막 처음 알게 된 친구처럼, 궁금한 것 몇 가지를 묻는 정도라고 해두자. 그러니 마음에 드는 장소는 당연히 원고도 잘빠지고, 사진도 잘 나올 수밖에. ㅎㅎ
뜬금없는 취재 노하우 공개였군. 여하튼 헤비우드도 참 마음에 들어서 종업원에게 말을 걸었다. 아주 생뚱맞게 너네는 왜 이렇게 오래 문을 열어? 다른데는 늦게 열고 늦게 닫거나 일찍 열고 일찍 닫던데 힘들지 않아? 했더니 전혀~~~! 우리 3개조 근무라 글쎄... 하루 종일 문을 열어 힘든 사람은 없을걸? 사장 혼자 힘들려나? 근데 사장은 매장에 거의 안 나와~ 웃음! -_ -... 아 그래 아무도 안 힘들구나... 내가 참 멍청한 질문을 했다는 걸 깨달았을 뿐. 사장을 만나 안되는 영어로 이빨 좀 털고 싶었는데 사장이 좀 젊다는 거 외에는 알아낸 거 없이 그냥 후퇴했다는 마무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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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여행 중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지만, 부시윅 헤비우드의 음식도 평이 꽤 좋은 편이더라. 나는 낮술만 한 잔 했기에 어떤 비주얼인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가 음식을 따로 찾아보고는 으악 비명을 질렀다. 비스코티 버거라뉘!!! 영국식 요크셔 푸딩에 계란과 베이컨을 얹어내는 저건 또 뭐얏! 헐!! 음식을 먹어보지 않은 걸 땅을 치고 후회했다. 혹 브루클린여행을 가는 분 중 이 포스팅을 보고 부시윅의 헤비우드를 간다면... 꼭꼭! 밥 때가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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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우드 밖으로 나왔다. 실없는 문답놀이에 황망하기도 했고, 다음 취재처로 이동했어야 하니까. 그런데 길을 나서 문득 뒤돌아 보니 거리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참 좋아보이더라. 나도 저들 중 하나였는데 나는 왜 저들이 부럽지. 더 앉아 있지 못해서 그런가?
기실 취재를 하기 위해 어딘가를 돌아다닐 때와 그저 여행을 위한 여행을 갔을 때의 나는 좀 다른 사람이 되곤 하지. 여행서를 쓸려면 진짜 여행을 다녀야 하는데 내가 갖는 압박감의 정도는 좀 과한 거 같아서 돌아서서 걷는 내내 이런 저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날 다음 행선지는 어디었더라.... 부시윅의 어느 식당이었던가? :)
부시윅이 어떤 곳이다 또는 이런 의미가 있어 라고 이야기 하는 건 참 재미없는 일이다. 직접 부시윅에 가서 걷고, 먹고, 마시고, 앉아있는 것이 훨씬 재미있지. 아무것도 알지못해도 부시윅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면 그걸로 된거지. 당신의 발걸음이 부시윅으로 닿기를 바랄 뿐, 포스트 윌리엄스버그 따위, 브루클린의 힙스터의 둥지따위 낸들 뭔 상관이람~ 그냥 딱 취향저격!이면 되는거지. :)
08:00~04:00,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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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별 스페셜 칵테일을 주목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