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캘리 산호세에 살고 있는 해피라일리입니다. 주변 여행을 하면서 종종 여행 후기를 남기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재밌는 장소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이름부터 재미있는 'Devil's Slide'라는 곳인데요, 이 곳을 소개하려면 우선 캘리포니아의 '1번 국도'에 대해 조금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California State Route 1(SR1)
캘리포니아의 '1번 국도'는 흔히 '해안 도로', '1번 도로'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공식 영어 명칭은 California State Route 1(SR1)입니다. 아래 지도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도로인데 총 길이가 656miles에 달하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긴 State Route이기도 해요.
캘리포니아의 북쪽부터 남쪽 OC 부근까지 태평양 해안을 따라 달릴 수 있는 도로이기에 Pacific Coast Highway(PCH)라고 부르기도 하고 특히 Monterey 아랫쪽부터 San Simeon에 이르는 Big Sur 구간은 장엄한 태평양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합니다.
하지만...많은 분들이 이미 아시는 것처럼 현재 SR-1의 일부 구간이 공사 중이에요. 올 겨울과 봄에 걸쳐 정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도로가 유실되었다고 하는데요, 이번 뿐 아니라 이 1번 국도는 잦은 산사태와 도로 유실로 공사가 빈번한 도로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도로를 달려보면 깎아지른 해안절벽을 따라 도로가 놓여 있기 때문에 '혹시 이 절벽에서 돌이라도 떨어지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Devil's Slide Trail
Devil's Slide Trail, Pacifica, CA 94044
이렇게 잦은 공사때문에 기존의 도로 일부를 아예 폐쇄하고 길 옆쪽의 산에 터널을 뚫어 새로운 길을 만들어버린 구간이 있는데 이 곳이 바로 Devil's Slide입니다.
이 곳은 '악마의 미끄럼틀'이라는 별명답게 급경사와 급커브 탓에 사고가 많고, 가파른 절벽때문에 산사태가 잦은 악명 높은 구간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도로에 크랙도 심하고 길게는 몇 년동안 도로가 폐쇄된 적도 있습니다.
폐쇄된 이 전 도로는 사람들이 걸어서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정비하여 2014년에 오픈했는데, 이 트레일을 'Devil's Slide Trail'이라고 부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1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다가 Tom Lantos 터널의 입구 직전에 오른쪽으로 나 있는 작은 길로 들어가면 Devil's Slide Trail 북쪽 입구 주차장으로 갈 수 있는데, 입구가 화려하지 않아서 놓치기가 쉽습니다.ㅎㅎ(저희는 산호세 쪽에 살고 있는데 보통 i-280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서 Pacifica를 거쳐 내려가요.)
트레일의 입구는 특별할 것 없이 작은 표지판과 화장실이 있는 정도에요. 뭐...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이 조금 창대할 예정...ㅎㅎ
예전에 도로였던 곳이라 말 그대로 도로 위를 그냥 걸어가면 되는 코스입니다. 조금 경사가 있는 편이지만 길이 아스팔트로 잘 닦여 있기 때문에 걷기 편해서 힘들지는 않아요.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태평양을 감상하시면 됩니다.
가는 길 중간 중간 벤치나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서 해안가의 새들을 관찰하며 잠깐씩 쉴 수도 있고,(쌍안경 챙겨 가심 좋아요.^^)
해안 절벽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질 현상으로 휘어진 촘촘한 단층 면(Sedimentary Rock)도 볼 수 있어요.
계속 걷다가 저 멀리 바다 끝쪽에 작은 집처럼 생긴 구조물(이게 무엇인지는 글 아랫부분에서 설명해 드릴께요.^^)이 보이기 시작하면 트레일이 끝나 간다는 신호입니다.
트레일의 끝부분은 입구와 동일하게 생겼어요. 원래는 이쪽 남쪽 입구에도 주차가 가능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막혀있어서 북쪽 입구로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이제 다시 왔던 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돌아갑니다. 아래 사진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바위는 San Pedro Rock이에요.
이 트레일을 걸으며 재미있었던 것은 분명 이 곳에는 차가 다닐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자꾸 도로 한쪽으로 조심조심 걷게 되더라구요. '아....나는 이미 규칙에 너무 익숙해진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ㅎ 돌아올 때는 남편과 당당하게(!) 도로 한 가운데로 걸어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작은 토끼 친구도 만났어요. 뒷모습 너무 귀엽죠? ㅎㅎ 트레일은 걸어서 왕복으로 한 시간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자전거 이용도 가능합니다.)
Devil's Bunker
California 94019
다시 차를 타고 터널을 지나 이번에는 Devil's Bunker라는 곳으로 갑니다. 위에 사진에서 보셨던 작은 집처럼 생긴 건물(?)이 있는 곳이에요.^^
이 건물을 가까이서 보면 집도 아닌 것이.....그래피티가 마구 그려져 있고 곧 쓰러질 듯한 모습이 조금 흉물스럽기도 한데요, 이 곳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적들의 침입을 감시하던 군사시설이었어요. 종전 후 한 기업에서 이 부지를 사들여 개발하기 위해 벙커 주변을 모두 깎아 내었는데 갑자기 이 상태 그대로 개발이 중단되었다고 해요.
사실 이 곳은 지금도 사유지이기 때문에 접근을 금지한다는 안내 표지판도 서 있지만, 어느덧 건물은 그래피티로 가득 채워지고, 공공연한 지역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이 곳은 공식적인 관광지가 아니라서 따로 마련된 주차장이 없어요. 그래서 터널을 빠져나오자 마자 갓길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곳이라 사실 조금 위험해요.
그리고 저 벙커가 서 있는 곳이 높은 절벽 끝부분인데 주변에 따로 fence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어린 자녀와 함께 방문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모래로 된 길이라 미끄러워요.
올 해 초에는 이 근처에서 테슬라 차량이 추락해서 크게 보도가 되기도 했지요...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지대가 매우 높고, 지도상으로 보면 바다쪽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정말 장관입니다.
오른쪽으로 터널쪽을 바라보면 멋진 해안 절벽을 따라 놓여진 해안 도로가 보이고,
왼쪽을 보면 끝없이 펼쳐진 Gray Whale Cove State Beach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이게 참 너무 말도 안 되는 장관이라.....정말 한참 서서 보다가 왔던 것 같아요.^^
바다 감상(!)을 마친 후 그대로 1번 국도를 따라 해변을 보면서 남쪽 하프문베이까지 내려온 후 산호세로 돌아오면 드라이브 종료!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산호세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라 주말에 잠깐 나들이 하기에 좋은 곳 같아요.(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주말에도 사람이 많지 않아요.) 혹시 샌프란시스코 여행 후 조금 시간이 남으시면 들러 보셔도 좋구요.^^
사실 이 Pacifica와 Half Moon Bay쪽은 안개가 많기로 유명해요. 산호세 지역이 아무리 맑아도 해변쪽으로 산을 넘어가면 안개가 꽉 끼어 있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이 쪽으로 여행을 계획하실 때는 꼭 날씨를 확인하시고 맑은 날 가시는 것이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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