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처럼 여행 몇 주 전에 피터루거에 예약을 했다. 이번엔 점심으로… 11시 45분. 점심을 먹는 게 오늘의 첫 일정이었으므로 오전 내내 느긋하게 준비하고는 예약한 시간보다 꽤 일찍 브루클린에 도착했다. 역 주변을 느린 걸음으로 산책했다. 유대인 동네인지 오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특유의 옷차림을 한 유대인이었다. 태어나 그렇게 많은 유대인을 본 건 오늘이 처음.
잠시 산책을 마치고 피터루거로 갔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인상 좋은 점원이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저녁 시간대와는 달리 자리나 분위기나 여유가 있었다. 우리 테이블 담당이었던 할아버지는 친절하고 유머러스했다. 4명이서 티본 스테이크 2인분과 샐러드를 주문했다. 다시 먹어도 감동적인 스테이크! 매우 만족스러웠던 점심!
피터루거는 윌리엄스버그에 있으므로 식사 후 윌리엄스버그의 메인 스트릿을 구경해보기로 했다. 빈티지한 느낌이 풍기는 거리에서 작고 개성 있는 커피숍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우리는 SIMPLE CAF?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잠시 오후의 나른함을 만끽하기로 했다. 커피 맛은 여느 커피집들과 비교해 뛰어나진 않았지만 맑은 날씨와 평화로운 동네의 모습 그리고 이국적인 느낌의 가게 주인 덕에 충분히 우리만의 특별한 커피 타임을 가질 수 있었다.
전날까지 많이 걸었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힘들게 걸어 다니고 싶지 않았다. 문득 눈에 띈 게 씨티 바이크! 24시간에 10불 정도니 가격도 합리적이고 여기저기 많이 설치되어있어서 리턴도 쉬우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친절하게도 자전거를 빌리는 스크린에는 한국어도 있었다. 자전거를 타니 동네 한바퀴 도는 건 일도 아니었다. 지도 따위는 접어두고 페달을 신나게 밟으며 아무 곳이나 돌았다. 그저 동네의 분위기를 느끼고 낯선 풍경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한참 동네를 돌다가 공원에서 잠시 땀을 식힐 때 자전거를 타지 않은 다른 친구들이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 브릿지 쪽으로 이동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나도 자전거를 리턴하고 지하철을 타고 내려가야 하나 생각하다가 내 옆에 앉아 한가로이 책을 보던 그곳 주민에게 여기서부터 브루클린 브릿지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어보았다. 차로 15~20분 걸리니 자전거로도 그렇게 멀진 않을 거라고 하더라. 재밌겠다 싶어서 자전거로 브루클린 브릿지까지 가보기로 했다. 지도로 대충 길을 훑어보고 잘 모르겠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야지 싶었다. 강가의 길을 따라 내려가라는 주민의 조언을 따라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중간 중간 맘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잠시 서서 사진도 찍고. 길이 확실하지 않은 것 같으면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길을 물으며 갔다. 브루클린 브릿지까지는 꽤 멀었는데 대략 45분에서 1시간가량 걸렸던 것 같다.
친구들과는 그리말디스 피자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며 브루클린 브릿지를 건너 맨하탄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리말디스 피자 역시 뉴욕의 3대 피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굉장히 맛있었다. 며칠 전 롬바르디스 피자를 먹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리말디스 피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특히 쫄깃한 도우와 담백한 치즈맛의 조화가 먹는 내내 혀와 마음을 모두 만족시켰다. 디저트로는 브루클린 브릿지 아래에 있는 브루클린 아이스크림. 멀리 보이는 노을 아래 아름답게 펼쳐진 맨하탄 전경과 그 이름도 유명한 브루클린 브릿지가 아이스크림에 맛을 더해 주었다.
친구 중 하나가 무한도전 얘기를 하는 바람에 먼저 무한도전 멤버들이 바로 이곳 덤보 지역에서 맨하탄 브릿지를 배경으로 화보 촬영을 한 그 골목을 찾아보기로 했다. 브루클린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우리는 무한도전 화보를 따라 하며 소위 인증샷을 찍었다. 블루클린 브릿지는 1층은 차가 2층은 도보나 자전거로 건널 수 있게 되어있다. 나는 자전거로 친구들은 걷기로 했다. 뉴욕의 야경은 매일 보아도 매일 다른 감동을 주는 매력이 있다. 다리를 건너며 맞은편에 보이는 맨하탄의 야경은 사진으로는 표현되지 않는다.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곳, 내 주변을 오가는 낯선 사람들, 시원한 바람, 멋진 야경. 나는 온전한 자유를 온 몸으로 느끼며 페달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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