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뉴욕 여행 중 정말 특이한 계획이었던 게 바로 이 저녁 식사인데... (친구한테 'weird'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
Brooklyn의 Williamsburg에서 주말마다 펼쳐지는 쉐프의 저녁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이 쉐프는 매주 저녁에 극채식주의자(vegan)를 위한 4가지 코스의 요리를 준비하고,
요리를 먹으러 갈 사람들은 그에게 RSVP로 참석하겠다는 메일을 보내 예약을 하고 방문해서 음식을 즐기는 겁니다.
Vegan은 고사하고 vegetarian도 아닌 저로서는, 정말 호기심에 참석한 거죠. 물론 저 같은 사람들도 간다고 합니다만, 대부분은 채식주의자들...
쉐프도 채식주의자에, 알고 보니 한국 음식을 좋아해서 김치도 담궈보려고 하고 그런다기에... 더더욱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도대체 vegan들을 위한 요리라면 어떤 식일까... 우유나 버터, 계란도 안 쓰고 어떻게 고급 요리를 만들어 낼까 궁금했습니다.
혼자 간 여행이다 보니 동행도 없이 참석했는데, 제가 앉은 테이블에는 미국인 커플과 오스트리아인 커플이 있었구요...
여기에 와서도 커플들 사이에 끼게 되다니 참... -_-;;
그 중 오스트리아인 여자랑 저만 빼고 다들 극채식주의자들이더라구요. 미국인 여자는 원래 채식주의자였고 완전한 채식을 한 건 1년밖에 안 됐다고...
그녀는 Portland 주의 Oregon 출신인데, 그 동네가 뉴욕 다음으로 극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레스토랑이 많은 곳이라네요.
한국은 그렇게 채식주의자들이 많은 것 같진 않은데, 워낙 미국이 고깃덩어리를 많이 먹는 나라라 더 그렇게 부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튼 그녀들은 다 남자친구 혹은 남편이 뉴욕에서 일하고 있어서 자기 파트너도 보고 할 겸 해서 뉴욕에 왔다가 이 저녁식사에 따라온 것 같았구요.
그리고 채식주의자도 아닌 제가, 여기 살지도 않는데 이 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너무 신기해하더군요. ^^
유쾌한 사람들이었고 특이한 경험이긴 했지만, 솔직히 살짝 불편한 감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영어도 너무 빨라서 알아듣기 힘들었고.
(평소에 전 영어 뉴스도 많이 들으려고 하는 편인데, 오히려 뉴스는 이해해도 이런 일상 대화가 더 어렵게 여겨진 건 이번 여행에서 처음이었어요.
한 반 정도나 알아들었으려나... -_-;; 막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이거 안 웃을 수도 없고... ;;; 뭐 같이 얘기하고 싶어도 별로 할 말이 없더라구요.)
여튼 사진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1) 정체를 알 수 없는 에피타이저. 무를 얇게 썬 것 같았는데, 무 하면 떠올리는 상큼한 느낌의 에피타이저는 아니었습니다. -_-;;
저 무 아래에는 뭔가 크리미한 것이 있었는데... 전 그럭저럭 먹었지만 다들 감탄하면서 먹더군요...
서양 사람들 감탄사 잘 내뱉잖아요... 막 그런 분위기... ;;
2) 여기서부턴 본격적인 식사. 이 요리의 이름은 Roasted Cauliflower Bisque with Fresh Coriander and Toasted Sesame Crumble.
스프 같은데 뭔가 약간 카레 같은 향신료 맛이 났습니다...
3) Purple Fingerling Potatoes with Micro Arugula, Pickied Chilies and Horseradish Mustard Dressing
아무래도 생야채가 있어서인지 상큼한 요리였구요.
아루굴라라는 야채는 이번에 뉴욕 여행을 통해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샐러드에 많이 쓰이나 봐요.
웬만한 샐러드를 먹으면 다 아루굴라가 들어가 있더라구요...
4) 가장 이상한 듯 하면서 가장 좋기도 했던 요리. Watermelon Curry with Braised Daikon and King Oyster Mushrooms
수박이 들어간 커리라니... 정말 상상이 안 됐는데, 커리 같은 느낌은 아니었고 수프에 가까웠습니다.
따뜻한 음식인데 수박이 들어있으니(따뜻한 수박이라) 좀 이상했고... 개인적으로는 daikon이라는 게 - 정말 먹기 싫은 걸 그냥 억지로 먹었어요.
왜냐면 무를 익혀서 물컹거리는 그런 건데, 제가 원래 익힌 무를 안 좋아해서 실제로도 거의 잘 안 먹는 거니까.
하지만 이 요리가 좋았던 건, 저 버섯이 너무나도 맛있었기 때문. 쫄깃하면서도 간이 잘 배어있어서 버섯만 아껴놓고 막판에 다 먹었네요. ㅎㅎㅎ
5) 후식으로 나온 Cinnamon-spiced Carrot Cake with Lemon Coconut Cream and Espresso Date Sauce
계피가 들어간 당근 케익이라니... 사실 당근 케익 자체가 한국에선 그다지 대중적인 게 아니다 보니...
이름만 봤을 땐 참 이상했는데 먹을 만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먹은 요리의 버섯만 계속 먹고 싶었어요... ㅋㅋㅋ
이 코스 요리는 $40에 tip은 주면 감사하다고 되어 있길래 - 왠지 내야 할 것 같아 tip까지 주고...
한국 음식 좋아하는 쉐프라길래 소주도 갖다 줬거든요. 그랬더니 이 쉐프 커플은 자기네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점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제가 소주를 주니까 쉐프는 "Soju?!" 그러더니, 처음에는 내가 소주를 팔려고 홍보차 가져온 건지, 소주 회사와 관련이 있는 사람인지 약간 의심스러워 하더군요.
한국인의 베푸는 마음을 모르다니! ㅋㅋ 뒤늦게 제가 그냥 선물로 주려고 가져온 거라는 뜻을 알고 감사해하며 받긴 했지만.
전 그 소주를 잘 마시라기보다는, 쉐프라니까 혹시 그 사람이 소주를 요리에 어떻게든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준 것 뿐인데 말이죠.
여튼 나름 특이한 경험이었는데, 솔직히 저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참 다행이라 생각한 날이었습니다. ^^
아, 그리고 그 쉐프의 아파트가 꽉 차서... 제가 앉은 테이블은 좀 조명이 어두운 쪽이어서 사진이 잘 안 나왔네요.
플래시를 안 터뜨리고 어두운 데서 찍자니 촛점도 잘 안 맞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