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뉴욕 자유여행 : 첼시마켓_하이라인_타임스퀘어

뉴요커 블로그 이웃님, 그리고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뉴욕에서 보낸 내 가장 오랜 친구에게서 뉴욕 여행에 관한 여러 정보를 얻었다.

그중 하이라이트들을 실행한 날이 바로 둘째 날이다.

당연히 만 10세 미만의 남매가 우리와 함께 일정을 소화했다.

나중에 들으니, 7세의 딸아이가 10세의 오빠에게 너무 힘들다 했단다.

반성했다.

한데 뉴욕은 욕심을 안 내면 너무 아까운 여행지다.

지금 나는 미국을 떠나기 전, 뉴욕 여행을 다시 가야 한다며 적당한 때를 찾고 있다. 다시 가야 하는 이유가 10개는 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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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5번가는 걷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고 했다.

즐비한 쇼핑가와 화려한 쇼윈도 그리고 길을 따라 곳곳에 위치한 여행 포인트들이 쉴틈을 안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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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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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K 타운

여행 중 먹기 위해 한인타운, 차이나타운을 잘 찾지 않는다. 한데 뉴욕 여행은 '전기밥솥' 없이 했기에 한인타운을 제발 가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했다. 맨해튼의 북창동 순두부집에서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북창동 순두부 원조가 맨해튼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입맛 까다로운 딸아이가 그릇까지 먹어버릴 만큼 한식이 그리운 시점이었다. 남편은 왜 미국에 와서 한식을 찾느냐지만, 나도 내가 이럴 것이라고 예측 못했다. 20대 초반에 프랑스에서 지낼 때는 밥을 해 먹은 기억이 없다. 빵과 파스타 심지어 주먹만 한 초콜릿으로 한 끼를 대신해도 아무 이상 없었다. 몸무게가 6개월 동안 10킬로그램 는 것 외엔. 한데, 40살의 나는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면 김치 한 줌을 입에 넣고 오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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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국 엄마이기 때문에 밥을 챙긴다기보단, 내가 밥이 좋아서 한식을 챙기는 거다. 내 배고플 때 밥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내 배가 부르면 구시렁을 동반한 슬로 모션이 연출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바깥에서 제일 먹고 싶은 음식 1위가 순두부찌개다. 살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 너무 급하게 먹어서일까 체했고 하루 종일 두통을 달고 다녔다. 엄마 여행자는 아파도 호텔에 들어가서 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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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창동 순두부의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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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과거를 현재로, 첼시마켓/하이라인

첼시마켓에서 하이라인으로 진입하는 가까운 출입구가 있다.

한국의 하남 스타필드 안의 PK 마켓이 첼시마켓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한다. 첼시마켓에서 남편에게 그 말을 듣고도 아, 그래?? 했으니 두 곳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그래서 두 곳의 공통점을 찾거나 콘셉트의 동일함을 애써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첼시마켓의 분위기가 좋다. 날것의 느낌이 생기 있다. 그리고 현지인들의 타이트한 일상 속에 유연함이 공존하는 장소다. 마치 길을 지나듯 하나의 통로로서 그 의미를 찾아도 괜찮을 곳이다. 특별한 목적 없이 두리번거리며 눈에 띄는 것들을 시식하듯 선택해서 먹어도 좋다. 커피 맛이 아주 좋은 카페가 있고, 사람들이 줄을 한없이 서서 먹는 타코 집이 있다. 타코 집 맞은편에는 한국 음식 비스트로가 있는데, 타코 집에 줄을 서서 기다리며 엄청난 유혹을 느꼈다. 빈자리가 없어서 줄을 서야 하는 집이었고 현지인들인지 모르겠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 모습이 반갑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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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마켓을 지나 하이라인으로 향했다. 옛 철도 길을 공원으로 조성한 것이라니 좁고 긴, 조금 예쁜 길이겠거니 했다. 한데 기찻길이 제법 넓다. 구색 맞추기 위한 예술품이 어정쩡한 위치에 있지 않았고, 사람들이 쉴 수 있는 벤치를 툭툭 집어던지듯 배치했다. 그리고 야생 콘셉트로 연출한 작은 정원들이 그곳의 분위기를 리드하고 있다. 철도길 사이사이에 자라고 있는 풀들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다. 억지로 꾸미지 않았으며, 도심의 이미지와 동떨어지지도 않았다. 철도 고가 아래는 잦은 사이렌 소리와 바쁜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다. 그 소리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하이라인의 휴식처가 아래와 같은 시각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하이라인으로 변신한 옛 화물 운송 철도 고가는 산책하는 사람들을 관람객으로 모시기도 한다. 무대는 보는 이의 선택에 따라 여기저기 다양한 프레임 안에 있다. 뉴요커들이 언제든 누릴 수 있는 이 공간이 몹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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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색감, 아름답다_첼시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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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마켓에서 유명한 것 같은 커피숍, 최고 간단하고 아름다운 메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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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마켓에서 하이라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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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인, 여러 가지 삶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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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인에서 내려다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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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

광고주들이 그들의 자본을 뽐내는 자리가 바로 타임스퀘어다. 누구나 짐작하는 우리 기업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연한 관광명소를 삐딱하게 보는 건 혹시 내게 아웃사이더 성향이 있어서일까. 여하튼 남들 다 간다니 기계적으로 찾은 장소가 의외로 좋은 곳이 되었다. 초 단위로 그 빛을 달리하는 기하학 물체들에 파묻혀 노천에서 마시는 레모네이드가 좋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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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 광장에도 삶의 치열한 단면이 널려 있다. 합법적인 팁 문화를 이용한 캐릭터 코스프레가 그것이다. 몇몇 디즈니 캐릭터들이 남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들에게 달려가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 남매를 맞는 올라프 군단의 행동이 너무 적극적이어서 뭔가 낚였단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남매는 사진 세 장을 찍었고, 올라프가 나서서 우리 부부도 포즈를 취하라고 등을 떠밀었다. 우리는 안 찍겠다고 하니, 올라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올라프의 역할이 끝나고 미니마우스가 나섰다. 그녀는 머리 탈을 벗더니 공격적으로 팁을 요구했다. 남편이 얼마면 되겠냐고 물으니 그녀는 달라는 대로 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20달러를 요구했으니. 우리 사진기로 사진 세 장을 찍었을 뿐인데 말이다. 5달러를 건네니 자기네들이 다섯 명인데 더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구구절절하다. 남편은 너희 다섯이니 5달러다 하며 뒤돌아섰다. 미니마우스의 표정이 무섭게 변하고 올라프는 자긴 올라프인데 더 줘야 하지 않냐며 비논리적인 말을 했다. 남매에게 이제는 사진 안 찍는다고 엄포를 놓았다. 아니나 다를까, 몇 발자국 걸으니 또 다른 미니마우스가, 팬티만 입고 커다란 가슴에 보디페인팅을 한 원더우먼과 어벤저스 군단이 마구 달려들었다. 원더우먼의 옷차림? 을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본 값"도 내라고 쫓아올 것 같은 기세였다. 딱 봐도 원더우먼에 어울리는 센 여자였다. 원더우먼은 한철 장사일 것 같은 옷차림인데, 쌀쌀해진 요즘은 어떻게 입고 팁 장사를 하는지 궁금해서 타임스퀘어를 다시 찾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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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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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언 킹

해가 어둑해질 무렵, 브로드웨이 뮤지컬 중 라이언킹을 보러 갔다. 우리 부부는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싶었는데, 우린 부모니까 라이언 킹이다. 또한 가장 오랜 내 친구의 권유이기도 했다. 배우들의 탄력 있는 근육이 본능과 역동성을 구현하는 동물들의 역할과 잘 어울렸다. 의상과 소품의 수준이 높아서 감탄했다. 그들의 유머를 간혹 알아들을 수 있어서 함께 웃으니 다행이었다. 꼬마 배우들은 학교는 어찌 다닐까 엄마의 마음으로 걱정도 해 봤다. 내 아이들에게 그와 같은 끼가 있고 원한다면 학교를 쉬고 배우 역할에 충실하도록 기회를 줄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하고 싶더라도, 주변의 반대가 심할 게 분명하다. 어쨌든 남매에게 그런 끼는 안 보이는 관계로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낮에 순두부를 먹으며 체한 탓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비싼 공연 도중에 눈을 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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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가는 길, 열 살 아들이 나를 챙겼다. 내가 뒤처지면 손을 잡아줬다. 그리고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평소 손을 잘 잡는 아들이다. 더운 날에도 손을 잡아서 내가 슬쩍 빼기도 한다. 한데 그날은 아들의 손이 참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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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7 · 네이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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