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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오빠 방에 오디오가 들어왔다. 그때만 해도 LP판을 사던 시절이었다. CD라는 게 나오기 전이었고, 테이프를 틀 수 있는 작은 카세트 플레이어가 아닌 LP를 들을 수 있는 오디오를 부모님은 떡! 오빠에게 사주셨다. 클래식을 사랑하던 오빠와 달리 언니는 팝을 나는 가요를 좋아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즐비한 클래식 LP판 사이 마돈나 아하, 웸, 듀란듀란의 판은 모두 언니의 것. 언젠가 엄마에게 장국영 LP를 사달라고 했다가 고무장갑으로 엄청 맞았던 일이 있었다. 나중에 자라서 엄마에게 왜 때렸냐고 물어보니까 기억을 못하시더라. 풉!
결국 장국영의 위니종정, 영웅본색, 천녀유혼 등의 영화음악은 레코드점에서 판매하는 카피본 테이프로 즐겼더라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다. CD가 나오고 CD 플레이어의 광풍이 몰아닥쳤지만, MP3라는 것이 나오기 전까지 나는 테이프를 즐겨들었다. LP는 특별한 날, 특별한 음반을 오빠방에서 몰래 훔쳐들을 때나 만질 수 있는 귀한 물건이었는데, 이제는 찾기 힘들어 귀한 물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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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의 깔끔하지 않은 음색이 좋다. 먼지가 레코드 바늘에 걸리며 내는 소리가 따뜻하다. CD나 디지털 음원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부족한 기술이 내는 잡음이다. 마치 사람을 닮지 않았는가? 로봇이라면 에러쯤으로 치부될 것이 사람이기에 부족하고, 부족한 틈이 오히려 인간답게 느껴지는 것. 오래된 LP판을 진공관 따위는 없는 후진 LP플레이어로 들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소리와 비슷하다. 사람도 삶도 불완전하므로 더 애달프고 사랑스러울 때가 있듯이 LP의 먼지 소리는 자연스럽고 따뜻한 것이 되어 들린다.
그래서였다. 트루 뉴욕 브루클린을 쓰면서 오래된 중고 레코드판을 판매하는 숍들을 찾아다닌 건. 청계천 복개 공사가 시작되기 전 황학동에서 중고 레코드숍을 얼쩡거릴 때처럼 말이다. 지금 내가 사는 집에도 오래된 레코드판과 썩 멋지지 않은 플레이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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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루 뉴욕 브루클린 중 / p.142 -
뉴욕여행 중 브루클린을 찾는다면 서너 개의 가볼 만한 중고 LP 숍이 있다. 그중 사진 속의 장소는 윌리엄스버그와 부시윅의 중간쯤 위치에 자리 잡은 Heaven Street다. 평범한 중고 음반만을 취급했더라면 내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정말 멋진 두 곳을 발견했었으니까. 너무 멋진 곳들이어서 꼭꼭 숨겨두고 싶었지만 책에 실었다. 두 곳과 헤븐 스트리트가 독보적인 것은 운영자 자체가 브루클린 출신의 밴드 멤버이며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들의 음반을 취급한다는 점이다. 조형 예술을 하면서 작품을 판매하는 숍을 함께 운영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브루클린의 젊음들은 자신의 작품, 결과물을 상업적으로 판매하고 연계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결국 예술 활동과 생계는 별개일 수 없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는 중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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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 우습지만 사실 브루클린의 인디밴드는 일도 모른다. 내가 알 턱이 있나. 한국의 인디밴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판에 말이다. 그러니 저 많은 중고판들 사이 어느 것이 그나마 브루클린을 핫하게 달구고 있는, 뉴욕에서 그래도 방귀 꽤나 뀐다는 녀석들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새로운 LP음반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말해 모두 죄다 중고가 아니라, 새로운 음반을 디지털 음원이나, CD로만 내는 것이 아니라 마니아층을 위한 LP를 제작하는 밴드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었다. 뭐라고 이게 중고가 아니라고? 읭? 할만한 것들이 있더라.
와... 누군지 일도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일. 요즘 특별판으로 제작되는 CD는 볼 수 있더라만 레코드 판이라니. 이 젊은이들 멋을 알아도 제대로 알지 않은가!! 멋지다. 수지 타산 맞지 않는 장사를 하는 이런 사람들은 멍청해서가 아니라 고집이 있어서라고, 곤조도 제대로 된 곤조가 있어서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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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음반을 들을 수 있도록 해두었지만~ 당연히 중고 일 거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음반을 겁도 없어 뜯어 듣는 인간들이 있나 보다. 나라도 요즘에 LP가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까... 그런 혼동이 있을 수 있지. 뉴욕여행 중 찾았던 음반숍들 중에 녹음시설까지 갖추고 있는 경우가 종종이었었는데 브루클린의 헤븐 스트리트도 그중 하나다. 숍 뒤 쪽에 녹음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아...이 숍의 주인장 행복하지 않을까? 밴드의 일원이며, 녹음을 직접 하고 판매, 유통까지 스스로 하니 갑질 걱정은 없겠다. 물론 사업 걱정은 되겠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참 제대로 하며 사는구나 싶어 꽤 부러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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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했던 LP를 틀어주던 바들은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었다. 한 군데는 홍대, 한 군데는 이대 후문, 한 군데는 성균관대 앞이었고 세 곳 모두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했던 곳들이다. 홍대는 사장님의 인심 좋은 (정확한 말로 방만한) 경영으로 너무 퍼주다가 문 닫은 케이스고 이대 후문은 임대계약이 끝나자 주인이 쫓아냈고, 성균관대 앞은 주인이 공간을 견디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넘겼다. 세 곳의 공통점은 모두 손 때 묻은 나무 테이블이 있었고, 맛 좋은 술을 팔며, 꽤 많은 양의 LP를 소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주인장들의 선곡 솜씨도 좋았지. 재미있는 사실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세 곳의 주인장 모두 시가를 좋아했다. 취향은 통한다.
뭐 이상한 결론 하나를 더 내자면 LP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술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고, LP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이건 내 짧은 인생 동안 만난 사람들 안에서의 지극히 편협한 통계치다.)
헤븐 스트리트에 대한 이야기보다 나의 사사로운 잡 이야기가 많았네. 여하튼 브루클린의 헤븐 스트리트는 중고 레코드와 브루클린 인디밴드의 신보를 만날 수 있는 곳! 그리고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도 덤으로 만날 수 있다. 녀석 이름을 물어볼 껄!
가게 이름이 바뀌었다. 헤븐 스트리트로 검색해도 위치는 나옵니다.
12:00~20:00 / 정휴휴무 없음, 부정기적 휴무만 있드라.
http://www.materialworld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