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 글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말 그대로 뉴욕의 한 공원 안에 있는 625 참전용사 기념비인데, 많은 미묘한 감정이 섞여서 울뻔했어요. 여러분은 어떤 감정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방문하실 분 질문있으시면 답글 남겨주세요. 후기도 남겨주시면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이하 본문]
2년전 내가 불쌍한 인턴 생활을 할 때, 담당자가 뉴욕의 '한국전쟁 참전 용사비'에 대한 보고서를 써보라고
과제를 내셨다. 형식적으로 이미 제출한 과제를 마음으로는 2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마무리한다.
Financial District에 위치한 배터리 파크 (Battery Park)에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뉴욕에 이런 것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서 더욱더 우리가 방문하고, 기념비가 쓸쓸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황소상, 9.11, 앞서 소개한 Governors Island와 가깝고, 심지어 자유의 여신상 배는 이 공원에서 탈 수 있다.
이 근처라면 단 10분이라도 시간을 꼭 내서 기념비를 찾길 바란다.
배터리 파크로 들어섰다. 이때가 7:30 정도였는데, 해가 지려고 한다.
이 공원은 이때가 정말 예쁘다.
배터리 파크 안인데도 기념비를 찾기 힘들다면 구글맵에 Korean War Memorial이라고 검색하면 된다.
큰 공원이 아니라 끝에서 끝까지 10~15분 정도이다.
들어온 지점부터 10여 분 걸으니 Ellis 섬으로 가는 선착장이 보인다. 기념비가 가까운 어딘가에 있다는 뜻이다.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라고 앞쪽에 표시되어있다. 1991년, 많은 한국 기업 스폰서와 뉴욕시의 협력으로 이 곳에 세워졌다.
한국 전쟁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정신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한국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는데....
이 추모비는 그 점을 살린듯 하다.
보통 조각이라면 군인 자체의 모양을 할 텐데, 군인의 그림자 모양을 뺀 조각상이다.
'잊혀진 전쟁'에서 묵묵하게 싸웠던 군인들이 쓸쓸히 잊혀진 모습을 표현하는지... 머리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군인들의 숭고한 희생까지 잊혀서는 안된다는 강한 메세지라고 여겨진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교실 앞에 항상 걸려 있던 태극기
타지에서 보면 자랑스러움과 동시에 정말 마음이 짠하다.
태극기와 함께 여러 연합국의 국기가 모자이크로 정교하게 박혀있다.
대한민국 사망자 58,000 여 명, 부상자 175,000 여 명, 실종자 174,000 여 명.
같은 민족과 싸운,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이다.
사실 유엔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병력을 지원한 전쟁이 6.25이다.
20개국 정도가 지원 의사를 밝혔고, 16개국 군인들이 우리 국군과 함께 싸워주었다.
그래서 추모비 뒤쪽에는 Universal Soldier (세계의 군인)이라고 적혀있다.
어떤 이는 연합국이 참전한 것은 결국 그들 나라의 이득을 꾀하는 정치적 참여였다고 꼬집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고향에 두고,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타국에서 우리를 위해 싸워준 숭고한 희생을 훼손할 순 없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준 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겸허하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기념비를 축으로 동그랗게 걸으면 한국과 각 연합국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미국, 영국, 터키는 연합국 중 가장 많이 군사지원을 한 곳으로 사상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 미군 54,000 여 명 사망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숫자로 보니 당시의 악몽 같은 상황이 그제야 현실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나가는 곳에 예술성을 겸비한 기념비가 자리하고 있어 좋다.
자유의 여신상 덕분에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도 많을 텐데, 여러 사람이 오가며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알고 있었던 사람들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며 우리나라를 소중히 다루고 잘 가꿔야겠다고 다짐했다.
이곳에서 30분 정도 있었는데, 그 사이 몇몇 사람들이 지나갔다.
본인 국기가 보이는지, 사상자 수가 적힌 곳을 찾아 한동안 지긋이 바라보더니 잠깐 묵념하다 가는 사람 (터키인 듯?)
특이한 예술 작품 정도로 생각하는지 추모비 앞에서 멋진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꼬맹이들
위 사진은 딱 봐도 마치 참전용사의 손녀딸이 할아버지에게 보내주려고 부모님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것 같다.
참전용사가 함께 겪은 우리역사의 한 폭이라 그런지, 그들의 자손들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금세 반가워한다.
이번 달로서 벌써 6.25 67주년이다.
한국인으로서 자손들을 위해 젊음을 바쳐 싸워주신 분들의 대우, 그들의 위상이 높아야 마땅하다.
그들이 그렇게 보호하고자 했던 내 스스로가 소중해지는 시간이다.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상이 될까?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외국에서 여행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이유
누군가의 눈물과 간절함이 있기에 가능했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들 덕분에 나는 저곳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