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눈이 많이 왔어요.
저는 그 전날밤에 미스 사이공을 봤답니다.
눈오기전 뉴욕은 너무나 평화로웠지만 불과 몇시간 후 폭탄 맞은 듯 눈이 온것처럼,
미스 사이공에 대한 저의 기대는 아주 대단하지 않았는데 불과 3시간 공연 이후 마음에 감동의 폭탄을 맞았네요. ㅎ
3월 1일 프리뷰 시작으로 3월 24일 오프닝을 하는 미스 사이공.
작년 부터 올해 초까지 팔리면 냅두고 안팔리면 바로 내린다는 브로드웨이 상업주의 원칙에 따라
브로드웨이는 지금 대대적인 작품 물갈이를 하고 있는데요.
눈에 띄는 대작들이 올라오고, 오프에서부터 치고 올라온 히든 작품들이 많다는게 올해 특징이예요.
그중에서 단연, 한국 관객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수 있는 작품은
캣츠, 아나스타샤, 찰리와 초콜렛 공장 그리고 미스 사이공이라고 생각됩니다.
스토리가 잘 알려져 있고, 워낙 전 세계에서 공연한 작품들이다 보니 재미없을지도 모른다는 위험 요소가 적기 때문이죠.
미스 사이공은 이미 25주년 영화로도 나와 큰 성공을 거두었고,
런던 프로덕션에서 홍광호라는 한국 스타배우를 튜이로 캐스팅 하면서 큰 화제를 낳았던 작품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4번째인데, 사실 쌍팔년도에 윤석화라는 배우가 세종문화대강당에서 하실때 본 충격.. 아직도 마음에 갖고 있어요.
그 이후 영화나 런던 프로덕션, 심지어 조수미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담긴 I Stll Believe까지 들어와서 그런지
저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뮤지컬이예요.
그러다 보니 눈에 쌍심지 키고 뭐 잘못했는데,뭐가 아쉬운지 찾아 보려했던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난밤, 그냥 무너졌네요. ㅎㅎ
아직 이 공연의 대한 리뷰도 많이 없고 아쉽게도 내년 1월에 끝나기로 정해놓고 하는 인게이지먼트 공연이기때문에
앞으로 미스사이공을 보실 분들은 어떤 점을 주력해서 보시면 좋을지
술술 풀어 볼게요~
첫째, 세계 4대 뮤지컬 제왕의 브로드웨이 귀환
![]()
4대라는 표현이 좀 그렇지만 흔히들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그리고 미스사이공을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하죠.
최고로 훌륭하다기 보다는 상업적으로 성공했고, 또 그만큼 볼 가치가 있는 뮤지컬들인데요.
놀랍게도 카메론 메켄토시가 이를 몽땅 제작했어요. 지난해 브로드웨이에서 레미제라블이 떠나고 캣츠와 미스 사이공이 줄줄이 따라 붙었는데, 저는 캣츠 리뷰는 과감히 생략했답니다. 나쁘지 않았지만, 뭔가 망치 맞은 느낌은 없었기 때문인데, 그 망치 이제 맞은것 같습니다. 미스 사이공으로요.
가장 큰 극장 중에 하나인 브로드웨이 씨어터를 대여했고, 무대 장치 끝내주게 했어요. 특히, 음향이 너무 좋았는데, 아마도 미스 사이공이 뮤지컬 넘버로 승부하는 작품이다 보니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것 같았습니다. 바람 소리, 폭탄 터지는 소리, 꺄르르르 웃는 주인공들의 목소리 하나 하나 생생했어요. 세트와 조명 역시 굉장했고요. 미스 사이공 전에 그 극장에서 지붕위의 바이올린을 했었는데, 그때도 조명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미스 사이공 역시 그래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여줘야 할 비참함과 사랑에 빠진 미군과 베트남 처녀의 간지러움을 그대로 느낄수 있는 훌륭한 무대 였답니다.
둘째, 머리와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명곡 잔치
![]()
I still believe, Why me, Sun and Moon등 얼핏 들어도 누구나 다 알만한 명곡들은 모두 미스 사이공에 있습니다.
작곡 작사를 담당한 클라우드 미쉘 쉰버그는 천재겠지요. 이미 여러번 골든 글로브와 토니, 그래미상을 타기도 했던 그의 음악은 정말 역사에 남을 겁니다. 무엇보다 노래를 서서 하는게 아니라, 많이 움직이면서 서로 대사 치듯 하면 버겨울 법도 한데, 미스 사이공의 노래들은 그런 어색함을 전혀 주지 않는 힘이 있어요. 모든 곡이 하나 하나 조마 조마하게 들려오지만, 저는 이번에 킴과 크리스가 부른 듀엣 The last night of the world 에 완전 꽃혀 버렸네요. 둘이 어찌나 사랑스러우면서 가슴 절절하게 부르던지, 보면서 나를 가려줄 담요가 있음 좋겠다고 생각할 지경이였죠. 만일 뮤지컬 티켓 가격이 $100 이라면 미스 사이공은 우리가 $100 더 보태서 $200 내야 할 곡들만 가득합니다.
세째, 4D 영화 같은 헬리콥터 신의 라이브 재현
![]()
미스 사이공 하면 헬리콥터죠. 실제 헬리콥터를 재현하네 마네, 3D로 영상이 나오네 마네. 그래서 실망했네 안했네. 가장 이야기 거리를 많이 주는 장면인데, 이번에 진짜 헬리콥터가 등장했습니다. 헬리콥터도 장엄한데, 프로펠러 돌아가면서 부는 바람이 관객 위로 날린다거나 소리가 뒤에서 앞으로 전환된다던가 하는 효과가 더해져 마치 4D영화관에 있는것 같은 느낌이예요.
서로 미국으로 가겠다고 헬리콥터에 올라타는 장면인데,여기서 크리스는 끝내 킴을 태우지 못합니다. 그 두명의 절망적인 이별을 암시하는 듯한 헬리콥터 소리의 공포와 급박함, 정말 최고였어요. 다만, 프리뷰다 보니 아직 조정이 익숙하지 않아, 헬리콥터가 퇴장하지 못해 공연이 멈추었는데, 그마져도 드라마를 끊을수는 없었어요. 많은 분들이 명장면으로 꼽으실거라 확신합니다.
네째, 몸에 딱맞는 옷을 입을 듯한 명품 배우들의 연기 전쟁
![]()
런던 프로덕션을 보면서 이게 만일 뉴욕에 온다면 어떤 배우도 같이 데리고 와야 할까? 라고 잠시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뽑은 1순위가 엔지니어 역활을 맡은 존존 브리오네스라는 배우 입니다. 필리핀 배우인데, 뭐 능청거리는 느낌과 그것을 자기것으로 소화해 내는 연기가 정말 일품, 이분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도 볼수 있으니 정말 행운입니다.
마치 내부자들의 이병헌 같다고 할까? ㅎ 킴과 크리스 이상으로 주연 역활을 하는 엔지니어 인데, 솔로부터 앙상블곡까지 개성있게 착착 보여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우리의 킴, 에바 노블레자다 입니다. 카메론이 선택한 제 2대 미스 사이공이죠.
1대 미스 사이공 레아 살롱가가 얼마나 훌륭했습니까? 그래서 부담이 아주 컸을텐데, 이언니 정말 대박입니다.
눈이 반짝 거리고, 사랑스럽고 순수하고 처절하고 구질구질하고 분노에 가득차고... 자유 자제로 변신하는 팔색조 매력이 정말 대 스타를 예감하게 합니다. 게다가 목소리. 허스키한 발성이 정말 미스 사이공의 넘버와 잘 맞는것 같아요. 이 둘만 봐도 본전 뽑은 생각이 들것 같은데, 탐이라는 킴의 어린 아들 역으로 한국 아기가 나오고요. 앙상블속에도 한국 배우들이 숨어 있으니 응원해줍시다! 저도 두살 아이는 키우는 엄마인지라, 아무것도 남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투영되는 모성을 연기하는 킴의 모습에서는 울컥하기도 했답니다.
다만, 런던에서 홍광호씨가 튜이역으로 열연했듯이 한국 배우들이 주역으로 캐스팅되었다면 더 좋았을뻔 했는데.. 아쉽더라구요.
다섯째 역사, 사랑, 모성, 야먕, 분노를 넘나드는 인간들의 대 서사시
![]()
미스 사이공은 전쟁속에서 피어난 사랑이야기이지만, 동양을 서구의 식민지로 보고, 캐릭터 자체를 빈민, 환락가의 여자, 미국에 가고 싶어 환장하는 난민들이 주역으로 배치되다 보니 욕을 많이 먹은게 사실입니다. 베트남 전쟁에 파병했던 크리스라는 미군이 술집에서 만난 킴이라는 베트남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는 그의 아이까지 낳지만, 결국 이 남자는 미국에 돌아가 다른 여자와 결혼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계속 남자를 그리워하고 미국에 서신을 보내서 찾으려 애쓰죠. 아이가 있고 여자가 살아있다는 말에 남자는 부인과 함께 그들을 만나러 옵니다. 남자가 자신을 버리고 결혼했을거라고 생각도 못한 이 어린 엄마는 결국 아이를 처음으로 보여주는 날 자살을 하고 미스 사이공은 비극으로 막을 내리게 되지만요. 이것이 결국 그런 비극적인 이야기냐. 그것은 아닙니다. 정말로 우리 역사에 그런 전쟁이 있었고, 전쟁속에서 태어난 생명도 있었고, 헤어지고 만난 연인들도 있었을겁니다.
그런 격동기를 살았던 인간들이 어떠했을지, 또 그런 감정들을 갖었던 사람들로 인해 현재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어렴풋이 생각하게 해주는 힘이 미스사이공에 담겨있습니다.
뮤지컬의 제작 의도를 해석하려면 끝도 없겠지만, 관람객의 한 사람으로서는 그랬어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상처 투성이듯 전쟁을 겪고 각자 상처를 갖은 사람들을 캐릭터를 통해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였습니다.
![]()
미스 사이공은 분명 대작이였고, 사랑이였습니다.
이념과 가치를 넘어서서 감동을 받은 관객들은 전원 기립 박수를 보냈는데요.
프리뷰 동안 헬리콥터신을 비롯해 몇가지 정비를 하면 더 깔끔한 작품으로 완성되리라 생각됩니다.
레미제라블도 정말 숨막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카메론 메켄토시 손이 대단하긴 대단한것 같아요.
무엇보다 음악! 음악! 음악 3일 째 유투브를 재생하게 만드는
미스 사이공의 음악을 라이브로 꼭 경험하시길 두손 모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뮤지컬 극장이 생각보다 큽니다. 저는 1층 뒤에서 봤는데, 나쁘지 않았구요.
현재 오쇼(링크 클릭)에서 1층 $85 ~$129까지 다양하니 체크해보시구요.
올해 뉴욕을 방문하시라는 분이라면,
그리고 지금 라이온킹이나 위키드 같은 메이져급 이외에 대작을 찾고 계신다면
미스 사이공 꼭 체크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이상 미스 사이공에 완전 반한 1인의 후기 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인생작들은 기회되실때 꼭 봐야 한다는것, 가능하면 두번 세번 살면서 계속 봐야 한다는것
감히 말씀 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