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뉴욕 일주일 여행 + NBA 관람 후기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점심시간에 농구공 튀기면서 우리는 NBA 언제 보러 가냐, 했었던 갓 스무살입니다! 마침내 졸업을 하고, 후딱 계획 세워서 친구들이랑 농구도 보고 뉴욕에서 즐겁게 놀고 온 후기를 이제야 올려요. 사실 스스로 여행을 계획해서 떠나는 게 처음이었던 데다, 그 첫 여행지가 결코 가볍게 다녀올 수만은 없는 미국이다 보니 많이 두렵고 막막했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미여디에 가입해서 닥치는 대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했고, 이곳의 많은 분들 덕분에 꽤나 성공적으로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부족한 경험으로나마 그 감사를 대신하고 싶어요!

1. 경비
대강 대한항공 왕복 항공권 130만 + 숙박비 90만 + NBA 티켓 60만 + 현장 경비 1000$ 해서 인당 400 조금 안 되게 썼어요. 물가가 헉하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으나, 따로 붙어서 나오는 택스에 팁까지 더하니 정말 상상 이상이더라구요.. 쇼핑이랑 식도락에 큰 흥미가 없어 많은 소비를 하지는 않았지만, 돈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벌어야 할 때, 아껴야 할 때, 써야 할 때, 이걸 구분할 줄 아는 눈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2. 숙소
Hampton Inn Manhattan/Times Square South 6박
여기는 애초에 잠만 자려고 묵었던 곳이라 큰 기대는 안 했고, 그래도 나름 괜찮았어요. 포트 오쏘리티 역에서 3분밖에 안 걸려서 이동하기 매우 편했던 것 같아요. 다만 성인 남성 4명이 자기에는 조금 좁았던..
1 Hotel Brooklyn Bridge 2박
그래도 그 호텔 많은 뉴욕인데, 비싼 데서 이틀만 묵자고 해서 갔던 호텔이에요. 확실히 친환경이라는 핵심 가치가 인테리어 이곳저곳에 녹아 있어서 인상 깊었고, 로비에 있는 사과가 맛있었습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밤에 루프탑에서 재즈 틀어놓고 로어맨해튼의 야경을 감상했던 기억은 아마도 평생 갈 것 같아요 ㅎㅎ 


3. 일정

1일차: JFK 도착 - 택시 타고 타임스퀘어 숙소 도착
제일 걱정했던 입국심사는 의외로 별거 없었어요! 앞에 섰던 분들 중 두 분이나 세컨더리룸 가시길래 식겁했는데, 의외로 여행 목적이 뭐냐. 학생이냐 이 정도만 묻고 끝나더라구요. 그렇게 순조롭게 가나 싶었는데, E라인이 밤에는 맨해튼까지 안 가고 퀸스 어디서 멈추길래 겨우겨우 택시 잡아서 숙소 갔네요 ㅎㅎ 밤중의 퀸스는 무섭습니다..

2일차: 타임스퀘어 - 5번가 - 브라이언트 파크 - 갤러거 - 센트럴 파크/메트로폴리탄 - 모마



정말 많이 걸었던 날이에요. 많이 걸었던 만큼 휙휙 바뀌는 맨해튼의 풍경을 잘 느낄 수 있어서 감명 깊었던 날이기도 하네요. 밤낮으로 화려한 불빛들이 비추고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도시 그 자체인 타임스퀘어부터 조용하게 사람 사는 분위기의 어퍼맨해튼까지 참 많은 것을 봤던 것 같아요.
다만 아쉬운 점도 좀 있었어요. 먼저, 겨울의 센트럴파크는 솔직히 좀 황량하더라구요;; 날씨가 좋아서 산책하기에는 딱이긴 했는데, 제가 원래 기대했던 도심 속의 푸르른 공원은 또 아니었어요. 이것 때문에라도 다른 계절에 뉴욕을 다시 한번 찾고 싶네요. 그리고, 미술관 투어가 저에게는 잘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메트로폴리탄은 정말 두세시간 안에 볼 수 있는 규모가 아니더라구요 ㅋㅋ 게다가 미술 분야에 문외한이다 보니, 제가 볼 수 있는 게 겉으로 느껴지는 작품의 아름다움이 다라는 점이 좀 씁쓸했어요. 모마도 갔는데, 무료입장 날이어서 겉으로 작품이 아름다운지도 잘 모르고 인파에 떠밀리듯 감상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 있는 몇몇 작품 외에도 제 맘에 드는 그림이 분명히 더 있었을 텐데, 그런 작품들을 놓친 것도 아쉬움 포인트이자 나중에 뉴욕을 다시 찾고 싶은 이유가 되겠네요.

3일차: 베슬 -  하이라인 파크 - 첼시마켓 - 스벅 리저브



이날은 날씨가 좋지 않았어요. 하이라인파크를 걸을 때만 해도 흐린 날씨가 특유의 힙한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하면서 만족했는데, 스벅 리저브를 나오자마자 쏟아지는 블리자드급 눈보라에 굴복하고야 말았습니다 ㅎ 그렇게 낮 12시부터 숙소에 처박혀서 강제 휴식을 취했고, 그래도 그게 썩 나쁘지는 않았네요. 그리고, 첼시마켓에서 랍스터 제일 큰 사이즈를 하나 시켰는데 4명이 달려드니 정말 순삭이더군요. 맛있기는 엄청 맛있었어요. 

4일차: 플랫아이언 빌딩 - 매디슨 스퀘어 파크 -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 유니언/워싱턴 스퀘어 파크 




뉴욕만의 매력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던 날이었습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에서 바라보는 청명한 맨해튼의 풍경도 최고였고, 워싱턴스퀘어파크에서 피아노 버스킹을 들으면서 여유롭게 앉아 있는 것도 인상 깊은 경험이었어요. 공원에서 현란하게 보드 타던 형뻘 두 사람, 기타 하나로 여러 멜로디 뽑아서 믹싱하며 거의 예술을 하던 뮤지션, 아직 솜씨 죽지 않았다는 듯 피아노 치시던 할아버지와 흐뭇하게 바라보는 할머니.. 뉴욕의 색깔은 회색 말고도 더 있음을 느꼈습니다.

5일차: 메이시스 - 마담투소 - 탑오브더락 - 블루노트





사실 마담투소는 시간 때우려고 갔는데, 생각보다 익숙한 유명인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입구에 서 있는 뜨또형 표정은 꼭 보시길 바라요 ㅋㅋㅋㅋㅋㅋㅋ
NBA 외에 제일 기대했던 관광은 탑오브더락이었고, 탑오브더락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뉴욕관광정보센터에서 패스를 끊어서 갔는데, 4시 20분 입장은 매진됐다길래 할 수 없이 4시 50분에 입장했어요. 다행히 저희가 입장하자마자 선셋이 시작되었고, 최고의 풍경을 볼 수 있었어요. 사람들이 엠파이어스테이트가 보이는 남쪽에 거의 몰려있는데, 저는 센트럴파크가 보이는 북쪽 풍경도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하도 추워서 그런가 감상에 젖을 타이밍은 허락되지 않았지만, 사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다음으로 간 곳은 재즈를 즐겨듣는 친구의 픽이었던 블루노트였어요. 원래는 전날에 가는 거였는데, 가격도 이 날 대비 비쌌고 스탠딩석이라길래 이 날 오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날 왔던 아티스트가 재즈계의 대부급인 마세오 파커라는 분이었다는군요.. 모두들 엄청나게 아쉬워했지만 공연을 보고 그 얘기는 쏙 들어갑니다) 조엘 로스라는 아티스트의 공연이었는데, 제가 알던 재즈의 통념을 깨버렸습니다 ㅎㅎ 비브라폰이라는 타악기가 어떻게 재즈에 녹아들까, 싶었는데 신기하게 어울리더라구요. 도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드러머 분의 솜씨도 인상적이었어요. 나이 때문에 술을 시킬 수 없었던 건 아쉽네요. 

6일차: 원월드트레이드센터 - 911 메모리얼 - 배터리 파크 - 혼블로어 크루즈 - 코리아타운


세 번째 전망대로 WTC를 갔어요. 앞의 두 전망대의 풍경이 너무 인상적이라 살짝 감흥이 떨어지기는 했는데, 그래도 로어맨해튼의 360도를 다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결코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911 테러는 제가 정말 어렸을 때 일어났던 일이라, 당연히 실제로 기억나지는 않아요. 그러나, TV로 그 사건을 실제로 목격했던 주변 어른들은 정말 충격을 많이 받으셨다고들 합니다. 뉴요커들 역시 다르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어쩌면 911 메모리얼 파크에서 그날을 다시 회상하는 것이 너무나 힘든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그것을 공식적으로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 역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픔을 뒤로 하고, 다음날 타기로 했던 페리를 당겨서 타기로 했어요. 좀 피곤하던 차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절묘한 하늘이 겹쳐서 엄청난 경치를 즐길 수 있었어요. 자유의 여신상이 하늘로 뭔가를 쏘기까지 했던, 굉장한 쇼였습니다.

7일차: 쇼핑 - 브루클린 강변 산책


아름다운 경치를 그렇게 봤어도, 뉴욕은 참 볼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운 게 매력 같아요.

8일차: 덤보 - 브루클린 브릿지 - 윌리엄스버그




사람들이 브루클린 브릿지에 자물쇠를 참 많이 달았었나 봅니다. 그 풍경 속에 자신들의 사랑이 영원히 남겨진다는 게 보통 로맨틱한 일은 아니긴 한데, 누군가는 그걸 떼기 위해서 어마어마하게 고생했겠죠 ㅎㅎㅎ

9일차: 필라델피아로 이동(메가버스)
원래 농구 보러 가는 김에 필라델피아 시내도 조금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사람이 점점 나태해지더군요.. 꾸리꾸리했던 날씨까지 겹쳐서 그냥 호텔에 누워버렸습니다. 하이라이트였던 다음날을 위해서라고 변명해둘게요 ㅎㅎ

10일차: NBA 필라델피아 VS LA 레이커스 경기 관람


6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간 만큼 상당히 좋은 자리였어요. (1층 10열이었나 그랬습니다) 그만큼 선수들도 잘 보였고, 특히 AD의 피지컬은 정말 어마어마하더군요 ㅎㄷㄷ 레이커스가 좋은 페이스로 1위를 하고 있고, 필라도 홈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인 만큼 재밌는 경기를 기대했어요. 막상 까보니 필라가 너무 쉽게 이겨서 살짝 김이 새긴 했습니다 ㅎㅎ 그래도 르브론이 코비를 넘어 통산 득점 3위에 오르는 뜻깊은 장면도 봤고, 마침 경기장에 온 앨런 아이버슨도 볼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제가 르브론을 썩 좋아하지 않아서 필리건 형님들이랑 같이 르브론을 신랄하게 까긴 했는데, 기록을 세우는 그 순간 모든 관중들이 르브론을 리스펙하며 박수를 보내는 그 장면은 굉장히 멋있게 느껴졌네요.
+ 코비의 안타까운 소식은 비행기가 인천에 도착하자마자 접했어요. 하필 코비가 봤을 마지막 NBA 경기를 보고, 그것도 코비가 태어났던 필라델피아에서 코비가 평생 몸담았던 레이커스의 경기를 보고 접했던 소식이라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코비가 남긴, NBA에서 뛰는 수많은 코비키드들과 정신적 유산 덕분에 저와 같은 NBA 팬들이 즐겁게 농구를 볼 수 있는 것 같아 고마울 뿐이에요. 이제 편히 쉬길 바랍니다.

11일차: 뉴욕으로 이동(암트랙) - 귀국

4. 총평
좋았던 점도, 아쉬웠던 점도 많았던 여행이었어요. 10일이라는 시간은 멋진 풍경과 새로운 문화를 즐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누구나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 숨겨져 있는 어떤 것을 찾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던 시간이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맛집을 찾기가 귀찮아서 그냥 햄버거로 상당수의 식사를 때웠던 것과 같이 말이죠. 어쨌든 나중에 돈과 여유가 좀 더 생긴다면, 뉴욕은 다시 한 번 찾을 가치가 있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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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2 · 네이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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