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차는 워싱턴 D.C.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습니다. (편의상 워싱턴으로 쓰겠습니다.)
암트랙 어플을 통해 2달 전에 티켓을 구매하니 Coach석 왕복 65달러에 가능했습니다. 날짜가 임박하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르기 때문에 보스턴이든 워싱턴이든 근교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은 미리 암트랙을 예매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6일차 일정>
: 워싱턴 유니온역 - 미국 의회의사당 투어 - 미국 의회 도서관 - 내셔널 갤러리 - 링컨기념관 - 워싱턴 기념탑 - 저녁(Charleys Cheesesteaks) - 뉴욕으로
새벽 6시 열차였기 때문에 5시 조금 넘어서 뉴저지에서 포트 오소리티 버스 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탔습니다.
새벽 버스라서 널럴할 줄 알았는데 만석이네요. 대부분 히스패닉, 동양인들이 새벽부터 맨해튼으로 출근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뉴욕살이..쉽지 않아보이네요.
암트랙을 타고 가기 위해서는 'Moynihan Train Hall at Penn Station'으로 오셔야합니다.
(다만 새벽 열차는 펜실베이니아 역으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열려있는 입구의 에스컬레이터로 그냥 들어갔네요.)
역사가 뉴욕스럽지 않게 너무 깔끔하고 신식이어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너무 이른 시간이라 치안에 대해서 가기 전부터 조금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새벽시간의 지하철 그리고 기차역도 전혀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노숙자들이 있긴 하지만 무장경찰들도 함께 있어서 안심이기도 했고요.
자느라 사진을 못 찍었는데 Coach석도 사진처럼 충분히 넓고 편했습니다. 워싱턴까지 3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좌석까지 불편했으면 당일치기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운만 좋으면 옆사람 없이 혼자 앉아서 갈 수도 있습니다.
쉬며 자며 하다보니 6시에 출발한 기차가 9시반에 워싱턴 유니온역에 도착했고, 10시 20분에 예약한 의회의사당 투어를 듣기 전에 아침부터 먹으러 갑니다.
유니온역 푸드코트의 'Crepe lena'입니다. 식당들이 많이 있지만 아침 일찍 여는 곳은 여기와 Chick-fil-A 정도였네요. 바빠서 기본 크레페만 시켰습니다.
평점도 나쁜 편이 아니었고 맛도 괜찮습니다. 당충전을 충분히 하고 나서 의회의사당으로 향했습니다.
워싱턴은 유니온역부터가 뉴욕과 느낌이 확연히 다릅니다. 너어~무 많은 고층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느낌의 뉴욕에 비해 넓은 벌판을 홀로 차지한 유니온역은 더 웅장하게 느껴지고 여유롭습니다.
무엇보다 드디어 여행 중에 처음으로 해가 떠서 더더욱 멋져보이더라구요. 7일만에 보는 태양에 햇살과 하늘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ㅋㅋ 나들이 하기 최상의 날씨 덕에 쾌조의 컨디션으로 워싱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유니온역부터 보이는 의회의사당을 향해 15분에서 20분을 걸어가면 비지터센터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사실 백악관과 의회의사당 투어 중 어느 것을 들을까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헌법제정과 삼권분립 등 미국 민주주의의 굵직한 역사를 들을 수 있는 의회 투어를 듣는 것이 더 의미가 깊을 것 같아서 선택했어요.
와우.. 가까이서 보니 훨씬 훨씬 웅장하고 멋집니다.
타원형의 돔은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과 비슷했고, 열주들이 늘어선 건축물은 그리스 신전 같은 우아한 모습이었습니다. 날씨가 맑으니 햇살에 새하얀 대리석이 반사되어 푸른 하늘에 반짝이는 모습이 장관이었네요.
혹시 투어를 듣지 않더라도 너무 멋진 외관만이라도 보고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투어 예약 시간에 맞추어 입장 후 지하로 내려가면 먼저 시간대가 같은 사람들을 모아서 대기하게 합니다. 그리고 작은 극장에서 미국뽕이 다분히 들어간 15분 가량의 짧은 영상을 보여줍니다.
영상에서는 독립전쟁과 미국의 건국, 헌법의 제정, 1814년 미영전쟁 이후 폐허가 된 워싱턴과 의회의사당을 어떻게 다시 재건했는지 등등이 나옵니다.
뭔가 결국 미국이 최고다!라는 내용이라서 저는 그냥 재미있게 보았지만 미국인 중에는 감격에 겨워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
영상을 본 후에는 투어가 시작되는데요. 팁을 드리면
1. 사진처럼 한글로 된 팸플릿을 받아두시면 좋습니다. (저는 가이드님께 요청해서 받았습니다.)
2. 영상 이후에 줄 설 때 자기와 맞을 것 같은 가이드님을 골라 그 줄 앞에 서시면 됩니다.
저는 아무 생각없이 줄 섰는데 가이드분이 아시아계 중년 남성분이셨어요. 어찌나 발음도 정확하고 말을 재미있게 하시던지 투어 만족도 100%였습니다.
영어 투어라서 걱정했는데 세계 여러 나라 사람이 모이는 것을 감안하시고 아주 쉬운 영어로 설명해주십니다. 덕분에 내용을 거진 다 이해하고 즐거운 투어가 되었던 것 같아요.
미국이 국가를 건립하고 나서 연방정부의 힘이 미약했을 때는 의회의사당도 지금처럼 거대한 크기가 아니고 매우 작았다고 합니다. 투어에서는 증축이 되기 전 초기 건물의 회의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토머스 제퍼슨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모여 집무를 보았다고 하네요.
의회의사당의 가장 중요한 볼거리라고 할 수 있는 원형홀입니다. 천장에는 1865년 콘스탄티노 브루미디가 그린 '워싱턴의 신격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자유/승리의 여신들과 하늘에 올라 신처럼 앉아있는 조지 워싱턴을 보면 이 초대 대통령이 미국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알찬 투어를 마무리하고 나서 바로 지하로 연결되는 국회도서관으로 갔습니다. 비록 의회의사당에서 바로 갈 수 있더라도 반드시 홈페이지에서 따로 시간을 지정하셔야 입장이 됩니다.
의회의사당 투어가 비디오 시청부터 시작해서 예약한 시간부터 약 70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미리 이에 맞춰서 예약을 하시거나, 투어가 끝나고 도서관으로 이동하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하시면 됩니다.
의회도서관은 여느 유럽의 궁전들이나 비엔나의 미술사 박물관만큼이나 호화롭고 아름답습니다.
무엇보다 금빛과 오렌지빛이 어우러진 천장의 색감과 장식이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을 많이 찍었네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라는데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곳이라서 더 경이로웠습니다.
도서관 Main Reading Room입니다. 해리포터 영화처럼 책들이 날아다닐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도서관을 좋아하는 저는 내려가보고 싶었지만 일반 관광객들은 평일 지정된 시간에 관람을 하거나, 도서관 카드를 만들지 않은 이상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날은 주말이어서 위에서만 내려다 보고 아쉽게 돌아왔습니다. 워싱턴에 오래 계시는 분들은 시간을 내어 직접 방문해 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의회의사당과 도서관 모두 볼거리도 많고 워싱턴의 메인 관광지라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방문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
다음 목적지인 내셔널 갤러리까지는 워싱턴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내셔널몰이 매우 넓기 때문에 버스를 적절히 이용하시면 도움이 됩니다.(걸어가면 30분 정도 걸립니다. ㅎㅎ) 가격은 2달러입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면서 찍은 워싱턴의 거리입니다. 이날 행사 퍼레이드가 있어서 준비가 한창이었네요.
햇살 아래 고풍스런 건물이 즐비한 워싱턴도 정말 멋진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시간 반 걸려서 온 보람이 있네요. 😄
사실 보스턴과 워싱턴 당일치기 중에서 고민하다가 워싱턴을 고른 이유는 수도의 상징성도 크지만 인상주의 150주년 기념 특별전이 파리에 이어 워싱턴에서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입니다.
파리 오르셰 미술관에서는 16유로였겠지만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무료!로 볼 수 있었습니다.
(워싱턴 대부분의 박물관/미술관은 무료입니다.)
인상주의 시작을 알린 모네의 해돋이를 마주하니 감격스러웠습니다. 당시 평론가가 그림을 보고 완성도가 막연한 '인상'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뉘앙스로 말한 것이 결국에는 인상주의의 이름이 되었지요.
재치있게도 그 당시 살롱전(1874년 인상주의전은 당시 살롱전에 거절한 작품들을 모아서 전시한 것입니다.)의 작품과 모네의 해돋이를 함께 걸어두었습니다.
지금 제 눈에도 객관적으로 살롱전 출품작이 더 잘 그린 것 같은데 당시 사람들은 더욱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대상을 보는 새로운 지각방식은 결국 널리 수용되어 인상주의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회화 양식이 되었습니다.
인상주의 초기작들을 보는 기회와 동시에 1874년 당시 파리 미술계의 주류와 비주류를 함께 비교해가며 보는 것만 해도 너무 흥미로워서 내셔널 갤러리에 올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당연히 인상주의 특별전 이외에도 원래 내셔널 갤러리에 걸려있는 인상주의 회화들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특별전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인상주의 그림들을 보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다 빈치의 작품 중 공개적으로는 유일하게 전시된 지네브라 데 벤치입니다.
세계적으로 다 빈치의 유화는 흔치 않기 때문에 이 그림 하나를 보기 위해 많은 미국인들이 내셔널 갤러리를 찾는다고 합니다.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는 그 어떤 미술관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만큼 작품 컬렉션도 훌륭하고 내부 건물도 아름답습니다.
시간만 있다면 작품들을 전부 천천히 보고 싶었는데 당일치기 일정상 그러진 못 했네요. 시간이 없는 분들은 1층의 조각/가구 등의 전시는 패스하시고 메인홀의 고전주의/인상주의 회화들 위주로 관람하시면 됩니다.
이어서 내셔널 갤러리 동관도 관람하러 갔습니다.
동관은 모더니즘 이후의 회화 및 현대미술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바렛뉴먼의 작품이 가득 채워있는 전시실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있었지만 대가들의 그림이 마치 장식품인 척 벽면에 걸려있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 같았어요. 상대적으로 사람도 적고 쾌적해서 여유롭게 작품들을 둘러보았습니다.
미술관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워싱턴은 천국입니다. 수준 높은 작품들을 멋진 미술관에서 '무료로' 마음대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본관에서 2시간, 동관에서 1시간 정도 둘러보고 링컨기념관으로 이동했습니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링컨기념관까지는 '워싱턴 순환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앞의 워싱턴 시내버스와는 다른 버스입니다.)
단돈 1달러에 내셔널몰 주요 관광지를 모두 들르는 좋은 대중교통 수단입니다. 다만
1. 24년 12월 31일에는 서비스가 종료되고
2. 단축 운영 때문인지 구글맵 버스 시간보다 한참 늦게 올 때가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혹시라도 순환버스를 이용해 워싱턴 여행을 계획하셨던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워싱턴의 모든 지역을 통틀어 링컨기념관에 가장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특히 어린 자녀들 둔 가족들이 많이 찾아왔어요. 아마 위인전에서만 보던 링컨 대통령에 대해 자녀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벽에는 링컨의 연설 중 아마 전세계인이 알고 있지 않을까 싶은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문이 적혀져 있었습니다.
저도 연설문 전체를 본 것은 처음이라서 차분히 읽어보면서 미국인에게 가장 존경받는 링컨 대통령의 생애와 업적을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링컨기념관의 또 다른 관광 포인트입니다. 워싱턴 기념탑과 일직선으로 마주하고 있어서 맑은 날에는 저렇게 'Lincoln Memorial Reflecting Pool'에 워싱턴 기념탑이 거울처럼 비칩니다.
내셔널몰은 송파 올림픽 공원의 아주 드넓은 버전 같았습니다. 공원의 푸르른 잔디밭에서 노는 아이들과 귀여운 다람쥐, 청솔모들만 보아도 충분히 힐링됩니다.
뉴욕은 정말 멋진 도시이지만 며칠 지내다보면 너무나 화려한 모습과 시끄러운 소음에 시각과 청각 등 감각기관이 폭발할 수도 있거든요. ㅋㅋ
딱 알맞은 때에 워싱턴에 와서 녹지도 보고 숲길도 걸으니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뉴욕에서 센트럴파크를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도 여기서 달랠 수 있었습니다.
워싱턴 기념탑도 직접 와서 보았습니다. 링컨기념관에서 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생각보다 더 높고 규모도 거대합니다. 특히 맑은 날 오시면 이렇게 하늘을 찌를듯한 탑의 모습을 담은 최고의 사진을 담아갈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 핸드폰 배경으로 저장했네요.
🤗
참고로 예약을 하면 탑의 꼭대기로 올라가서 워싱턴의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예약을 실패해서 못 본 게 매우 아쉬웠네요. ㅠㅠ
이제 다시 워싱턴 순환버스를 타고 뉴욕행 열차를 타기위해 유니온역으로 돌아갔습니다.
뉴욕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 식사로 'Charleys Cheesesteaks'를 픽했습니다. 유니온역 푸드코트에서 가장 평점이 좋은 식당이었습니다.
아주 아주! 맛있었습니다. 배가 고파서 그런 건지 몰라도(그러고 보니 점심도 안 먹고 관광했네요. 🤣) 너무 맛있어서 흡입했습니다.
패스트푸드답지 않게 짜거나 너무 달거나 하지 않고 야채와 고기도 신선하고 담백해서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가격도 콜라까지 13달러로 저렴해서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암트랙 내에서 이런 패스트푸드 포장해서 드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기차 내에서 식사해도 되나 긴가민가해서 먹고 들어갔는데 포장해서 간단히 식사하는 분들 많았습니다. 너무 냄새가 과한 음식이거나 지저분하게만 먹지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아요.
밤 늦게 뉴욕에 도착하고 나서 숙소로 돌아가서 쓰러져 잤습니다. 그만큼 당일치기가 쉽지 않았지만 워싱턴은 피곤도 밥도 잊고 돌아다닐만큼 매력적인 도시였습니다. 다음에는 꼭 1박이든 2박이든 길게 여유를 잡고 휼륭한 다른 박물관들과 내셔널몰의 공원을 방문해보고 싶네요.
이제 마지막 후기로 돌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