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로어 맨해튼 일대를 돌아보는 날이었는데, 아침부터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원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사람없는 덤보를 가보려 했으나 뭔가 다 귀찮아져서 밍기적거리다가 우산을 들고 터벅터벅 맨해튼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4일차 일정>
: 스톤스트리트 - 트리니티 교회 - 점심(Chick-fil-A) - 브룩필드 스페이스 - 9/11 Museum - 오큘러스 - 뮤지컬 위키드 - 저녁(Mama Halal Food) - 해밀턴파크 야경
머무는 동안 항상 포트 오소리티 버스터미널 정문 맞은편의 뉴욕타임즈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여기서 빨간색 지하철 노선을 타면 로어 맨해튼으로 갈 수 있어요.
뉴욕 초보라면 뉴욕 지하철에 대한 궁금증이 정말 많으실텐데 사실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좀 더 더럽고, 냄새나고, 좁고, 환기가 잘 안 돼서 답답하거나 뜨겁고, 간혹 좀비처럼 움직이는 노숙자가 있는 것만 제외하면 똑같습니다. ㅋㅋㅋ
처음에는 많이 경계했는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4일차쯤 되니 그냥 한국처럼 다녔어요. 노숙자는 가급적 근처에 가지 마시고 혹시 접근해서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살짝 피하시면 큰 문제 없습니다.
오히려 지하철에서 중요한 점은
1) 지상에서부터 상행과 하행 입구를 구별(to Uptown /to Downtown)하여 지하로 들어갈 것
2) 상행이나 하행을 잘 탔다면 열차 앞에 써있는 종착지가 구글맵 길찾기 정보와 일치하는지 확인
이 두 가지를 반드시 체크하셔야합니다. 가끔 하행선에 노선 번호까지 잘 맞춰 탔어도 종착지가 달라서 중간에 다른 경로로 가버려 매우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두 번 정도 당하고 나서 정신 단디차리고 탔더니 문제 없었네요. 😄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로어 맨해튼의 모습입니다.
구글맵에서 스톤스트리트를 검색해서 오시면 이렇게 예쁜 거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보통 맨해튼의 번화가는 직사각형의 필지와 교차하는 사거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거리의 이름도 Avenue와 Street의 숫자 조합으로 되어 있어서 저한테는 조금 정없게? 느껴졌는데요.
하지만 로어 맨해튼은 뉴욕이 뉴암스테르담이던 시절의 구불구불하고 사방으로 아무렇게나 뻗은 길들이 그대로 남아있고 스톤스트리트, 브로드웨이 등 옛 지명도 그대로 쓰고 있어서 예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아무래도 이쪽 골목을 돌아보는 것이 좀 더 취향이었습니다. 길에 이름이 있어야 정감도 가고 돌아다닐 맛이 나거든요. ㅎㅎ
유럽풍의 조약돌 거리는 걷는 재미도 있었고 마치 런던의 한 동네를 산책하는 느낌도 나는 곳이었습니다.
브로드웨이처럼 사선으로 된 길들의 모양에 맞추어 건물을 짓다보니 중간중간 이런 재미난 모양을 지닌 건물이 속속 등장합니다.
트리니티 교회를 향해 북상하면 유명한 '돌진하는 황소상'도 볼 수 있습니다. 황소를 만지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에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려 줄을 서고 있었지만 저는.. 패스했습니다. ^^
조금 지나면 뉴욕증권거래소도 볼 수 있습니다.
어릴 적 뉴스에서 널뛰는 미국 증시에 뉴욕 증권가 사람들이 머리 싸쥐고 절망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많았는데 그게 여기겠네요. ㅋㅋ 최근 IPO를 진행한 기업의 현수막을 저렇게 걸어준다고 합니다.
월스트리트의 으리으리한 건물 사이로 트리니티 교회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트리니티 교회는 1920년대 뉴욕에 고층빌딩 붐이 일기 전에는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습니다. 1697년 지어진 성당을 두 번 개축하여 1846년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으니 그야말로 뉴욕의 역사와 함께한 교회입니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려서 교회에 잠시 들어가서 비를 피하기로 했습니다.
그 전에 교회 뒷마당에 있는 해밀턴의 묘소부터 잠깐 둘러보았습니다.
알렉산더 해밀턴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명으로 초대 재무장관을 역임한 사람입니다. 신생국가인 미국의 재정이 튼튼하게 자리잡도록 연방은행을 설립하는 등 강력한 경제정책을 펼쳤기에 미국의 가장 위대한 재무장관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최근 알레산더 해밀턴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해밀턴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 뉴저지의 해밀턴파크와 더불어 이곳도 역사를 기억하려는 방문객이 많이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이제 트리니티 교회 내부로 들어갑니다.
성당 내부는 전의 세인트 패트릭스 대성당에 비해 아담하고 정갈한 분위기입니다.
비 내리는 거리를 걸었더니 체력이 소진돼서 조금 오래 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이 오셔서 10분 후에 아름다운 오르간 연주와 함께 미사가 진행되니 모두 참여하셔도 좋다고 하십니다.
꼼짝없이 갇혔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편안히 임해달라고 하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시작 후에는 갇힐 것 같아서 후다닥 나왔습니다. 😅
나가려고 주섬주섬 짐을 싸고 메일만 확인하고 있는데 헉! 로터리 넣은 뮤지컬 위키드가 당첨 메일이 왔네요. 이때가 결제 마감시간인 정오까지 8분 남은 시점이었는데 8분간 엄청 고민했습니다.
위키드 내용 하나도 모르는데 재미가 있을지? 라이온킹 로터리는 35달러고 위키드는 54달러인데 로터리치고 비싼 것은 아닌지? 어제 뮤지컬 봤는데 오늘 또 본다고? 등등..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알라딘/위키드/라이온킹 등 대표적인 뮤지컬 로터리가 당첨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마시고 가세요.
후술하겠지만 위키드 본 것이 이번 뉴욕여행 중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였습니다.
덜컥 당첨되길래 아무나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원래 절대 쉽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이날 이후는 라이온킹 도전 전부 꽝이었습니다. ㅋㅋ
뮤지컬 로터리에 도전하시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야경 일정은 유동적으로 잡으시는 게 좋습니다. 만약 탑오브더락을 예약한 상태에서 로터리가 당첨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가장 확실히 보고싶었던 탑오브더락은 뮤지컬 공연이 없는 월요일에 예약하고, 로터리가 떨어진 날에 덤보를 가거나 하는 식으로 야경 일정을 잡았습니다.
위키드 결제를 무사히 마치고 점찍어둔 식당으로 식사하러 갔습니다.
미국의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한국에도 많이 상륙해 있어서 한국에 없는 칰필레를 오늘의 점심으로 픽했습니다. 기본 치킨버거와 칰필레의 트레이드 마크인 다양한 소스입니다.
여행 중에 먹은 것 가운데 가격을 생각하면 제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콜라까지 단돈 8.59달러에 한 끼를 때울 수 있었네요.
미국 음식답지 않게 짜지도 않고 아주 담백해서 KFC보다 훨씬 맛있게 먹었습니다. 소스도 꽤나 다양하게 있었지만 버거 내용물이 훌륭해서인지 그냥 먹는 게 가장 맛있더라구요.
살발한 물가를 자랑하는 뉴욕에서 저렴하고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기분좋게 다음 행선지로 향했습니다.
원월드 전망대 주경을 보기위해 가는 길에 멋진 오큘러스 건축물이 보이네요.
날아오르는 새 혹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고래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외관이 인상적입니다. 요즘 로어 맨해튼의 랜드마크라고 하네요.
이 지역은 다른 뉴욕 동네들과는 달리 길도 넓고 거리도 깨끗하고 엄청 쾌적한 분위기였습니다.
뒤에 원월드 전망대 건물이 보입니다. 다만 사진처럼 안개가 너무 낀 날씨 때문에 도착하니 'Zero Visibility'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올라가도 아무것도 안 보인답니다. ㅜㅜ
많은 검색 결과 사람들이 주경은 원월드, 야경은 탑오브더락을 가장 추천하고 있기에 오기로 결정을 했는데 조금 아쉽네요. 올라가봤자 안개만 보고 올 것 같아서 환불받았습니다. 🫠
원월드 전망대를 취소한 덕에 9/11 Museum 예약 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앉아 있을 곳을 찾아 대형 쇼핑몰인 '브룩필드 플레이스'에 왔습니다.
음~ 익숙한 코엑스 스멜이네요. 쇼핑몰은 전세계 어딜 가나 비슷비슷하지만 깨끗한 곳에서 편안하게 쉬기에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2층에는 이렇게 앉아서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소파가 많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냥 여기서 뉴요커들 점심식사하는 것도 보고 멍때리면서 잘 쉬었네요.
시간이 되어 9/11 Museum에 입장했습니다.
저는 2001년 당시 9/11 테러의 참상을 뉴스에서 직접 본 세대이기 때문에 그 현장에 실제로 간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여러가지 감정이 들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30분 브루클린에서 바라본 평화로운 로어 맨해튼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아무도 15분 후에 저 쌍둥이 빌딩에 테러가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 못 했을 겁니다.
쌍둥이 타워 중 남쪽 타워 잔해의 일부인 기둥입니다. 테러 이후 9개월 간의 복구작업에서 마지막까지 남아있었기에 The Last Colmun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기둥에는 테러희생자, 순직한 소방관들에 대한 추모메시지와 희생자의 수 등이 적혀있습니다. '역경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던 기둥'의 의미를 살려 재건의 상징처럼 박물관에 놓아두었습니다.
당시 출동했던 소방차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뉴욕 전역에서 출동한 소방관들은 살아돌아오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무너져내리는 건물 안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많은 소방관들이 건물의 붕괴와 함께 순직하셨습니다.
사실 가장 인상깊었던 2개의 전시실은 사진 촬영이 불가능합니다. 간략히 설명을 드리자면
1) Historical Exhibition- September 11, 2001
메인 전시실로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9/11 테러 당시의 시간대별 상세한 기록
(2) 9/11 이전부터 테러 당일까지의 역사적 맥락
(3) 테러 이후 미국과 뉴욕시의 대처 그리고 재건
아무래도 (1)의 내용이 가장 중요하기에 사진, 기사, 비디오 등을 활용해서 상세히 보여주고 있었네요.
당시의 참혹한 영상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2) Memorial Exhibition : In Memoriam
이곳은 테러로 희생된 2,977명의 사진을 걸어놓은 추모 공간입니다.
안쪽의 비디오실에서는 희생자 한 명 한 명이 어디에 살았고 어떠한 사람들이었는지 천천히 나레이션이 나옵니다.
화면에 그 모두의 사망일이 2001년 9월 11일로 동일하게 표기된 것을 보았을 때, 9/11이 얼마나 비극적인 사건이었는지 다시금 느꼈습니다..
시간이 촉박하다면 위의 두 개 전시실이라도 꼭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미국인들이 본인들의 아픈 기억을 어떻게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는지 희생자들을 어떻게 추모하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참 잘 만들어 놨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미국답습니다.
"단 하루도 시간의 기억에서 당신을 지울 수 없습니다." 글귀를 마지막으로 박물관 관람을 마쳤습니다.
Museum을 다 보고 지상으로 나오면 방금의 글귀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9/11 Memorial pool이 보입니다.
쌍둥이 빌딩이 있던 두개의 터에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와 같은 조형물이 새로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방의 물을 아래로 흘러보내는 거대한 구멍은 채울 수 없는 슬픔과 희생자들의 빈자리를 의미합니다.
이 물은 Memorial pool이 존재하는 한 하루도 빠짐없이 아래로 흐를 것입니다. 따라서 벽에 새겨진 글귀처럼 남은 이들은 이곳에서 희생자들을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변함없이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슬픔의 공간이기만한 것은 아닙니다.
시원한 물소리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먹먹한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고, 아픈 기억의 장소 위로 다시 올라선 원월드 전망대의 모습도 멋졌습니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오히려 뉴욕을 기념하는 관광객들의 멋진 포토존으로 활용되고 있었네요.
"매우 감동적인 추모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이 부지가 어떻게 다시금 도시의 일부가 되게 할 것인가도 염두에 두었다."
9/11 메모리얼의 건축가인 마이클 아라드가 한 말입니다.
사람들은 9/11 Museum을 방문하고, Memorial의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합니다.
그러면서도 이곳은 관광객들에게는 멋진 포토존, 현지인들에게는 나들이하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민공원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참혹한 테러가 일어난 장소였다는 것을 잠시 잊을만큼 평화롭고 아름다워요.
그런 면에서 보면 건축가의 건축 의도대로 충실히 설계되었고 도시의 일부로서 뉴욕에 사는 사람들, 뉴욕에 방문하는 사람들에 의해 잘 유지되고 있는 멋진 장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오큘러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로어 맨해튼은 참 멋진 곳입니다. 뉴욕풍의 전형적인건물들과 예술적인 그래피티, 오큘러스와 같은 현대적인 건축물이 한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다시 뉴욕을 방문한다면 이쪽 지역은 꼭 다시 와서 많이 보고 걸으며 좋았던 기억을 되살려보고 싶습니다.
새하얀 드레스 같은 오큘러스의 내부입니다. 그냥 지하철역이 이렇게 멋진 것은 반칙 아닌가요? ㅋㅋ
사람들은 으레 수직의 높은 건축물에 감동을 느끼고 세계 곳곳에는 이를 반영한 건물들이 많이 있지만, 뉴욕이라는 도시는 어찌보면 이러한 식상한 컨셉조차 세련되게 재해석해서 멋드러지게 구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큘러스는 잠시만 있으려고 했는데 건물이 워낙 멋있어서 여기저기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네요.
여기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월드 전망대, 9/11 Museum 등 주변의 굵직한 관광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오큘러스를 둘러본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동선을 잡으시면 편합니다.
다시 타임스퀘어 부근으로 올라와서 커피와 휴식 타임을 가졌습니다. 'Culture Espresso'라고 구글 평점이 높은 카페입니다.
초코쿠키와 라테를 주문했는데 라테는 무난했고 초코쿠키가 매우 맛있었습니다. 어느 대회에서 수상한 쿠키라던데 쫀득하고 달달하니 매우 맛있었습니다. 실제로 방문객들 전부 쿠키는 하나씩 먹고 있었네요.
그러나 여기서 커피를 마시다가 바로 건너편에 공차로 이동했습니다. 맨해튼은 사실 스타벅스든 인기있는 카페든 공간은 좁고 사람이 너무 많아요. (시끄러워요 ㅋㅋ..) 건너편 공차에서는 한 시간 동안 혼자서 조용한 분위기를 즐겼습니다.
오후 7시에 맞춰 로터리 당첨된 위키드를 보러왔습니다. 로터리 좌석이라고 무조건 나쁘지는 않습니다.
저는 메자닌석이었는데 2층이라 무대장치도 잘 보이고 배우들 연기를 감상하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나는 배우들의 표정 하나까지 놓치지 않겠다!'라는 분만 아니라면 오케스트라석을 고집하지 않으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브라보...!!! 👏👏👏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뉴욕여행에서 위키드 본 것이 손꼽힐만큼 좋았습니다. 배우들 가창력과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일단 노래가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영어 대사가 알라딘에 비해서 좀 많기는 하지만 배우들 딕션이 워낙 좋아서 오히려 알아듣기 편했구요.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갔어도 엄청 흥미진진하게 관람했습니다.
특히 주인공 엘파바가 'Wizard & I' 부를 때는 혼자서 목소리로 무대 전체를 휘감는 느낌이 들었고 'Defying Gravity' 부르면서 무대 위로 날아오를 때는 제가 T지만 감격해서 울었습니다. 😄
한국에 돌아와서 위키드 관련 유투브를 계속 찾아보았는데 확실히 브로드웨이에서는 가창력 자체보다는 캐릭터 감정을 전달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 노래를 하는지라 감동이 배가되는 것 같아요.
전날 알라딘 뮤지컬이 지니의 원맨 슈퍼캐리 비중이 크고 상대적으로 알라딘과 자스민이 역할이 느슨했다면 위키드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듀오체제라서 더 팽팽하게 극을 끌어가는 느낌도 있었구요.
실제로 엘파바(mary kate morrissey)와 글린다(alexandra socha)의 두 배우분들은 서로 원래 친분이 있었는데 오래 연락을 못 하다가 위키드에서 다시 만나서 서로 신기하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네요.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이야기가 극에서 가장 중요한데, 이런 비하인드가 있어서 그런지 감정선이 더 잘 이입되어 극으로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들의 외모라든지 발성도 캐릭터 그 자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 잘 부합했고요.
이렇게 길게 극찬을 늘어놓을만큼 정말 환상적이고 판타스틱한 뮤지컬이었습니다. 로터리로 본 게 슈퍼 행운이라고 느낄 정도로 좋았어요.
보통 뉴욕 초행에 뮤지컬을 고르자면 알라딘/라이온킹 중에 고민을 많이 하시고 저 역시도 그랬는데 위키드도 미리 줄거리를 파악하고 노래들만 조금 알고 가시면 충분히 후보군에 넣어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도 'Defying Gravity'는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놓고 매일 듣고 있어요. 😃
배고파서 아무 스트릿푸드나 먹으려고 구글 검색해서 온 할랄푸드 가게입니다. 양고기 밥으로 시켰는데 부드럽고 냄새도 없었지만 좀 짜네요.
할랄푸드는 할랄가이즈에서 먹는 걸로..ㅋㅋ 대충 먹고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버스를 타고 숙소 앞의 해밀턴파크로 왔습니다.
사실 해밀턴파크는 오며가며 매일 보았지만 이날은 저녁에 그렇게 춥지 않아서 한 시간 정도 자리잡고 오래도록 야경을 보았네요.
탑오브더락이나 뉴욕크루즈의 야경도 아름답지만 사람이 많고 좀 정신이 없는 것에 비해 해밀턴파크는 조용하고 차분해서 불빛들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맥주 한 캔이나 음료들고 찬찬히 사색하면서 야경보기에 최적화된 곳입니다. 산책하는 뉴저지 주민들도 많아서 늦읒 밤이지만 위험한 느낌도 아니었습니다.
어쩌다보니 4일차도 매우 바쁘게 보냈지만 방문한 장소들과 뮤지컬 관람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마지막은 아름다운 야경으로 마무리하게 되어 행복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