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워싱턴 당일치기를 제외하고 뉴욕여행에서 그나마 가장 덜 흐린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무리해서 바삐 돌아다녔습니다. 하루가 끝나고 보니 35,000보가 찍혀있네요. ㅎㅎ
저는 뉴저지 한인민박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사장님께서도 친절하시고 가격도 합리적(개인실/공용욕실 1박 13만원)이어서 좋았지만, 무엇보다 맨해튼까지 오고 나가는 동안 숙소 앞 해밀턴파크에서 맨해튼 스카이라인 전경을 볼 수 있는 것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야경은 더더욱 멋지기 때문에 맨해튼에 숙박하시더라도 해밀턴파크는 한번 와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일차 일정>
: 브런치(Bagel to Sandwich) - 뉴욕 공립도서관 - 브라이언트 파크 - 그랑 센트럴 터미널 - 시그램 빌딩 - 레버 하우스 - 팔레이 공원 - 덤보 야경 - 저녁(북창동 순두부)
아침을 먹기 위해서 포트 오소리티 버스터미널 근처의 'Bagel to Sandwich' 가게에 왔습니다. 뉴욕은 베이글이 유명하다고 해서 구글 평점이 높은 집으로 선택했고 가장 노멀한 훈제 연어를 주문했어요.
엄-청 신선하고 맛있었습니다. 연어도 맛있지만 오이랑 야채가 신선해서 서걱거리는 식감과 시원한 맛이 쫄깃한 베이글이랑 엄청 잘 어울렸어요. 양도 정말 많아서 이거 하나 먹고 점심은 패스했습니다. ㅋㅋ
여기는 가게 사장님이 한국분이신 것 같아요. 매장에서 케이팝이 흘러나와서 뉴진스 노래 들으면서 먹었습니다. 음식도 맛있고 내적 친밀감도 생기고 아주 만족스런 식사였네요. 😃
어제에 비해 덜 흐려서 그런지 거리의 색감이 한결 살아납니다. 뉴욕은 관광지도 좋았지만 이렇게 많이 걸어다니면서 본 골목과 거리의 풍경들이 가장 멋졌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브라이언트 파크와 뉴욕 공립 도서관이 아주 가까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일단 도심 속의 멋진 공원인 브라이언트 공원을 지나쳐서
뉴욕 공립도서관에 왔습니다. 같은 보자르(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졌기에 어제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아주 흡사하고 우아한 모습입니다.
내부의 벽면과 장식, 천장의 벽화는 마치 유럽의 궁전이나 박물관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뉴욕 공립도서관의 하이라이트는 3층에 위치한 Rose Room입니다. 샹들리에가 깔린 유럽 궁전 연회실 같은 곳에서 뉴요커들과 같이!! 공부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저는 '뉴욕 - 기억의 도시'라는 책을 들고 가서 여기서 2시간 정도 독서를 했는데 이번 여행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도서관이 주는 고풍스런 분위기에 취하고 뉴요커들의 학구열에 감화되기도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뉴욕에서 살거나 대학을 다녔다면 이 도서관 매일 왔을 것 같아요. 😁
Rose Room을 보기 위해서는
1) 오전 10 - 11시 사이에 자유롭게 방문을 하시거나
(일요일 제외)
2) 오후에 있는 도서관 영어 투어에 참여를 하시거나
3) 읽을 책을 들고가서 직접 허락을 구하시면 됩니다.
(관리인에 따라서 못 들어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3번 케이스였는데 처음에 안 된다고 하더니 가져온 책을 꺼내서 보여주니까 조용히 하라는 조건으로 들여보내 주었습니다. 그래서 죽은듯이 책만 읽다가 나왔네요. ㅋㅋ 그래도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도서관에는 볼거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1층에 있는 보물 전시실입니다. 생각보다 진귀한 보물들이 가득했습니다. 작년 프라하 여행에서 본 알폰스 무하의 포스터가 있기에 반가워서 찍어 보았습니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도 있었구요. 책에서만 보았는데 여기서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신성로마제국 황제 막시밀리언 1세가 제국의 세를 강화하는 시기에 뒤러에게 의뢰하여 찍어낸 거대한 개선문 판화입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뭔지 모를 앵무새 그림도 귀엽습니다. ㅎㅎ 이외에도 구텐베르크 성서 등 신기하고 재미있는 물건들이 많아서 재미나게 관람했습니다. 어지간한 미술관/박물관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게 본 것 같아요.
게다가 기프트샵에도 알록달록 예쁜 기념품들이 가득하기에 꼭 구입하지 않더라도 구경삼아 둘러보기 좋습니다.
뉴욕 공립도서관은 이렇듯 관광지로도, 혹은 잠시 책 읽는 휴식을 위한 힐링공간으로도 강추 강추!드립니다. 바로 옆의 브라이언트 공원과 연계하면 훌륭한 관광코스가 되니 꼭! 들러보세요.
독서를 마치고 나와서 브라이언트 파크에도 앉아있었습니다. 점심 시간 이후라서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네요.
뉴욕은 널린 고층 빌딩들만큼이나 그와 연계된 잘 조성된 공원들도 많아서 휴식시간을 만끽하는 직장인들과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제보다 하늘이 맑아서 그런지 공원을 둘러싼 빌딩 숲이 삭막하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벤치가 많아서 뉴요커들 사이에 스을쩍 끼어 커피 한 잔의 일상을 공유하기에 좋은 공원이었어요.
브라이언트 공원에서의 휴식도 마치고 나서 원래는 유현준 교수님 유투브를 따라 건축 기행을 하려고 아래의 포드 파운데이션 빌딩에 가려했습니다.
그런데 지하철을 타고 도착해서 보니 하필 이때 유엔총회 회의가 있었던 날이라 건물로부터 거의 다섯 블록을 경찰들이 폴리스 라인을 치고 막아놨더라구요. ㅜㅜ 아무래도 테러에 민감한 미국이라 그런지 개미새끼 한마리 얼씬 못 하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여행 내내 의외로 안전한 치안에 안심한 뉴욕이었지만 이때만큼은 저도 긴장했습니다. NYPD가 쫙 깔린 것을 보니 미드에서 본 한 장면 같기도 해서 신기했구요.
포드 빌딩 내의 가든이 도심 속 오아시스처럼 잘 조성되어 있다고 유튜브에서 봐서 꼭 보고싶었는데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유엔 회의 교통 통제 탓에 버스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걸어서 걸어서 그랑 센트럴 터미널에 왔습니다. 저 멀리 뒤에는 첨탑부가 아름다운 크라이슬러 빌딩도 보입니다.
그랑 센트럴 터미널 역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오전에 다녀온 뉴욕 공립도서관과 더불어 보자르(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입니다.
뉴욕에서 지금의 모더니즘 고층건물이 유행하기 전인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는 유럽, 특히 프랑스의 에콜 데 보자르에서 유학한 건축가들이 뉴욕 건축을 이끌었기 때문에 유럽풍의 고전적이고 고풍스런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내부 중앙에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대한 홀이 있습니다. 별자리가 그려진 녹색 천장과 황금빛 기둥의 대비가 멋진 곳입니다.
가십걸이나 화이트 칼라 등 워낙 많은 미드나 영화에 나오기도 했고, 방탄소년단이 여기서 단독으로 공연을 해서 한국분들에게 더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사실 그랑 센트럴 터미널은 말그대로 기차역이기 때문에 관광은 내/외부 사진을 한장씩 찍으면 끝나지만 우리나라 고속터미널처럼 여러 유명 음식점과 제과점들이 입점하고 있어서 간식을 먹거나 식사를 하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쉑쉑버거, 루크스랍스터, 오이스터바 등이 있습니다.)
저도 여기서 뉴욕여행자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메그놀리아 베이커리의 바나나 푸딩을 먹었습니다.
요거요거 아주 맛있습니다. 달고 크리미하고 부드럽고 여튼 맛있었습니다. 다른 음식은 한국에서도 먹어본 느낌이라면 얘는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네요. 여행 중에 유일하게 두 번 먹은 디저트입니다. 😄
메그놀리아 베이커리에서 혈당을 확 올려 당을 충전하고 나서 유현준 교수님 건축기행을 마저하러 갑니다. 뉴욕 모더니즘 건축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시그램 빌딩과 레버 하우스를 보러 왔습니다.
두 건물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있는데요. 시그램 빌딩은 모더니즘 건축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레버 하우스는 고든 번샤프트에 의해 완공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뉴욕에서 심지어 서울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건물인데..?'라고 생각했지만 뉴욕에서 그 흔하게가 보편적으로 가능하게끔 만든 건물들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겠네요.
두 건물은 다른 건물들에 비해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 있는데 (셋백) 이렇게 들어간 저층부의 공간은 공개공지로 제공하고 그 대신 그 상층부에는 더 높게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받았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듯이 레버 하우스 사진을 찍은 분수대가 시그램 빌딩의 공개 공지이고, 레버 하우스 저층부의 옥상정원 역시 휴식공간으로 개방이 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현대적인 건물들의 공개공지에서 커피도 마시고 휴식을 취하며 '와 여기 너무 좋다..'라고 느끼는 것도 두 건물의 건축과정에서 사용된 아이디어를 차용해 온 것이기도 한답니다.
다만 레버 하우스의 모습이 너무 멋지고 정원도 좋아보여서 올라가보려고 했더니 직원 외에는 안 된다고 거절당했습니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조금 느꼈네요. 😅
이제 근처의 블루보틀에서 카페라떼를 테이크 아웃 한 뒤
건축기행의 마지막 답사장소인 팔레이 공원으로 왔습니다. 어떻게보면 공원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작은 공간이지만 포토제닉한 인공폭포도 보고 떨어지는 시원한 물소리도 들을 수 있는 도심 속 휴식 공간입니다.
맨해튼이 삭막한 건물 숲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러한 도시의 소음과 삭막함에서 벗어나 쉼을 취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대신 정말 시끄럽기는 합니다. ㅎㅎ)
브라이언트 공원/록펠러센터/그랑센트럴 터미널/써밋/건축기행의 시그램 빌딩과 레버 하우스/팔레이 공원 등은 모두 가까운 거리에 모여있지만 하루만에 다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적절히 시간을 나누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팔레이공원에서 커피타임을 가진 뒤 셀프 브루클린 야경 투어를 하기 위해 덤보로 이동했습니다.
뉴욕여행을 준비하면서 덤보를 빼놓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뉴욕하면 떠오른 대표적인 명소이고 워낙 방송이나 가이드북에도 많이 소개가 되어있지요. ㅎㅎ
건물사이로 보이는 굳건한 맨해튼 다리의 모습이 절경이고요. 장관입니다. 기차역, 교량, 고층건물의 대형광고판 등 산업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건축물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뉴욕여행만의 맛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에 담을 때 맨해튼 다리 아래 기둥 사이에 저 멀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도록 하는 것이 뽀인트입니다.
아직 옆 건물이 공사 중이어서 낮보다 저녁시간에 덤보를 방문하시는 것이 좀 더 낫겠네요. 어두워질 때쯤에 도착하니까 공사 중의 파란 천막이 마치 위장색처럼 푸르스름한 하늘색과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거슬리지 않아 좋았습니다.
이후에는 미리 조사한 덤보쪽 야경명소들을 차례로 방문했습니다. 밤에 덤보 부근 치안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생각보다 사람들도 많고 브루클린 야경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인분들도 종종 뵈서 생각보다 안전한 느낌이었네요.
무엇보다 Time Out Market New York의 5층 테라스에서 보는 야경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첫날의 탑오브더락 야경도 좋았지만 브루클린 브릿지와 로어맨해튼 그리고 카루셀 회전목마가 한컷에 담기는 여기 야경도 백미중의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브루클린 브릿지를 건너기만 하면 셀프 브루클린 야경투어도 끝입니다. 아래 구글주소로 가시면 브루클릿 브릿지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옵니다. https://goo.gl/maps/4kd5CSwcb8K2zCE16
1883년 19세기 최고의 토목공사라는 평을 들으며 완공된 브루클린 브릿지입니다. 미쿡답게 웅장하고 시원시원하게 지어놨습니다.
브루클린에서 맨해튼 쪽으로 건너갈수록 로어맨해튼 야경이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솔직히 걸어서 건너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차를 몰고 드라이브해서 바람을 느끼며 멋진 다리와 야경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사진도 찍고 하면서 천천히 40분 정도 걸어가면 뮤니시펄 빌딩 근처의 시청 지하철역이 나오고 셀프투어도 끝이납니다. 날씨와 다리 컨디션만 허락한다면 브루클린 다리를 도보로 건너보시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저녁도 안 먹고 일정을 진행했더니 너무 배가 고파서 무얼 먹을까하다가 햄버거와 베이글로 느끼해진 속을 달래기 위해서 한식을 찾아 코리아 타운으로 갔습니다.
뉴욕 한복판에서 한글로 이루어진 빌딩을 보니 사뭇 신기합니다. ㅎㅎ
BCD 북창동 순두부에 자리를 잡고 섞어 순두부찌개를 주문했습니다. 3만원짜리 순두부찌개라니 ㅋㅋㅋ 뉴욕이니 용서가 됩니다..
맛은 아주 맛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먹는 순두부찌개의 맛과 거의 차이가 없고 칼칼하고 시원하니 느끼해진 위장을 씻어주는 기분에 훨씬 맛있게 먹었습니다.
뉴스에서 뉴욕은 K-푸드가 유행이라더니 한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가득 채운 가게 모습에 한류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네요.
거진 10시까지 늦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서 쓰러져서 잤습니다. 알찬 2일차도 끝이 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