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뉴욕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날씨 때문에 정말 마음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한 날씨 요정하는 사람으로 어디든 2주 정도 여행가서 하루라도 비오면 실망하던 사람이었는데 뉴욕에서 일주일 동안 태양을 못 봤습니다. ㅋㅋ 비가 오거나 너무너무 흐리거나였어요. 😇
날씨 운도 안 따라주고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내가 뉴욕에 있다니" 한마디로 모두 용서가 되는 여행이었습니다. 한번은 정말 와볼만한 도시인 것 같네요. 1일차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1일차 일정 >
: 메트로폴리탄 투어 - 점심(Luke's Lobster) - 메트로폴리탄 재입장 - 구겐하임 미술관 - 저녁(Tony's Grill) - 센트럴파크 - St. 패트릭스 대성당 - 록펠러 센터 - 탑오브더락
포트 오소리티 버스터미널에서 내려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처음 마주친 뉴욕의 모습입니다.
우중충한 하늘,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는 뉴요커들, 고층빌딩과 커다란 광고판까지 상상했던 뉴욕의 모습 그대로라 '진짜 뉴욕에 왔구나..' 실감이 났던 순간이었습니다. 사진 찍자마자 한국의 친구에게 보여주니 돈냄새가 풀풀 나는 도시 같다네요. ㅋㅋ
투어를 위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외부의 모습도 거대하지만 내부는 더더욱 넓은 엄청나게 거대한 박물관입니다.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에서 티모시 샬라메와 셀레나 고메즈가 즐거운 데이트를 즐겼던 곳이기도 하죠.
미술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혹은 그래도 뉴욕에 왔으니 유명한 미술관은 가보겠다고 마음 먹으신 분들은 상대적으로 뉴욕 계획 짜기가 수월합니다.
제 경우는
- 월요일 : 구겐하임 무료 입장 + MET + 센트럴파크
- 수요일 : MOMA + 타임스퀘어 + 뮤지컬
- 금요일 : 휘트니 미술관 무료 입장 + 첼시 하이라인
이런 식으로 미술관 무료 입장과 가이드 투어 일정에 맞추어 근처의 관광 명소를 돌아보는 식으로 동선을 잡았더니 훨씬 수월했습니다. (메트로폴리탄도 구겐하임 무료 입장에 맞추어 월요일에 방문했습니다.)
메트로폴리탄 후기를 쓰시는 모든 분들의 글에 반드시 등장하는 반 고흐의 자화상입니다. 실제로 보면 아주 작은 그림입니다.
고흐가 스스로 자신의 고독한 내면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하려 했는지 자화상의 정의를 생각하며 감상했습니다. 투어가 이른 아침에 시작해서 조용한 분위기가 집중을 더해주어 좋았습니다.
조르주 쇠라의 대표작도 꼭 보고싶어서 유심히 보았습니다. 온전히 분할주의를 적용하여 그린 본작은 시카고 미술관에 있고 이 습작은 인상주의에서 분할주의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쇠라 특유의 정적인 분위기가 잘 느껴졌습니다.
모네의 그림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특히 생타드레스 정원은 화사하고 따스한 느낌이 너무 예뻐서 그림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어요.
이렇게 대표적인 작품 몇 개만 보여드렸지만 실제로 가 보시면 개장부터 끝나는 시간까지 하루를 온전히 다 써도 보지 못 할 만큼 좋은 작품들과 전시가 넘쳐납니다.
여타의 뉴욕 미술관들은 아무래도 모더니즘 미술과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술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고전 명화를 좋아하신다면 메트로폴리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투어는 업체를 통해서 뉴욕 현지에서 작품활동을 하시는 작가님께 들었는데, 저는 원래 예술 사조를 읊어주는 가이드를 선호하지만 예술가가 바라보는 작품에 대한 시각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경험 역시 아주 색다르고 좋았습니다.
특히 한국 예술가들과 미술관에 걸려있는 작품을 엮어서 설명해주시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투어를 마치고 드디어 뉴욕에서의 첫끼를 먹었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근처에는 먹을만한 식당이 없어서 버스를 타고 루크스 랍스터에 왔네요.
배가 고파서 6oz 랍스터에 음료 + 과자 세트를 했더니 47달러가 나오네요. 저게 6만원입니다...이때부터는 여기는 이세계(異世界)라고 생각하고 돈 신경 안 쓰고 먹고싶은 것 다 먹었습니다. 🤣
첫입은 굉장히 맛있었어요. 랍스터도 실하고 빵도 부드러워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갑각류가 으레 그렇듯이 먹다보면 물리기도 하고, 특히 버터가 들어가 있어서 나중에는 조금 느끼했어요. 차라리 4oz짜리를 먹고 디저트를 먹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식사하고 원래는 본토 스타벅스를 가보려고 했는데 한국처럼 매장이 크고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점포가 진짜 없더라구요. 대여섯 명만이 앉을 수 있는 협소한 매장이 대부분인 데다가 웬만하면 만석이었습니다. ㅠ
게다가..여기는 미국이라 땅이 넓어요. 구글맵에서는 가까워보였는데 다른 스타벅스 매장으로 가려면 최소 10분은 걸어야 나옵니다. ㅋㅋ
두 번 허탕치고 근처 아무 카페로 왔습니다. 무난한 라떼를 파는 아담한 카페였습니다. 여기서 쉬다가 다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으로 갔습니다.
오전 투어 때는 고전 회화 작품 위주로 감상을 하였으니 지도를 들고 유물들과 현대 미술을 보러 갑니다.
최근에 '나는 메트로폴리탄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이 센세이셔널 했는데 거기서 이집트 신전을 MET에 모셔놨다고 해서 이게 진짜로 가능한가 의문이었거든요. 실제로 보니 정말로 박물관 안에 덴두르 신전이 있습니다. 허허
정말 대단한 나라입니다. 세계의 모든 문화를 집적한 것이 곧 미국적인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넓은 홀에 웅장하게 자리잡은 신전은 너무나 멋져서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였고 동시에 방대한 박물관 관람에 지친 사람들에게 적절한 휴식처도 되어 주고 있었습니다.
MOMA가 있기에 간과하기 쉽지만 메트로폴리탄은 고전 명화뿐만아니라 전후 미술 작품 전시도 훌륭합니다.
잭슨 폴록의 추상표현주의 작품을 처음으로 제대로 보았는데요. 아마 이런 낙서같은 게 무슨 작품이냐?하실 수도 있지만 최근에 난무하고 있는 물감층만 덕지덕지 바른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흩뿌려진 물감들의 자국이 거대한 화면 끝까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보면 마치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를 바티칸 천장에 그릴 때처럼 무언가에 미쳐서 혼신의 힘을 바쳐 몰두하지 않고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튀르키예에서 보았던 비잔틴 벽화도 전시되어 있어서 살펴보았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는 정말 다양한 문화권의 유물과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기호에 맞추어 둘러보시고, 너무 방대해서 어떻게 둘러볼지 모르겠다 하시면 투어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재방문까지 약 5시간의 일정 동안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정말 만족스럽게 보고 나왔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더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어요!
이제 월요일 구겐하임 무료 입장 시간에 맞추어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1달러부터 입장이 가능합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건축한 작품입니다. 그는 미술관 뒤 센트럴파크의 자연과 조응하는 조용한 분위기와 유기적인 건축 디자인을 구현하여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었다고 합니다.
워우..솔직히 전시는 보지 않으셔도 외관과 멋진 내부라도 꼭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천장 유리창의 빛이 방사형으로 쏟아져 내리는 듯한 느낌도 너무 멋졌고 마치 쌈지길에서 작품 전시를 보듯 나선형의 공간을 빙글빙글 돌며 관람하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었네요.
이게 1959년에 만들어진 건축물이라니..충분히 일부러 보러 올 가치가 있었습니다.
안에는 이렇게 감각적인 전시물들과 칸딘스키, 샤갈 등의 유명한 작품이 있지만 이미 메트로폴리탄에서 많은 작품을 보았기에 멋진 미술관을 천천히 산책하는 느낌으로만 간단히 둘러보았습니다.
열심히 미술관들을 둘러보니 허기가 져서 이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스트릿 푸드인 토니 드래곤 그릴에 토니버거를 먹으러 왔습니다.
해외여행가서 백종원픽은 살짝 실망한 경우가 많았지만 여기는 워낙 평이 좋았어요.
포장해서 센트럴파크로 벤치로 와서 먹었는데 육즙이 진짜 장난이 아닙니다.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의외로? 야채도 충실하게 들어있고 소스와 패티 궁합이 훌륭해서 순식간에 먹어치웠네요.
궁극의 햄버거까지는 아니어도 한국에서 먹은 쉑쉑이나 파이브가이즈보다는 확실히 맛있었습니다. 😄
밥 먹으면서 찍은 센트럴파크 초입의 엄청난 고층 건물들입니다. 원래는 토니버거를 들고 그레이트 론이라든지 쉽메도우 등 센트럴파크 하면 생각나는 드넓은 잔디밭에서 빌딩 숲을 올려다보며 식사와 피크닉을 즐기고 싶었거든요.
그런데..이날 날씨가 너무 춥고 비까지 내려서 도저히 피크닉을 즐길만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토니버거도 날씨 때문에 순식간에 식어버려서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 힘들었습니다. ㅠㅠ
그래서 아쉽게도 센트럴파크 사진이 이거 한장입니다. 그 넓은 센트럴파크에 관광객이 잘 안 보이더라구요. ㅋㅋ 대신 추위에도 불구하고 반바지 반팔로 비맞으면서 런닝하는 강인한 뉴요커들은 많이 보았습니다.
다음 목적지를 가기 위해서 5th Avenue를 가로질러 갔습니다. 말로만 듣던 플라자 호텔을 보니 여기는 뉴욕. 실감이 납니다.
이곳은 저녁을 먹고 탑오브더락 야경을 보러 가기 전에 들른 세인트 패트릭스 대성당입니다. 록펠러 센터와 아주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엮어서 관광하시면 좋습니다.
대성당답게 웅장한 내부와 늑골 모양의 천장 등 고딕양식의 특징이 잘 드러나고 내부를 장식한 스테인드글라스도 아름답습니다. 다만 많은 유럽 도시에서 대성당에 들어가본지라 내부는 큰 감흥이 없었고 조용히 성스런 분위기를 느끼며 잠시 쉬어갔습니다.
오히려 인상적인 것은 외부의 모습이었습니다.
보통 유럽에가면 중세풍의 도시 분위기 때문에 현대적인 건축물을 보기가 힘든데 뉴욕은 되려 높디높은 빌딩들 사이에 홀로 고고하게 서있는 대성당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보통 뉴욕의 고층빌딩들을 유럽의 성당에 빗대어 산업의 대성당이라고 표현하잖아요? 산업의 대성당들 사이에 자리잡은 카톨릭 대성당이라니.
고층 빌딩들과 큰 이질감 없이 도심 스카이 라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성당의 모습과 록펠러 센터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아이러니함까지 너무나 뉴욕스러운 모습같아서 흥미로웠습니다.
대성당을 나오면 바로 맞은편에 록펠러 센터가 보입니다. 동상의 주인공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천구를 떠받들고 있는 거신 아틀라스입니다.
원래 대성당 맞은편에 이교의 신을 두는 것에 반대했으나 성당을 숭배하는 모습으로 지어져 비난을 회피했다고 합니다.
탑오브더락을 가실 때 록펠러센터 정문으로 바로 가지 마시고 여기 'The Channel Gardens'을 거쳐서 가보세요.
유현준 교수님 유투브에 소개되었던 곳인데 번잡한 5번가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 물소리도 듣고 조용한 분위기의 예쁜 정원을 보면서 갈 수 있습니다. 저도 유투브 안 봤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 같아요. ㅎㅎ
쭉 직진하면 록펠러 센터 성큰광장으로 이어집니다. 여름에는 레스토랑을 위한 광장, 겨울에는 스케이트장과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로 유명한 곳이에요.
해질녘의 하늘 아래 다채로운 조명 빛으로 반짝이는 화려한 광장의 모습은 우뚝선 록펠러센터와 조화를 이루어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서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이제 야경을 보기위해 탑오브더락으로 갑니다.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방금 보신 록펠러 센터 광장 지하에서 탑오브더락까지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습니다. 지하 쪽에서 가면 줄이 덜하다고 블로그에서 보았는데 실제로 한명도 없었습니다.
뭐지..탑오브더락 인기가 그새 줄었나? 생각하면서 올라갔는데 위에는 엄청 많았네요. 😅
엘리베이터에 타기 전에 록펠러센터가 어떻게 지어졌는지 히스토리에 대한 간략한 영상을 본 후에 탑오브더락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마주한 뉴욕의 야경입니다. 오늘 날씨도 말썽이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ㅠ 시차 적응하며 헤롱거렸지만 환상적인 야경이 하루의 서러움을 모두 보상해 주었습니다.
맨해튼을 빼곡히 채우는 불빛들의 향연이 정말 장관입니다. 싱가포르, 홍콩, 도쿄 등 대도시의 야경을 많이 보았지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위시하여 도시 전체가 빛나는 뉴욕의 야경은 혀를 내두를만큼 아름답습니다.
일주일간 각각 다른 장소, 다른 방법으로 뉴욕 야경보기를 시도했는데 그중에서 뉴저지 해밀턴파크와 더불어 탑오브더락에서 본 야경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그나마 정면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탑오브더락의 가치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원래 야경을 보면서 뉴욕 여행 국룰 노래인 앨리샤 키스의 Empire State of Mind를 틀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듣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뉴우욕~~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역시 뉴욕 뽕 채우는 데는 이 노래만한 게 없는 것 같네요. ㅋㅋ
탑오브더락 야경을 충분히 즐기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라디오 시티 야경도 찍어보았습니다.
록펠러 센터 단지는 상층에서도 아래서도 뉴욕 야경 갬성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인 것 같습니다. 비가 살짝 내리는 날이어서 그런지 자체 블러링된 흐리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뉴욕의 이미지와 더 잘 어울렸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첫날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다음날 일정을 위해 숙소로 돌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