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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코리안 바비큐 식당 중 재미동포가 운영하는 꽃(Cote)이 미슐랭도 받고 요즘 잘 나간다길래 한번 가볼까 했으나 1달 전에 예약 오픈하자 마자 마감한다고 하더군요. 아예 늦은 시간 워크인도 안 되나 싶어 가봤지만 입구에서 클럽 기도(^^ 요즘도 이런 말 쓰나요?) 같은 덩치 큰 백인에게 워크인은 아예 안된다고 거절 당했습니다.
싱글 다이너여서 그런지도 모르겠으나 암튼 나름 매장 관리가 엄격한 모양입니다. 고깃집에 꽃이라는 한국 이름이 뜬금없다 싶었는데 영자 표기인 Côte는 불어로 갈비라는 뜻이니 아마 그걸 염두에 둔 게 아닌가 싶네요.
꽃에서 몇블락 떨어진 곳에는 일본에서 잘 나가는 후타고라는 야키니쿠 뉴욕 지점이 있습니다.
후타고는 쌍둥이라는 뜻이고 창업자가 쌍둥이라서 그런 상호를 붙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창업자는 재일동포 후손입니다. 일본으로 귀화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예전에는 한국식 이름 그대로 쓰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서 후타고는 서민 분위기의 야키니쿠집에 가까운데 뉴욕에서는 첼시라는 세련된 동네에서 아주 고급 식당으로 자리잡고 있더군요.
뉴욕 자체의 물가가 일본과 비교가 안 되기도 하지만 일본 후타고 특유의 북적북적, 연기 자욱한 실내 분위기와 완전히 달라서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규가쿠 같은 곳도 일본 전국 체인점이지만 원래 깔끔한 분위기로 시작한 곳이라 미국에서도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 것과는 경우가 다르지요.
야키니쿠는 재일동포가 창조해낸 식문화인데도 일본에서 장사하기 위해, 혹은 생존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붙인 야키니쿠, 즉 고기구이의 번역 그대로가 이제는 아예 일반명사가 되어버려 접할 때마다 속이 상하긴 합니다.
메뉴를 봐도 한국식 이름인 김치나 나물, 비빔밥, 국밥, 탕 등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고(발음이 안 되니 일본식으로 받침이 빠지거나 흘리는 경우가 되었지만), 뉴욕에 진출한 후타고의 메뉴에도 한식 이름이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상추조차도 레터스가 아닌 상추, 경상도 사투리인 쪼레기도 그대로 영어로 옮겨 놨습니다.
한국에 비하면 일본도 야키니쿠 자체는 싼편입니다. 다만 마늘 한쪽도 다 돈을 받으니 한국처럼 차려놓고 먹으려면 결과적으로는 한국보다 엄청 비싸지지요.
일본 후타고야의 대표 메뉴는 하미데루 갈비라고 넓적한 갈비인데 이것도 일본에 비하면 다섯배 정도 비싼 가격으로 책정되었군요. 무게가 다르지 싶은데 그렇다고 해도 미국 스테이크집보다 2-3배는 비싼 가격입니다.
영어로 하미데루 갈비에 대한 설명 밑에 냉면을 저패니즈 콜드 누들이라고 표기한 것도 거슬리네요. 냉면이 한국 것인 줄은 일본인들도 다 아는 마당에 콜드 누들 정도만 써놓지 굳이 저패니즈라고 거짓정보를 넣을 것까지야.
심지어 모리오카 스타일, 즉 모리오카 냉면도 재일동포가 만든 겁니다. 한국 재료를 구할 길 없어 일본에서 재창조되고 전파되었으니 일본식이다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자기 뿌리에 대해 저 정도로 감각이 없나 싶어서 서운한 맘이 들 수밖에요. 부산에서 탄생한 밀면도 사연은 비슷합니다.
이 메뉴는 좀 더 화가 납니다. 저패니즈 콜드 누들도 모자라서 냉면을 일본의 전통적인 소울푸드라고 강조강조를 해 놨네요. 굳이 역사 논쟁 벌이고 싶지 않지만 일본인들이 천년도 이전인 한반도 도래인을 그들의 전통으로 대놓고 인정한다면 저 표현은 맞습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가 뻔히 있고, 그때 오신 분들이 고향에서 먹던 야키니쿠니 냉면이니를 드셨고, 나중에는 일본인 상대로 판매하게 되어 알려진 것을 일본의 소울 푸드로 둔갑시키다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요즘은 일본 야키니쿠 식당도 저 정도로 눈 가리고 아웅하진 않습니다. 자기들이 야키니쿠 원조라고 주장해봤자 무리수로 패가 말리니까 굳이 얘기하지 않는데 아무리 뉴욕 법인이라고 해도 재일동포가 시작한 식당치고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일본식 식당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본 위스키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른 나라에 가도 야마자키 같은 브랜드는 대접받더군요. 한 5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 공항에서 히비키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는데 요새는 씨가 말랐다고 합니다.
미국인을 겨냥한 식당이니 미국식으로 시킬 마음이 없어 일본에서 주로 시키는 메뉴 중심으로 주문해 봅니다.
한국 식당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김치를 일본에서는 다 하나하나 돈 받습니다. 배추김치, 깍두기, 오이김치 세 가지가 일반 야키니쿠 집의 3종 김치인데 따로 시키는 것보다 모둠으로 시키는게 조금이라도 쌉니다.
뉴욕에서 재일동포가 설립한 야키니쿠집 김치는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굳이 주문해봤습니다. 딱 저만큼의 모둠김치가 16달러, 팁 세금 합치면 우리 돈으로 2만5천원쯤 할까요?
일본도 서민적 야키니쿠의 모둠김치는 700엔, 조금 비싼 데는 1~1500엔 정도입니다. 뉴욕 감안하면 비싸다고 말하기도 애매하지만 한국인으로서는 김치가 유료라는 것이 용서가 안 될 겁니다^^. 그런데다 맛 또한 어처구니 없습니다. 슈퍼 김치들도 육안으로 봐도 시어터진 것들이 많던데 여기 역시 오이김치는 흐물흐물합니다. 일본 야키니쿠집 김치는 그래도 맛있는데가 꽤 있는데 이 집 김치는 상태가 좀 심각해 그냥 비싼 체험한 셈 치기로 합니다.
김치가 피클로 소개되기 때문에 신맛을 강조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러기엔 가격 책정이 좀 괘씸합니다.
일본 야키니쿠집에서 제가 기본적으로 시키는 메뉴들. 양념 갈비와 양곱창.
외국에서는 테이블에 그릴을 설치하려면 허가가 꽤 까다롭다고 하더군요. 미국은 한국 식당이 많아서 그래도 흔하게 보는 편이지만 다른 나라에 가면 보기 쉽지 않습니다.
한국식 고기구이나 일본식 야키니쿠 경험이 많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세련된 분위기의 고급 바비큐 식당으로 느껴지겠지만 양쪽을 다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서민 분위기 식당 후타고가 이런 형태인게 어색하고, 가장 중요한 야키니쿠와 음식맛도 중급 이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식탁 위에 가위 올라온다고 질색을 했었지만 요즘은 일본에서도 가위가 놀라운 풍경은 아닙니다. 갈비가 하도 커서 가위를 요청했더니 여기도 제공해 주었습니다.
일본 사케 종류도 구색이 좀 시원찮았는데 그나마 주문한 것은 재고가 없다고 해서 무난한 구보타로 한잔.
고작 구보타 센쥬에 16달러나 내면서 얼마 전 일본에서 마신 14대라고 생각하자고 주문을 걸어봅니다ㅠㅠ
멤버 스탬프 찍어주는 명함인데 가게 안내 글자가 너무 작아서 저 같은 나이의 사람은 읽을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확대해서 보니 쌍둥이 형제가 2010년에 시작한 식당이고 어쩌고 하면서 소개를 한 내용인데 한국 혈통이라는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습니다. 일본에서 한국인 후손인 거 밝혀서 좋을 거 하나도 없으니 이해는 합니다만 다른 건 몰라도 야키니쿠 식당을 하면서 자신의 역사를 그 정도로 감추나, 심지어 미국에서는 메뉴 정보의 왜곡까지....
그냥 안타까왔습니다. 다양한 인종의 결합체인 미국에서는 자신의 뿌리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스토리텔링을 부여하고, 서사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기도 하는데 재일동포에게는 이게 현실인 게지요.
뉴욕에 진출한 일본 야키니쿠 지점들이 여럿 있지만 굳이 후타고를 선택한 것은 재일동포 식당이라는 의미 때문이었는데 한번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일본 후타고도 썩 제 취향은 아니었는데 앞으로도 선택지 후보에서는 상당히 하위에 두겠네요.
스테이크집 가서 와인 한병 마신 것보다 더 나온 가격인데 배는 반도 안 찬 거 같아요.
후타고 뉴욕 지점의 세련된 내부를 보자니 새마을 식당이 뉴욕에 오면 이런 식이 될 것 같습니다.
야키니쿠, 저패니즈 바비큐 역시 눈에 자꾸 밟히는 용어들.
이들이 쌍둥이 형제입니다. 가게 내부에도 자신들의 초대형 얼굴을 모자이크로 장식해 놓았을 만큼 '자기애'가 강한 형제들 같은데....
뉴욕 후타고는 제대로 된 일본식이나 한국식도 아닌 어정쩡한 맛과 품질에 어차피 그런 맛을 잘 모르는 외국인 상대로 적당히 분위기만 잘 마케팅한 집이 아닌가 합니다. 외식에서 그런 요소는 무척 중요하니까요. 저는 시어터진 김치와 신경 거슬리는 메뉴판 설명 때문에 확인차 방문 한번으로 충분했습니다.
옆 테이블에는 우니 올린 밥이나 쇠고기 스시로 퍼포먼스가 요란하던데 그런 건 또 중국인들이 좋아하긴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