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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주요 대도시마다 꼭 있는 개방형 2층 버스. 뉴욕에도 당연히 있습니다.
여행 전에 이렇게 문제가 될 줄 모르고 한인셔틀을 검색했는데 관광상품 묶어서 3개 정도면 가격 절감이 되겠다 싶어
2층 버스도 예약했습니다.
저는 주요 대도시에서 첫날 일정을 보통 이 빅버스로 하는데 한바퀴 돌면서 도시 전체를 나름 조감하고,
다음 일정에서 갈곳을 체크하는데 좋기 때문입니다. 시차적응이 필요할 때는 버스 안에서 졸 수도 있구요.
그런데 여행 절반이 비내리는 일기 예보라 언제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비 오면 차라리 햇볕에 쪄죽을 고민은 덜해도 되겠다 싶어 일단 타고 봤습니다.
24시간짜리의 경우 저는 이런 프로그램으로 했습니다.
1일차 오후 2-3시경 시작, 거의 1시간에 한번꼴로 출발하는 북쪽 라인(센트럴 파크 주변 빙 둘러오기만 하는 코스)을 타고 타임스스퀘어에 내려서 아무 때나 출발하는 남쪽 라인 타기. 저녁에는 별도 요금 부과한다는데 대략 5-6시경에 타면 해도 좀 덜하고, 퇴근 시간대의 교통지옥을 느긋한 관광객 심경으로 즐길 수가 있겠더군요.
다음날 오전 9:30 하루에 딱 한번 떠난다는 브루클린 행도 타서 한바퀴 돌고 다시 돌아와 시간 되면 남쪽 라인 한번 더 타기....
라고 계획은 세웠으나 첫날 남쪽 라인은 월스트릿에서 내려버렸고, 둘째날 브루클린 라인도 돌고 내리는 걸로 끝내
결국 남쪽 라인 절반 정도는 못 탄 셈이 됐습니다.
아무리 비가 내리고 습해도 타임스 스퀘어는 항상 바글바글. 도착 첫날 공항에서 치명타 몇대를 맞고 정신없어서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했는데 여기도 수십년만에 제대로 다시 보게 됩니다.
예전에도 전광판이야 세계적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요란하고 더 글로벌 브랜드들이 포진하고 있어 이런 것도 시간의 변화를 실감히게 하네요. 코난 오브라이언이 삼성 광고를 하는 건가요?
생각해 보니 그의 TV 데뷔 첫날도 실시간으로 봤었네요. 하버드, SNL 작가 출신으로 새파랗게 젊은 그가 아무런 과정도 없이 심야토크쇼 호스트를 꿰찼다고 크게 뉴스가 됐었는데 방송 첫날의 그는 어딘지 어설프고, 어리버리하지만 나름 노련한 호스트들과 다른 신선함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30년을 이 바닥에서 큰 부침없이 지내왔고 지난 몇년 동안은 한국 친화적 행보를 보여 괜히 제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라서 예상대로 손님이 별로 없습니다. 버스 안에는 1회용 우비도 있어서 비가 와도 걱정은 없습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다고 분명 표시되어 있지만 아예 오디오가 먹통입니다. 이튿날 브루클린 노선은 오디오는 작동하지만 1시간 반 동안 뉴욕 주제의 노래만 나옵니다. 장르도 다양하게.
제가 탄 버스들만 그렇게 불량품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북쪽 노선은 센트럴 파크를 끼고 한바퀴 죽 돌고 할렘의 끝자락을 살짝 지나갑니다.
할렘과 고급주거지 어퍼 이스트는 거리상 그리 멀어보이지 않는데 맨해튼에서 극과 극이라는게 신기합니다.
타임스스퀘어에서 다시 남쪽 노선으로 갈아탑니다. 90년대에 이 이층버스를 탔을 때는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타서 직접 관광안내를 해 주었습니다. 영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였겠지만 그래도 나름 정감이 있던 시절이었네요. 지금 시스템은 어차피 오디오는 구색으로만 해놓고 먹통이니 행선지가 어딘지, 뭐가 유명한지 알 수도 없는데 말이지요.
그 당시 저와 일행은 서부에서 오느라 시차 때문에(^^)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았는데 이 아재가 골탕을 먹이고 싶었는지 우리 둘만 콕 찍어 "졸고 있으면 좋은 구경 못해요~~"라고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중국인들이 전세계를 휘젓던 시절이 아니라 마침 버스에는 동양인이 우리밖에 없기도 했었는데 졸다가 호다닥 눈 뜨고 이 아재랑 농담했던 기억이 납니다.
버스 노선도 지금보다 더 있지 않았나 싶구요. 분명한 건 그때는 UN본부도 스쳐갔습니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만 보다 정작 접한 본부 건물이 생각보다 너무 작아 음? 하기도 했었지요.
그 당시 소호가 막 뜨는 핫플레이스라며 이름의 유래는 사우스 오브 하우스턴이니 아무쪼록 휴스턴이라고 발음하지 말라고 뉴요커다운 잘난 척도 하더군요.
이건 다음날 브루클린 라인 사진 같습니다. 많이 찍은 줄 알았더니 주로 동영상으로 찍었네요.
펜스테이션과 같은 부지에 있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
올해 빌리 조엘이 마지막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제게 있어서 영원한 아이돌 빌리가 이제 70대 중반입니다.
청소년 시절에 동경만 하다가 90년대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그 공연도 벌써 30년 전입니다.
공연 보러 가서 집에 티켓을 두고 온 것을 알게 되어 미친 듯이 두시간 거리를 죽으라고 밟아서 겨우 시간 맞췄던 기억이 엊그게 같습니다.
그 무렵 음악 색깔이 가스펠 쪽으로 변했고, 공연 중에 아내 크리스티 브링클리와 잘 지내는 일상을 지나가듯이 언급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의 불륜으로 이혼해 버렸었죠. 차라리 암말 안했으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유명 슈퍼스타도 가정 생활의 위기를 대중 앞에서 과장되게 포장하는 것은 대동소이하구나 싶어 짠했었습니다.
뉴욕 출신의 빌리에게 뉴욕 공연, 그것도 매디슨 스퀘어가든은 상징적이죠. 그의 공연 인생 끝과 마지막이 이 곳이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숙연해집니다만 공연 보러 올 체력은 저도 없네요ㅠㅠ
음악 트렌드가 그 어떻게 바뀌더라도 제게 팝의 클래식은 역시 빌리 조엘의 70년대 음악 같습니다.
아직까지 건강하게 공연하고 계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뉴욕의 스카이라인이 어떻게 바뀌는지 새로운 건축물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낡음과 새로움이 항상 공존하는데 1년 내내 보수공사하는 비율은 유럽보다 더 높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래도 높이의 문제겠죠?
아침에 버스를 타려고 보니 이런 공연 포스터가 붙었군요.
세계적 출판그룹답게 뉴욕 핵심지인 6번가에 자리한 사이먼 앤 슈스터. 이 출판사를 보면 빌리 조엘보다 조금 앞선 시절 큰 활약을 했던 칼리 사이먼이 자연스럽게 연상됩니다.
이름에서 이미 금수저 집안임을 알 수 있는 그녀는 실력과 빽을 다 겸비하고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죠.
뉴욕 비즈니스의 이면을 보여준 영화 <워킹 걸>의 오프닝이 그녀의 거창한 노래로 시작한 것은 매우 적절해 보였습니다^^
뉴욕에 왔으니 한끼 정도는 요란한 베이글을 먹어봐야겠다 싶어 이날 일정에서 가장 근거리의 베이글집을 찾아갑니다.
자유의 여신상을 오마쥬한 리버티 베이글입니다.
일본식의 3대니, 몇대니 하는 얼토당토 않은 타이틀 붙이는 풍조를 무척 싫어하고, 가능하면 그런 곳을 피하려고 하는데 이 집은 그런 곳에도 안 드는 것 같은데 암튼 사람들로 바글바글댑니다.
회전이 빠르고 안에도 테이블이 몇군데 있긴 하지만 답답한 느낌이 싫어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위치가 너무나 좋은 것이 바로 코 앞이 센트럴파크와 플라자 호텔을 양옆으로 끼고 있는 애플스토어입니다.
애플스토어 광장에는 테이블 의자를 비롯해 돌벤치가 있습니다.
돌벤치는 나무 그늘 아래여서 햇살을 피하기도 좋습니다.
클래식 노바라는 크림치즈와 연어 들어간 걸로 주문했는데 양보다도 염분 때문에 하루종일 고역입니다.
너무너무 짜서 이날 이거 한끼 외에 과일 먹은 게 고작입니다. 내내 물만 들이킬 정도로 짭니다.
원래 베이글을 썩 좋아하지 않긴 하지만 연어가 이렇게 짤 줄은 에상도 못했습니다.
젊을 때는 미국의 음식 기름기가 몸에 맞지 않았는데 나이가 드니 과도한 염분이 힘듭니다.
간식이나 길거리 음식도 잘 먹지 않다 보니 여행 내내 제대로 하는 식사는 하루 한끼가 고작입니다.
애플광장 휴식처로 그만입니다. 물론 바로 앞에 있는 버그도프 굿맨이 더 시원하고 더 쾌적하긴 해도 탁 트인 야외의 재미는 없죠.
이른 아침 티파티 진열장을 바라보며 커피와 빵을 먹던 오드리 헵번은 왜 베이글을 먹지 않았을까?
그 시절에는 서민음식 베이글이 감히 이 거리에 매장이 없었던 걸까?
라는 뜬금없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드리 헵번이 아무리 예쁘고 우아해도 영화 속 그녀는 뉴욕의 고급콜걸이었기에 잘 몰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티파니 보석상 내에는 실제로 카페가 운영되고 있는데 오픈 시간이 오전 10시여서
헵번처럼 밤을 샌 '직업여성'의 브렉패스트 시간에 맞춘 것은 아닌 듯합니다.
이날의 일정인 모마, 뉴욕 현대미술관으로 향합니다.
현대카드 소지자는 무료 입장. 그래서 맘 편하게 이번 여행 동안 두번에 걸쳐 가 봅니다. 여행 막판에 메트로 카드가 말썽 안 부렸으면 매일 갔을 겁니다.
꼭대기부터 훑어서 내려오는데 가장 먼저 마주치는 백남준의 작품들.
원래 업계에서 유명했다고 하지만 그의 조국인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대중에게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1984년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 아직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절, 서양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한국인의 영상작품이 인공위성으로 동시송출된다고 하여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물론 저도 이 작품을 실시간 라이브로 봤었는데 아직 뮤직비디오도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절,
이름만 들었던 유명 뮤지션을 한국 작가의 동영상 작품을 통해 보는 게 신기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40여년 전의 그 애매하던 기억이 고스란히 눈앞에서 재현되고 있으니 어쩐지 서글프기도 합니다.
물론 영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백남준과 교류가 있던 오노 요코(와 존 레논)가 살던 더 다코타는 모마에서 별로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
모마의 대표적 소장작품 몇점. 해외 출장 가 있는 작품들도 있는데다 방 몇개만 돌다 보면 지쳐서 어디서 봤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명한 작품보다는 모마다운, 독특한 기준으로 선정한 작품들이 더 인상에 남습니다.
미국이다 보니 흑인, 라틴 작가, 아마추어 티나는 작품들도 눈길을 끕니다.
파리와 비교하면 퐁피두 센터와 비슷하긴 한데 미국색이 강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베이스로 많은 미술관, 박물관들이 오디오 해설을 입력하고 있어
예전보다 외국인 친화적인 추세를 보여주어 여러모로 편안합니다.
굳이 도슨트해설 시간대에 맞추거나 그림 옆 작은 설명문을 나쁜 시력으로 읽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까요.
모마는 그런 점에서 보다 앞선 미술관 같습니다만 오디오 설명이 있다고 모두 다 한국어 지원은 되지 않아요.
특히 한국 사람의 관심이 덜할 것 같은 미국 작가나 흑인, 라틴계 작품은 그냥 영어 가이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