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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3년 반 전에 예약해 놓고 가지 못한 마일리지 일등석을 이제야 타게 됐습니다. ㅠㅠ
마일리지 자리는 항공사 사정에 내가 맞추어야 하는 것이죠.
여행 임박해서 여러 문제가 생기면서 여행 도중 그 문제로 내내 골치를 썩였는데다
뉴욕 일정이 처음부터 어그러지면서 돌아오는 날까지 물귀신처럼 제 발목을 잡는 사건의 연속이었습니다.
저의 첫 미국행은 아버지 부시가 아직 대통령이던 때로 30년도 넘었네요.
당시 LA는 흑인들과의 갈등으로 한인타운이 초토화되었고, 처음 살았던 곳이 LA이다 보니 가기 전에 대단히 걱정을 했었습니다. 제가 살던 지역은 한인타운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미국 정보를 뉴스로만 접하던 시절이니 아무래도 걱정이 될 수밖에요.
뉴욕은 90년대에 두번 방문을 하였으나 출장 때문에 맨해튼 한가운데서만 각각 며칠을 보낸 기억 정도가 고작입니다.
2001년 9.11보다 훨씬 이전이어서 당시 뉴욕의 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섬뜩하기도 하고, 환갑을 앞두고 지난 청춘이 새삼스럽기도 합니다.
청춘의 몇년을 미국에서 보냈지만 제가 살던 서부와 동부는 문화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때도 뉴욕이나 시카고에 가면 생소했는데 이제는 서부에 가도 모든 게 생경합니다.
제가 살던 시절에는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었고, 미국이 한국보다 아날로그 경향이 더 강해서
한국에서는 중고등학생도 차고 다닌다던 삐삐조차 보기 드물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는 폐쇄되었다던 대한항공 일등석 라운지. 몇달 전 사진보다 오히려 음식이 더 빈약해졌습니다.
일등석은 수속부터 아예 별도의 방에서 하는데 여기서부터 일이 꼬입니다.
도착해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제 네임택에 저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이름이 적혀 있고, 가방의 행선지는 LA였습니다.
다행히 접착용 수하물 꼬리표는 제대로 붙어 있어 무사히 왔는데 생각해 보면 역시 섬뜩합니다. 짐 사라지면 여행은 다 망치는 거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제 여행은 고루고루 망했습니다.ㅠㅠ
일등석 라운지는 별도로 주문받은 요리를 내줍니다. 호텔 사업부에서 운영하는 것이니 재료는 말할 것도 없고, 맛도 매우 좋습니다. 시간대 따라 메뉴가 달라지는데 몇달 전보다 이 메뉴 선택권도 줄어든 것 같아요. 이른 아침이라 입맛도 없어 국물만 좀 맛봅니다. 요즘 물가 감안하면 이 갈비탕은 3만원도 아깝지 않을 만큼 푸짐하고 고기질도 좋습니다.
먹으려고 가져오긴 했으나 먹은 기억은 없네요.
치즈 플레이트가 예술입니다. 이건 일등석 기내식 치즈 플레이트보다 3배 정도 우수합니다. 꿀까지 나오는데 단짠의 완벽한 조화입니다만 이 역시 한입씩만 맛보고 말았습니다.
뉴욕행 오전 비행기는 기본적으로 A380입니다. 밤 비행기는 B777 코스모 스윗2.0이라고 일등석에 문까지 달린 기종인데 그거 타보자고 일부러 밤비행기를 탈 수는 없어서 그냥 있는대로 탑니다.
저는 380을 무척 좋아합니다. 처음 나올 때부터 큰 기대를 했고, 장거리에 380이 걸리면 오히려 좋아했는데 대한항공의 경우 이 기종의 2층 전부가 비즈니스석이어서 서비스가 많이 떨어지긴 합니다. 비즈니스 손님만 100명 가깝다 보니 서빙해야 할 승객이 많아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원활하지도 않고, 2-2-2 구조로 창가석에서 복도로 나갈 때 정말 불편합니다. 비즈니스 타는 이유가 좌석 좀 편하자고 타는 것인데 대한항공 380은 그런 면에서 감점 요인이 많습니다.
그래도 70년대 비행기 느낌을 주는 2층 라운지가 있어 틈틈히 가서 스트레칭도 하고, 칵테일도 마시고 간식도 편하게 먹곤 했었는데 아직 코로나 적용이라고 예전 상태로까진 운영하지 않고, 그냥 음료 정도만 구비해 두었습니다.
그조차도 일등석에서 가기는 불편한게 라운지가 2층에 있어 1층에서 계단을 올라가야 하고, 로프로 줄을 쳐놔서 담뛰기하듯 넘어서 비즈니스석 제일 뒤쪽까지 한참 지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귀국편에서는 아예 가보지도 않았습니다.
380 기종을 가장 많이 보유한 에미레이트 항공은 비즈니스 좌석이 1-2-1 구조인데다 라운지 풀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지난번 유럽 갈 때 잘 이용하긴 했습니다. 다만 380은 그 비효율성으로 인해 이제 더 이상 생산도 않고 현역 기종들도 다 퇴역한다고 합니다.
좌석당 창문 4개라고 자랑하는데 사진으로 봐선 붙은 거처럼 보이는 창가와 창문 사이 공간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이착륙시 비즈니스석처럼 창에 얼굴 바짝 붙이고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없어요.
디톡스 음료를 권해서 마셨는데 그냥 디톡스 안 할랍니다. 그리고 땅콩 항공이라는 별명 때문인지 제공되는 견과류에서 마카다미아가 안 보입니다.(사실 손도 안 대서 안 보였는지도)
전 조현아 현 조승연으로 개명한 그녀가 행패를 부린 것은 땅콩이 아니라 마카다미아였는데 몇년 전부터 이코노미석에서는 그 땅콩도 사라지고, 일등석은 마카다미아가 사라진 겁니까?
일등석에는 얼마 전부터 짜장면과 짬뽕 간식이 제공된다고 합니다. 저는 짜장면 편에 걸렸네요. 라면도 비즈니스는 컵라면을 그릇에 주는데 비해 일등석은 봉지면이라고 하지요.
귀국편에서 한번 먹어봤는데 너무 매웠습니다. 진라면도 있다면서 왜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준 걸까요? ㅠㅠ
코로나를 이유로 물수건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얼마전 탔던 에미레이트에서는 계속 물수건을 줬는데 항공사마다 정책이 다르니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혼자 비행기를 탈 때 제일 아쉬운게 이럴 때입니다. 일행이 있다면 한식이냐 양식이냐 고민할 필요 없이 서로 나눠먹기가 가능한데...
비즈니스 탈 때는 저는 왕복편 모두 항상 양식을 고릅니다. 비빔밥 원가를 아는데 지상에서 먹는다면 스테이크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지요. 한국 음식이 미칠듯이 그립다면 귀국편에서 가끔 비빔밥을 시키기도 하는데 비즈니스석 가격 생각하면 비빔밥은 아무래도 좋은 선택이 아닌듯 합니다.
그런데 일등석 한식정찬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고민 좀 해봐야 합니다.
코로나 시기에 사라졌다던 캐비어가 부활했습니다. 일등석이라면 이게 있어야지 체통(^^)이 살지요. 그나저나 코로나와 캐비어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서빙 안했을까요? 속내는 원가 절감일텐데...
샴페인이 워낙 고가인지라 그걸 집중공략하는게 좋지요. 다만 캐비어는 보드카와 어울리는 맛이니 몇년만에 보드카도 스트레이트로 마셔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하늘 위에 있어서 그런지 맛을 잘 못 느끼겠어요.
숟가락만 대고 만 스프.
드레싱을 너무 많이 뿌려 옆으로 살살 걷어내고 채소만 먹었습니다.
대한항공이 3월부터인가 와인리스트를 다 개편했다고 합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웬만큼 유명한 샴페인 이름 정도만 아는지라 앙리 지로라는 샴페인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다나카상이 좋아하는 아르망디는 세계 그 어떤 항공사도 제공하진 않겠지요?^^
커피 메뉴도 별도로 있긴 한데 내릴 때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화룡점정 역할을 했습니다.
셔벗으로 입가심 한번 하고,
메인인 안심스테이크. 저는 스테이크에 허브 올리는 거 무척 싫어하는데 이미 냄새까지 다 배어버렸군요.
이번 뉴욕 여행 중 스테이크 하우스도 일정에 있어 더욱 비교가 됩니다.
스테이크가 그냥저냥이어서 한식 메뉴 중 사슬적만 별도로 요청했는데 전식 후식 뺀 내용으로 그냥 한상 다 깔아줍니다.
밥과 반찬은 젓가락만 대봤고, 요청했던 사슬적보다 불고기가 오히려 압권입니다.
좋은 고기를 써서 그런 것 같은데 시중 한정식 집에서도 이 정도 퀄리티의 불고기만 따로 먹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배가 너무너무 불러 터질 것 같아 그것도 세 점 이상은 못 먹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와인 세 종류를 시음해 보겠다고 차려는 놓았으나 역시 한모금 이상 못 마셨습니다.
과일과 디저트 와인, 치즈도 있지만 이때는 보기만 해도 힘들어서 먹은 시늉만.
승무원들이 너무 잘해 주셔서 안 먹는 것도 미안할 정도입니다.
좀 자다가 일어나서 짜장면에 도전해 봅니다. 한 젓가락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중국집 짜장면보다 양은 적습니다만
저 정도 양도 다 먹기는 어렵습니다. 두 젓가락이면 충분히 맛은 알겠습니다. 한국 출발편만 가능한 서비스 같습니다.
제가 자느라고 못 먹었던 디저트라고 다시 서비스합니다. 평소 절대 소식좌가 아닌데 압축된 시간 속에 먹자니 자연스레 소식좌 코스프레 가능해지네요.
제가 좋아하는 2층 라운지. 처음 380 기종 도입되었을 때는 정말로 환상적인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철시한 장터 마냥 휑뎅그레하네요. 에미레이트 항공은 너무 붐벼대서 요란한 장터 느낌이었는데....
뉴욕에 거의 다가오니 조식이 서빙됩니다. 버터도 새로 바뀐 거라는데 갈 때는 무염이고, 올 때는 가염이더군요.
중국풍 관자와 새우 요리인데 호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배는 부른데 너무 맛있어서 두개 먹었습니다. 남은 거 포장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알콜, 비알콜 합쳐서 액체류가 대량 투입되다 보니 뱃속에서 파도가 일 지경입니다.
이렇게 최고의 극진한 서비스를 받고 뉴욕 JFK공항에 도착합니다.
예전에 왔을 때는 서부에서 왔기 때문에 국제선을 타고는 처음 도착하는 겁니다.
그런데 도착과 동시에 이번 여행 최초의 악몽이 현실처럼 펼쳐집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그때의 황당하고, 분하던 기억이 무럭무럭 치밀어 올라 일단 여기까지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