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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수)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예보상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틀리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파크 스트리트로 가서 보스턴 지하철을 처음 탔습니다. 천장에 덮개가 없어서 빗방울이 역내로 떨어져 빗물이 고이더군요. 이런거 보면 우리나라가 지하철은 참 잘 되어 있습니다. 지하철 공사 중이어서 한 승강장으로 양방향 열차가 다 들어와서 지연은 덤이었구요.
그렇게 아침부터 살살 긁더니 하버드 야드에 도착하고는 눈을 의심했습니다. 교정으로 향하는 철문이 닫혀있고 뭐가 써 붙여져있길래 가서 봤더니 학생, 교직원, 관계자 말고는 못 들어간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태의 주범은 뉴스로 많이들 보셨을 그놈의 반전시위였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그것을 정책결정자가 아니라, 자기네 학교 내에서 텐트까지 쳐가면서 저러는 이유를 저는 이해할 수가 없었네요. 내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 들인 시간과 돈이 이렇게 날라가는구나 허허허...
이왕 온거 뭐라도 보자고 해서 시도해 본 메모리얼 홀입니다. Annenberg Hall이라고도 하는데 안에 학생식당이 있고 밥 먹는 곳이 끝내주게 아름답다는 소문을 접했으나 여기도 학생 아니면 못 들어갑니다ㅠㅠ 학생이 가이드해주는 경우는 입장 가능하다던데 이제 와서 그럴 수도 없고ㅠㅠ
그러다가 찾은 하버드 미술관입니다. 내일 보스턴 미술관도 가고 해서 여기는 갈까말가 고민했는데 아무 것도 본게 없으니 들어갔습니다. 여긴 운 좋게도 입장료가 없더라구요. 원래 입장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간 한정으로 진행하는 행사인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거추장스러운 에코백곽 겉옷, 우산을 락커에 맡기고 돌아봤습니다. 중정이 트인 구조라서 동선을 잘 짜면 한붓그리기로 주욱 볼 수 있습니다.
저는 3층부터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3층엔 조각, 부조, 공예품 등이 주를 이뤄서 대충 보고 내려왔습니다. 2층부터 회화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르네상스 시절 작품들은 적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이후 작품들는 라인업이 빵빵합니다. 보티첼리, 크라나흐, 푸생, 램브란트, 루벤스, 티에폴로, 카날레토, 들라크루아 등 유명 화가들 작품은 1개씩은 있습니다. 심지어 프라고나드, 코플리, 앵그르, 휘슬러, 모네 작품들은 여러 개가 있습니다.
1층도 꽤 작품 라인업이 탄탄합니다. 모네, 드가, 쇠라, 마네, 르누아르, 고흐, 세잔, 고갱, 피카소, 마티스, 튤루즈 로트렉, 조지아 오키프 등의 작품이 있었네요. 관람 도중에 이심이 갑자기 만료되었다고 떠서, 구매한 곳이랑 해결을 위해 시간이 필요해지면서 생각보다 미술관에 오래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작품 관람할 시간이 많이 생겨서 차분히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심 문제가 해결된 후 미술관을 나와 아쉬움에 괜히 한 번 더 하버드 야드 안쪽을 보고는 MIT로 이동했습니다.
MIT는 시위는 없어서 교내를 자유로히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하버드에 비해서 MIT는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기네요.
그레이트돔을 오가는 사이에 찰스강변에서 반대편 보스턴 백베이 쪽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날이 궂어 고층빌딩은 구름 사이로 잠겼네요.
다시 MIT로 돌아와서 기괴하게 생긴 스타타 센터를 봤습니다. 창의적인 공간이 연구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지은 건물이라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낱 여행자로서 일회성이 아니라 학생으로 계속 접하면 달라질라나요.
미술관에 오래 있으면서 점심 굶은 것을 보상받으려고 찾은 비어기든인데 닫았네요... 짜증이 나서 구글 맵에 리뷰를 남겼더니 오전에 우천이라서 그런거라고 바로 댓글을 달더라고요. 이거 댓글 달 정신이 있으면 구글맵에도 영업 안 한다고 바꿔놔야지... 그들에게 실망했습니다.
다른 맥주집을 찾아 시내로 가기 위해 롱펠로우 브릿지를 건너 가려는데, 다리로 진입하는 길이 안 나오네요. 한참 다시 돌아서 가야길래, 오히려 지하철 타는게 빠르겠다 싶어서 지하철로 시내에 왔습니다. 그렇게 다시 찾아 온 곳이 사무엘 아담스 탭룸입니다. 국내에도 라거가 많이 수입된 적이 있는 곳입니다. 제가 맥주 배우기 시작한 초창기에 많이 마셨었죠.
어제 배운대로 아예 그냥 바에 앉아서 편하게 주문했습니다. 맥시칸 라거와 앰버 에일 한잔씩에 저녁겸 안주거리로 스테이크고기와 치즈가 들어간 에그롤까지 32.1$ 지불했습니다. 깔끔하고 목넘김이 좋은 맥주를 마셔서 하루에 묵은 짜증을 시원스럽게 날리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32일차 후기로 이어집니다.